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을 강타한 <용적률 게임: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에 대한 생생한 설명을 듣기 위해 우리대학 건축학부 김성홍 교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려 전시를 직접 보지 못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전시는 어떻게 구성됐나.
김성홍 교수(이하 김):
작가나 작품을 부각하는 일반적 건축전과는 달리, 예술감독과 5명의 공동 큐레이터가 기획자·연구자인 동시에 참여 작가의 역할을 맡았다. 용적률 게임의 대표 사례로 36개 건축물을 선정하고 자료를 제공받아 분석을 했다. 중간 규모의 건물이면서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다가구·다세대 주택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에 있는 60만동의 건물에 대한 정보도 모두 분석했다. 분석한 자료를 지가, 건축의 유형, 밀도 등에 대해 분석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이 과정에서 강성은 작가가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동양화로 그리기도, 백승우 작가가 사진 작업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많은 시각예술작가들과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전시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줬다.

이 모든 작업을 총괄하는 예술감독인 만큼 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다. 혹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김: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나의 주제를 같이 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사치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 초까지 공식 회의만 45차례에 걸쳐서 했고, 밤낮없이 SNS 회의를 하기도 했다. 돌이켜 보니 모두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전시가 시작된 후 많은 내외신 기자들과 관객들이 물어볼 때 함께했던 큐레이터들이 적극적으로 대답을 하고 좋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는 이제 지쳐서 벤치에 앉아있는데 그분들이 막 가서 아주 활기 넘치게 설명하는 게 기억에 남는다. 또 함께 작업했던 대학원생들과 작가들이 서서히 이 주제에 몰입해가는 과정들이 굉장히 뜻깊었고 보람을 느끼게 했던 것 같다.

아시아 국가들 중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 전시관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다. 다만 한국관이 가장 크기가 작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불편사항은 없었나.
김: 한국관은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에 있는 본래 창고였던 공간을 증축했기 때문에 비좁고 불규칙한 형태다. 또 자연광이 많이 들어오기도 해 시각예술을 하는 분들에겐 좋지 않는 장소다. 베니스까지 전시 작품들을 운송해야하는 시간, 돈, 거리도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걸 일종의 ‘한계’라고 생각했다. 디자인을 촉발하는 하나의 전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전시장을 조성하며 최소의 비용을 들이고, 어떤 전시물에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을 세웠다. 모든 디자인은 제약 속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고난도의 즐거운 놀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있는 독자들은 여기에 가보고 싶어도 거리상의 문제로 아쉬움을 느낄 것 같다. 혹시 한국에서 전시를 진행하실 계획은 없나.
김: 11월까지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전시를 진행하고 내년 초 즈음 한국에서 전시를 진행할 것 같다. 아마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리지 않을까 한다. 어떤 선입관도 갖지 말고 전시장에 오셔서 있는 그대로 읽고, 경험하고, 평가해주셨으면 한다. 전시는 분명한 메시지를 품고 있지만 관람객을 교육하거나 계몽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그것은 순전히 관객의 몫이다. 다만 왜 ‘용적률 게임’이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는 렌즈인지, 지난 50년을 돌아보는 우리들의 자화상인지 공감하고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_ 박소은 기자 thdms010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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