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의 모습
지난달 28일, 제15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이 열렸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베니스비엔날레 전시에서 한국관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각종 외신들은 ‘지나쳐서는 안될 전시’, ‘가장 도전적인 작품’이라며 한국관에서 열린 전시를 극찬했다. 우리대학 건축학부 김성홍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아 진두지휘한 <용적률 게임: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 전시는 왜 이와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일까.

용적률, 250%의 욕망

 
전시를 이해하기 위해선 ‘용적률’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용적률은 건축 용어로 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바닥면적의 총합을 말한다. 예를 들어 1층짜리 건물의 바닥면적이 용지의 면적과 같으면 용적률은 100%다. 이 건물이 2층이 된다면 용적률은 200%, 3층이 된다면 300%가 된다. 무작정 건물의 크기를 키우고 쌓아올리는 것을 막고자 용도에 따라 법적으로 용적률을 제한하고 있다.

용적률은 크기를 측정하는 지수로 양의 개념에 해당한다. 건축학부 김성홍 교수는 1930년대 후반 70% 내외였던 용적률이 현재 145%를 지나 250%로 향하고 있다며 서울의 역사와 이를 부추긴 욕망을 조망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수치’를 통해 어떻게 서울의 역사나 욕망이라는 ‘질’의 개념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일까.

서울은 지난 50년 동안 눈에 띄는 성장을 기록한 도시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었고 여전히 뒤엉켜 살고 있다. 그 결과 서울의 인구 밀도와 수는 항상 세계 상위권으로 꼽힌다. 이처럼 서울로 인구가 몰리자 서울의 땅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고 건축주는 정해진 용지와 법에서 정한 용적률 범위 내에서 가능한 한 높게 쌓아올릴 수 있는 건물을 요구하게 됐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에서는 낮고 넓은 건물보다는 좁고 높은 건물이 선호되기 시작했다. 법적 용적률을 맞추기 위해 바닥면적이 넓은 5층짜리 건물을 짓기보다는 바닥면적이 좁은 25층짜리 건물을 짓는 것이 더욱 큰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용적률을 충족하고자 하는 욕망은 이와 같은 방향으로 발현됐다.

 
용적률 게임, 절정과 균열

김성홍 교수는 용적률을 통해 더 크고 좋은 건물을 차지하려는 건축주와 이를 법으로 통제하려는 정부, 그 사이에서 최대한의 욕망을 충족시켜야 하는 건축가들의 관계를 조명한다. 김 교수는 지난 50년간 서울의 변화를 용적률이라는 키워드와 ‘용적률 게임’이라는 틀로 진단한다.

김 교수는 자신이 저자로 참여한 『서울의 인문학』에서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누구나 최대 용적률을 원한다. 불법 증축을 하고 법정 용적률을 높이려고 집단행동을 하는 판에 법정 용적률보다 낮은 집을 짓는 바보는 없다”며 “용적률은 지켜야 하는 기준이 아니라 ‘찾아 먹는 임계점’인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함 뼘의 공간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건축주, 이를 법·제도로 통제하려는 정부, 이 사이를 만족시켜야 하는 건축가가 플레이어인 용적률 게임이 만들어졌다. 서울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용적률 게임은 절정에 이른다.

놀랍게도 끝이 없을 것 같던 용적률 게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는 부동산 개발이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위기로 부동산 시장에 미분양 건물들이 속출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더 이상 용적률만 극대화해서는 수익을 가져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그 지위를 잃은 양의 게임을 질의 게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가 생겼다. 수익보다는 더 풍성하고 좋은 공간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을 도모하는 플레이어들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관이 포착한 것은 바로 이 게임의 변화다. 용적률 게임의 플레이어인 건축가들은 용적률이라는 제한을 오히려 새로운 디자인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로 바꿔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용적률 게임: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이라는 전시제목은 이를 잘 드러낸다. 김성홍 교수는 “디자인을 통해 건축 상품의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바꿀 수 있음을 시장이 서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 등장하는 36개 건축물의 72개 모형은 건축가들이 용적률 게임 속에서 어떤 혁신을 이뤄냈는지를 보여준다. 건축설계사무소 에이엔디(AND)의 정의엽 건축가는 박공무리집(Gablepack)을 통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기존의 건물들처럼 평면적으로 층을 나누기보다는 건물의 바닥을 장난감 퍼즐 맞추듯 조립했다. 건물 내부 공간은 일반 직사각형 형태가 아니라 오각형으로 ‘ㄴ’자 형태로 변모했다. 겉으로 보기엔 5층처럼 보이지만 실제 4층인 이 건물은 용적률을 영리하게 이용해 독특한 공간을 만들었다고 평가된다.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는 이처럼 용적률이라는 제약이 새로운 실험을 촉발했음을 다양한 각도로 보여준다.


박소은 기자 thdms0108@uos.ac.kr
참고_ 류보선 외 11명, 『서울의 인문학』, 창비, 2016.
정의엽, 「박공무리집」, 『전원속의 내 집』, 2015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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