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은 안암역입니다.’ 3월 2일 신학기를 맞이하는 등굣길은 여느 때와는 달랐다. 낯선 안내 멘트와 함께 낯선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함께 한 학기의 학점교류가 시작됐다.

학점교류는 복잡한 승인 절차에서부터 시작한다. 모집시기가 방학 초이고 대학마다 모집기간이 모두 달라 신청기한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학점교류 신청을 위해서는 수학계획서를 쓰고 학부·과장의 승인을 받는 것에 이어 단과대학장의 승인까지 필요하다. 이렇게 학점교류를 위한 신청에만 약 일주일 정도가 소요된다.

개강 후에도 어려움이 뒤따른다. 대학마다 강의자료를 받는 사이트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우리대학의 경우 ‘에듀클래스’를 통해 수업 자료를 받지만 고려대의 경우 ‘블랙보드’를 이용해야한다. 이에 대한 안내도 전혀 없어 강의 준비에 어려움이 생긴다.

학점교류생의 대부분은 아는 사람이 없어 혼자 밥을 먹고 전혀 모르는 학생들과 하는 조별과제도 해야 한다. 기자의 경우 일주일에 이틀만 고대에 있기 때문에 조별과제 시간을 조율하는 것도 어려웠다. 무엇보다 기자 자신이 타 학교 학생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기도 한다.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에서 학점교류를 한 이용규(국문 13) 씨도 “내 행동이 그 학생들에게 시립대의 이미지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생각에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소감을 말했다. 학점교류는 그만큼 익숙하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점교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대학에 없는 강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일본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우리대학에는 일어일문학 강의가 없어 학점교류를 통해 학문적 욕구를 달래보고자 했다.

다른 전공의 강의를 들은 기자와 달리 좀 더 다양한 전공 강의를 듣기 위해 학점교류를 신청하기도 한다. 김혜성(국문 13) 씨는 “우리대학 국문과의 커리큘럼은 문학 중심인 것 같다”며 “창작과 비평 강의도 들어보고 싶어 경희대 국문과로 학점교류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같은 전공이더라도 학교마다 주력하고 있는 하위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학점 교류를 통해 같은 전공을 이수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타대학에서 같은 전공 계열의 과목을 학점교류하면 주전공 학점으로 인정되기도 한다.

또한 학점교류는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타대학의 강의를 들으면서 타대학 교수님들과 안면을 쌓을 수 있다. 이는 대학원 진학 등의 진로 문제하고도 연결된다. 숙명여자대학교 심리학과의 과목을 들으며 학점교류를 하고 있는 송동한(영문 13) 씨도 “교류대학 교수님과 친해져 심리학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 있다면 지도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며 학점교류를 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을 말했다. 우리대학에서만 강의를 들었다면 이런 경험은 하기 어렵다.

학점교류는 우리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올 수 있다. 우리대학은 타대학에 비해 학과 수가 적은 편이다. 평소 우리대학에 관심있는 전공이 없어 아쉬웠던 학생이라면 ‘학점교류’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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