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SBS ‘TV동물농장’에서 강아지 공장의 실태를 방송하면서 강아지 공장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동물학대의 끔찍한 현실에 많은 시민들이 분노했고 동물단체들은 강아지 공장 철폐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 강아지 공장의 강아지들

보호와 산업,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수 있나

동물의 생명권과 동물복지가 공론화되면서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는 “반려동물 산업 육성 정책(이하 육성책)”을 지난 7월에 발표했다. 강아지 공장으로 대표되는 동물학대의 실태와 동물보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에 대응한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보유 가구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매년 성장하는 것도 이번 정책 발표의 주된 이유다.

육성책의 주요 내용으로는 ▲생산업 허가제 ▲반려동물 경매장 양성화 ▲반려동물 온라인 판매 허용 등이 있다. 이외에도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제 ▲동물간호사 제도화 ▲펫용품 생산 및 유통 장려 ▲동물장묘업 활성화 대책 등 반려동물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포함돼있다. 동물단체들은 반려동물 관련 산업을 확대·발전시키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미용·용품·의료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긍정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반려동물을 보호한다는 정책의 취지와는 맞지 않게 반려동물을 지나치게 상품화하고 수익창출의 도구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동물단체들은 육성책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정책 재검토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육성책이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허울뿐인 육성책… 근본적 문제 해결 못해

반려동물 생산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은 불법 강아지 공장을 줄이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동물단체들은 동물 마리당 출산 횟수 또는 출산연령 제한 등의 구체적인 규제를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한다. 동물자유연대 김영환 선임간사는 “허가제로의 전환 이후에도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리, 감독과 불법 업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없다면 강아지 공장의 횡포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제언했다.

농림부는 ‘반려동물 경매장 양성화’를 통해 이미 음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반려동물 경매를 합법화시키면 경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물학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경매장의 양성화로 인한 수요 증가 때문에 강아지공장이 활성화될 것을 우려했다. 현재 대부분의 반려동물 유통이 강아지 공장→경매장→애완동물 가게의 경로를 거친다.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경매장이 활성화돼 거래되는 동물의 수가 많아질수록 공급도 늘어나 강아지 공장이 더욱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사안이 강아지 공장과 관련된 것임에도 농림부의 정책에서 강아지 공장 단속 및 처벌에 관한 내용은 빠져있다. 경매장의 별도 관리만으로 불법적인 강아지 공장까지 단속하기는 역부족이다.

반려동물 온라인 판매 허용 정책 역시 우려가 크다. 동물을 직접 보지 않고도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동물의 건강 상태를 소비자가 파악하기 힘들다. 온라인 판매로 인해 반려동물 유기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지난 7월 13일 PBC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으로 손쉽게 동물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수의 소비자가 충동적으로 동물을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 유기로까지 이어지게 된다면 또 다른 사회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 육성에 앞서 보호와 규제를

농림부는 육성책이 반려동물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동물복지도 보장하는 효과를 거둘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육성책에서 동물학대를 방지하고 근본적으로 동물을 보호할 만한 장치는 발견하기 힘들다. 육성책이 동물의 생명권보다는 동물 산업의 경제성과 산업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 선임간사는 “정부가 동물 보호의 필요성을 진정으로 느꼈다면 육성책에 앞서 동물보호법을 개정했어야 했다. 보호가 전제될 때에 산업의 수준 역시 높아진다”고 역설했다. 반려동물 보유 가구 수가 천만에 달하는 이 시점에서도 아직 우리나라의 동물보호 관련 법규는 미비하다. 발전가능성이 높은 산업을 육성하여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려동물을 진정한 ‘반려’로 생각한다면 그에 대한 보호와 규제를 강화시키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


김수빈 수습기자 vincent0805@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