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연애의 조합은 모든 청년들이 꿈꾸는 로망이고 희망사항일 것이다. 지금 대학의 청년들은 어떻게 자신의 연애 상대를 선택하는 것일까? 언젠가 내 여성복지론 수업을 들은 남학생이 찾아와 이런 고백을 한 적이 있다.  “수업에서 관계와 성장의 참 의미를 배우면서 연애 상대 선택에 대해 새롭게 결심한 바가 컸었는데 현실에서는 그냥 무너져 버리네요. 여전히 예쁜 여자만 찾고 있더라구요. 전 왜 이렇게 천박할까요?”

대학시절 나의 천박함(?)이 떠올랐다. 80년대 많은 여대생들이 그랬듯이 그 당시 나도 페미니즘을 비롯한 교양 서적들을 두루 읽으며 나름 의식화 되어 있다고 자부했었다. 그런데 정작 내가 끌리는 남자들 중에는 그 의식화 작업에서 연애 상대로 배제했던 남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연애에서 조차 이성이 감성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고 싶었지만, ‘피부 고운’ 남자를 선호했던 나의 은밀한(?) 취향을 알게 된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면서 나의 천박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 후 내가 사귄 남자들 중에는 실로 피부가 좋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나의 그 취향과 연애의 성과와는 딱히 큰 연관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취향과 가까운 사람과 연애를 시작했지만 그와의 만남이 더 이상 즐거움이 되지 않았고, 반대로 시작은 그렇지 않았지만 예기치 않은 연애의 즐거움을 맛보게 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힘없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남자와 만날 때 느끼는 불편함을 견디기란 어려운 일이었고, 남이 꺼리는 궂은일을 하면서도 유머와 미소를 잃지 않은 남자를 만나면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고, 등등. 그리고 마침내 나의 연애 상대 선택의 진짜 취향은 ‘피부’가 아닌 ‘마음’의 결이 고운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모지상주의’가 연애에 미치는 영향을 부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연애 상대들을 만나고 관찰할 수 있는 다양한 관계적 경험을 통해 진화되고 있는 당신 자신의 심미안(審美眼)을 믿어보라. 당신 과거와 현재의 순간들을 기억해보라. 당신을 설레게 하고 감동시키는 사람이 가진 매력을 발견한 순간 그 사람의 외모는 있는 그대로 빛을 발하지 않던가! 그 때 발견한 그 사람의 친절, 순수, 겸손, 유머, 열정, 선함, 진솔함, 의연함, 정의감, 박식함, 등등을. 물론 이와 정반대도 사실이다. 연애 상대에게 깊은 절망과 배신을 느끼는 순간 그 사람의 외모는 더 이상 설레임과 감동을 주진 못할 것이다. 그 때 발견한 그 사람의 오만, 거짓, 불성실, 폭력, 독선, 비겁함, 잔인함, 지루함, 딱딱함, 불손함, 등등이 그러할 것이다.

이런 모든 순간들에서 경험한 당신의 인지적. 감성적 반응에 정직하게 꾸준히 마주하게 된다면 당신의 연애 상대 선택에 대한 취향은 완성되어갈 것이고 그 선택으로 얻을 수 있는 결실과 성장의 가능성은 배가될 것이다. 그러나 연애는 쌍방적 선택과정이다. 그렇다면 다음의 질문에 답해보라. 당신은 연애 상대가 그대의 어떤 매력을 발견해주길 원하는가?


정혜숙(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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