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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스파이 영화와는 다르게
김준수 기자  |  blueocean61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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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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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스파이 영화를 보러 가는 이유는 시원시원한 액션 장면과 눈이 휘둥그레지는 첨단 장비들 때문이다. 전 세계를 누비고 첩보 작전을 행하며 악당을 물리치는 요원들을 보면서 통쾌한 쾌감을 얻기도 한다. 이런 관객들의 요구에 맞춰 많은 스파이 영화들이 비슷한 형식으로 만들어지곤 하는데,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영화 한 편이 2012년, 우리나라에 개봉했다. 이 영화는 요원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악당을 처치하지도 않고 첨단 장비를 쓰지도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들을 수 있는 총성은 8번뿐이니, 시원한 액션 장면은 더더욱 바라기 힘들다. 사무실에서 서류를 뒤적이며 고민하거나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하는 장면이 이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전부다.

냉전시기였던 1970년, 영국 비밀 정보부 ‘서커스’에 소련의 스파이가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된 후 국장 ‘컨트롤’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요원인 ‘짐 프리도’를 부다페스트로 보낸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소련 측 스파이는 정보를 유출해 짐의 임무를 실패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짐의 생사는 불분명하게 된다. 이 일에 대한 책임으로 컨트롤은 자신의 오른팔인 ‘스마일리’와 함께 정보부를 떠난다. 이후 정보부에 있는 스파이를 색출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스마일리는 독자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 스마일리가 사무실에 앉아 지난 일을 생각하고 있다.
존 르 카레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스파이는 누구인가’라는 문제에도 초점이 맞춰져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피로한 스파이들의 심리다.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으며 일 때문에 가족과의 관계는 멀어지는 상황에 처해있고, 재무부가 정보국의 초과지출 된 예산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제동을 거는 등, 스파이의 고단한 삶을 그려내고 있다. 임무를 어떻게 수행하냐며 답답해하는 요원들을 보고 있으면 첨단무기를 척척 제공받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또한 스마일리 역을 맡은 게리 올드만이 영화 후반부에서 공허함과 피로에 찬 눈빛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독백 연기는 피로한 스파이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은유적인 묘사를 사용한 것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 특히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프레임 속의 프레임은 중요한 은유다. 이는 비밀로 둘러싸인 스파이를 밝히는 영화의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마일리의 동료인 ‘빌 헤이든’이 스마일리에게 선물한 네모를 여러 겹 겹쳐 색칠한 추상적인 그림은 마치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를 떠올리게 만든다. 인형 속에서 인형이 나오는 특징은 자연스럽게 스파이들의 삶과 연결된다. 인물의 심리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도 있다. 차에 벌레가 돌아다녀 신경질적으로 팔을 휘두르는 인물과 다르게 스마일리는 차분히 차의 유리창을 내려 벌레를 밖으로 내보낸다. 이는 스마일리가 어떤 인물인지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전형적인 스파이 영화에 지친 관객이라면 스파이에 대한 다른 느낌을 주는 이 영화를 관람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김준수 기자 blueocean61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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