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현철 교수 1주기>

직선제 유지하는 국립대학,
부산대 유일 간선제 단일화를 위한 개정 이뤄져
재정지원사업으로 직선제 압박

2015년 8월 17일, 부산대학교의 故 고현철 교수가 ‘대학 민주화’를 요구하며 투신했다. 부산대학교에서 총장 선출 방식을 총장간선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총장 직선제’를 지킬 것을 요구하며 투신한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전국 각지에서 총장직선제와 대학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학생과 교수가 입을 모아 외치던 총장직선제와 대학 민주화는 자리를 잡았을까.

교육부의 ‘간선제’ 단일화 추진

대학 구성원이 직접 투표로 총장을 선출하는 제도인 총장직선제는 대학 민주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교내 구성원의 직접투표로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총장직선제 투표 과정에서 파벌 형성 및 선거과열로 인한 연구 분위기 훼손, 무분별한 공약 남발로 인한 재정낭비 등을 총장직선제의 폐단으로 언급했다. 이러한 폐단을 막고자 정부는 2005년에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총장 후보를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총장임용제도 개선방침을 발표했다. 대학 내에 간선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이를 시작으로 교수를 비롯한 일부 학내 구성원,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출하는 간선제가 확산되었다.

故 고현철 교수의 투신으로 교육부의 총장직선제 압박 움직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일부 국립대학에서도 총장 선출 제도를 총장직선제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故 고현철 교수의 희생이 무색하게 교육부는 이번해에도 국립대학교의 총장 임용제도를 간선제로 단일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국립대학 선진화방안’을 발표했다. 기존에 대학 사회에 제도적으로 병존했던 직선제와 정부 주도의 간선제를 각각 보완해 대학 자율성 및 ‘대학구성원 참여가 확대된 대학구성원 참여제’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총장추천위원회의 권한과 기능을 법적으로 강화한 간선제의 정착이 정책의 골자다. 당시 발표된 방안에서 교육부는 간선제가 국립대학에 정착될 수 있도록 법률상 간선제와 직선제로 이원화 된 총장임용후보자 선정 방식을 간선제로 단일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선제 고수에 나선 대학들

교육부의 일관된 정책 기조 아래에서도 일부 대학들은 교육부의 강압적인 방침에 반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산대는 현재 전국 국립대학 중 유일하게 총장직선제로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출하고 있다. 지난해 故 고현철 교수의 투신 이후 대학본부와 교수회가 총장직선제 선출을 위한 학칙 개정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직선제를 통해 선출한 총장임용후보자를 교육부에 추천했으나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교육부는 임용을 보류했다.

총장직선제로 회기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전남대는 교수회 측의 반발을 시작으로 학생과 교수 측 모두 학교에 직선제 방안을 제시해왔다. 전남대 교수회 김영철 회장이 지난달 교내에서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단식투쟁을 벌였다. 전남대학교 관계자는 “여름방학 동안 교내에서 교수와 학생들의 시위와 단식 투쟁이 이어졌다. 8월 중 교수 및 교직원과 학생대표자들을 대상으로 한 총투표를 진행한다. 8월 중 구성원 투표 결과로 총장선출 방안이 결정될 예정이다”고 전했다.

총장직선제 고수, 어려움 예상돼

그러나 총장직선제를 고수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故 고현철 교수가 총장직선제를 외치며 투신한 지 1년이 지났으나 현재 국립대 중 총장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한 대학은 부산대 한 곳뿐이다. 교육부에서 재정지원 사업과 총장 임용 제도를 연계하기 때문이다. 2012년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 평가에서는 총장간선제로 전환하지 않는 대학에 지원금 전액을 삭감 혹은 환수하겠다는 방안이 발표됐다. 당시 직선제로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출했던 부산대, 강원대, 경상대는 교육부 주관 국책 사업에 선정되지 못했다.

최근 발표한 교육부 발표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드러난다. 지난 7월 발표된 「교육공무원 임용령 일부개정안」에서는 국립대학 총장선출 방식에 대해 “앞으로도 정책의 일관성을 갖고 대학구성원참여제가 현장에 안착되도록 행.재정적 인센티브를 지원할 것”이라며 간선제로의 단일화 계획을 한 번 더 공고화 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교육부의 방침에 대해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그런데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며 국립대학 의사결정 및 집행의 최고 정점에 있는 총장 선출 방식을 정부가 정하는 ‘단일한’ 방식으로 법령에 규정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논평했다. 직선제 혹은 간선제는 대학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문제이지 정부가 나서서 단일화 해 총장선출 방안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박소정 기자 cheers7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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