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뇌는 신체 무게의 2%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기관이지만 대부분의 인체 행위에 관여한다. 생각을 하고 판단 및 인지를 할 수 있는 것 또한 뇌로 인해 가능한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지금,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먼저 뇌를 연구해야 한다. 

▲ 인공시냅스 소자 개발에 성공한 이태우 교수
인공시냅스로 뇌의 기능 구현 성공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이태우 교수 연구팀이 지난 6월 유기 나노 섬유 인공 시냅스 소자를 개발했다. 이는 실제 인간의 뇌가 적은 에너지로 기능하는 것을 모방해 구현해 낸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인공시냅스 소자 개발은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인공지능시스템 연구에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시냅스는 신경계에서 자극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뉴런 사이에서 수용부분과 전달부분이 만나는 곳이다. 뉴런에서 만들어진 전기신호는 시냅스를 거쳐 다른 세포에 정보를 전달한다. 이런 시냅스를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 인공시냅스다. 인공시냅스는 인공지능 컴퓨터 개발을 위해 필요하다. 단순히 저장된 자료들을 기억해 처리하는 일반적인 컴퓨터와 달리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는 인간의 뇌를 모방해야하기 때문이다. 인공시냅스는 컴퓨터도 인간의 뇌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기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의 뇌는 약 1000억개 정도의 신경세포로 이뤄져있기 때문이다. 1개의 뉴런은 1만개의 다른 뉴런들과 시냅스를 통해 연결돼 상호작용한다. 즉 인간의 뇌에는 1000조개의 시냅스가 존재한다고 추정된다. 이렇게 복잡한 인간의 뇌 구조를 일일이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동안 인공적으로 시냅스를 모방하는 일에는 두 가지의 큰 어려움이 있었다. 먼저 인간 뇌의 시냅스에서 전달되는 전기 및 화학 신호는 매우 낮은 전력으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뉴런과 시냅스가 만들어낸 네트워크는 아주 작은 부피와 가벼운 무게를 가지지만 복잡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력 소비를 낮추면서 고밀도의 인공시냅스를 개발해야 한다. 포항공대 팀은 머리카락의 1000분의1 정도인 유기 나노섬유를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유기 나노섬유의 위치와 방향을 정확히 제어하면서도 부피를 최소화하는 적층 제조법으로 전력 소비를 낮췄다.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는 “이 연구는 고밀도와 초저전력을 사용한 뇌 기반 컴퓨터 시스템의 발전에 중요한 진보를 보여준다”며 연구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연구팀은 인공시냅스로 뇌 시냅스의 주요 기능인 장기강화 기능을 구현해냈다. 장기강화란 신경세포를 자극해 두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현상이다. 장기강화는 학습과 기억의 주요 메커니즘이다.

▲ 영화 ‘아이로봇’처럼 미래에는 인공지능 로봇이 개발될 수 있다.
인공뇌를 위한 열쇠 ‘뇌지도’

인공시냅스 모방 소자 개발은 뇌에 대한 연구와 뇌 기능을 모방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난제는 많이 남아있다. 인간의 뇌와 똑같은 기능을 구현하는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선 10조개나 되는 시냅스 각각의 역할을 파악하고 구현해야 한다. 또한 뇌가 기능하는 전체적인 메커니즘도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뇌지도이다. 뇌지도란 뇌의 구조와 기능을 담고 있는 이미지이다. 뇌지도를 통해 뇌의 영역과 구조를 파악한 후 뇌를 연구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뇌의 기능 중 사고,인지,문제 해결 등 주요 기능을 맡고 있는 부분은 대뇌피질이다. 대뇌피질의 연구가 선행돼야 인간과 같이 판단을 하는 인공지능이 개발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뇌의 기능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대뇌피질의 구획별 기능에 관한 것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7월 20일 새로운 뇌지도가 과학 전문 주간지 네이처지에 실렸다. 새로운 뇌지도에는 주름들을 180개의 독립된 구획으로 세분화해 기록됐다. 180개의 구획 중 97개는 새로운 발견이다. 새롭게 발견된 구획들은 주변 구획과 기능과 구조, 연결성이 달랐지만 그동안 구별되지 않았다. 새로운 뇌지도는 현재까지 발표된 뇌지도 중 가장 자세하다고 평가받았다.

앞으로 뇌지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뇌의 구조와 기능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구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이런 이유로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도 뇌지도 작성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은 2022년까지 1조 80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하는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를 통해 뇌 구조와 기능을 분자 수준으로 시뮬레이션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로젝트의 수장인 뇌과학자 헨리 마크램은 뇌의 모든 기능을 컴퓨터에 구현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라고 밝혔다. 최근에 우리나라도 뇌지도 제작을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34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개발과 함께 윤리적 문제도 고찰해야

뇌지도를 비롯한 뇌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성과를 보이는 만큼 인공지능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많은 과학자들과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뇌를 모방한 인공지능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2045년이 되면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그는 한 강연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간보다 똑똑한 로봇이 개발돼 의학, 공업 등의 분야에서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SF 영화에서처럼 로봇들이 인간들을 지배할 수도 있다. 이런 염려 속에서 과학적 발전과 함께 윤리적,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 이미 인공지능의 윤리문제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로봇 윤리 관련 단체인 오픈 로봇윤리 이니셔티브(ORi)는 로봇 공학의 윤리, 법률,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단체의 홈페이지에서는 ‘로봇이 삶과 죽음을 결정해야 하는가?’등의 윤리적 논의가 담긴 설문이나 ‘살인 로봇을 중단하라’ 등의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양날의 검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공지능로봇이 우리 인간에게 줄 수 있는 혜택과 피해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장한결 기자 uiggg@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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