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사회학과 이건 교수편

인문학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가벼운 인문학’ 열풍이 지속적으로 불고 있다. 바쁜 삶과 직장 일에 치여 인문학을 공부하기 힘든 사람을 위한 마중물로써 역할 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자칫 사유가 없는 인문학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유의 출발점은 독서가 아닐까. 서울시립대신문사에서 교수님을 찾아가 독서의 의미와 좋은 책을 추천받았다. 이 기획은 3개호에 걸쳐 연재될 예정이다.   -편집자주-

도시사회학과 이건 교수

독서는 어떤 의미인가

요즘은 다양한 매체들이 발달해서 독서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현재는 다른 가치가 많이 강조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건강한 신체도 강조되기 시작해 유럽이나 미국을 보면 초·중고등학교에서 체력단련을 강조하는 곳이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공부 중심이다. 앞으로는 공부만을 강조하는 문화가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독서의 의미는 다양하다. 전통적인 의미로는 지식의 습득, 마음의 치유가 있다. 특히 대학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지식에 관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독서는 굉장히 어렵다. 왜냐하면 단순히 즐기기보다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하는 독서도 어려운 독서로 가야한다. 이런 독서의 궁극적 목적은 쓰기다. 무엇을 쓰기 위해서 찾아 읽는 독서인 것이다. 어떤 문제를 고민하다보니 책을 읽게 된다. 관련 책을 찾아서 저자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를 스스로 다시 만들어내는 과정, 즉, 지식 하나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체계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독서다. 체계를 만들려면 써야한다.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 ‘명확’이라는 부분은 저자가 의도했던 바와 내가 살아오는 과정에서 느꼈던 것이 서로 만나는 과정이다. 그래서 저자 뜻과 완벽하게 일치할 수는 없다. 나름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만의 창의적 요소가 담기게 되고 그것이 글에 투영 되어서 내 글이 되는 것이다.

“독서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억지로 읽을 뿐이지”라고 사전 인터뷰에서 말했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억지로 읽어야 하지만 힘들어하는 학생도 있다.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어떠한 조언을 하고 싶은가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 힘든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지만 책이 내 것으로 소화 된다. 내가 억지로 읽는다고 한 것도 바로 이 소화의 과정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읽는 시나 소설 등의 책들은 심심해서 혹은 힐링을 위해 자발적으로 읽는다. 하지만 대학에서 우리는 억지로 책을 읽는다. 왜냐하면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 힘든 과정 없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실 그냥 여흥이다. 그래서 반드시 힘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힘든 과정을 통해서 나만의 지식 체계가 그리고 나만의 사고 체계가 형성 되는데, 대학에서 하지 않으면 어디서 그걸 하겠나. 그래서 많이 쓰도록 만드는 강의가 좋은 강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고의 과정과 체계, 사고의 정밀함 혹은 사고의 개연성 등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평생의 기초 체력과 같은 것이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어떻게 힘들지 않고 무엇을 만들어내겠나. 반드시 힘들어야하고 힘든 것을 당연시 여기는 과정, 이게 대학의 4년이라는 주어진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이다. 나의 기초 능력을 만들어내는 것 이런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시간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와이즈베리, 2012

이 책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많은 가치들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처럼 보여지면서 그 의미를 상실해가는 현실을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우리나라가 그런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더욱 추천한다. 미국에는 국회의 방청권을 얻기 위해서 노숙자에게 돈을 주고 대신 줄을 서라고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할 수도 있다. 경제학적 관점으로는 나의 이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효율성의 논리로 인해 세상이 많이 바뀐 것을 시사한다. 그러한 모습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성을 들이려는 부분이 상실되었음을 보여준다. 정성을 중요시했던 옛 정신과 마음이 돈을 버는 것으로 바뀐거다. 순수하게 국민 한사람으로서 내 관심을 표현하는 과정들은 많이 약화됐다.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정성이라는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우리가 사는 사회에 노력하는 사람들은 행위 자체로 인정받게 된다. 이런 가치를 회복해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오늘 만드는 내일의 학교’

리처드 거버   열린책들, 2013

이 책은 리처드 거버라는 영국의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교를 변혁하기 위해서 노력한 내용을 담았다. 부모님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될까?’ 또는 ‘어떤 것을 갖춰주는 것이 앞으로 그 아이 성장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학교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읽어봐야 된다. 부모님이 자신을 어떻게 키웠을까 생각해보면 남들이 다 하는 것들을 따라 하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어쩔 수 없이 따른다. 좋은지 나쁜지 모르지만 하지 않으면 또 불안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은 다양하고 각자 다른 것들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세태에 따라 정해진 한 가지 길로만 아이들을 밀어 붙여서 대학에 보냈지 않은가. 어찌 보면 필요 없는 일들을 한 거다. 그래서 부모님들도 한 번 읽어보고 애를 키우는 과정에서 스스로 성찰을 해보면 좋겠다.


 
‘하버드 수재 1600명의 공부법’

리처드 라이트   월간조선사, 2002

먼저, 안타깝게도 번역본이 있긴한데 절판됐다. 원제는 ‘Make the Most of Collage’ 다. 책의 내용이 반드시 하버드 학생의 이야기는 아니다. 리차드 라이트라는 하버드 사범대의 교수와 다른 대학 여러 명의 교수는 10년간 대학생들에 대해서 조사를 한다. 성공적으로 대학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생활해왔는가를 주제로 논문도 발표하고 각종 서적도 만들었다. 그 중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알찬 대학생활을 하도록 쓴 책이 이 책이다. 다양한 친구를 사귀어라, 교수를 자주 만나라. 이런 이야기들이 있는데 대부분 우리나라 학생들이 거의 하지 않는 것이다. 요즘 학생들 대부분이 졸업 후에 어디 취직할까만 생각하는 것 같다.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토익 잘보고, 성적 좋고 그러면 취업을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다 똑같은데 회사에서 왜 필요로 하겠나. 남들이 못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야지 뽑힌다. 그런 자신만의 독특함은 대학에서 만들어야 한다. 이 책에 그런 이야기들이 있다. 좋은 성적이 전부가 아니다. 어떻게 나는 대학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대학이 나의 인생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고민해보면서 읽어보면 좋겠다.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동아일보사, 2008

세상의 많은 책들이 성공에 관한 책을 쓴다. 그런데 이 책은 실패에 관한 이야기다. 애팔레치아 산맥의 종주 코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는 이 산맥을 종주하는 목표를 세우고 도전을 했다. 그런데 책 끝에서는 실패를 한다. 우리는 항상 완성, 성공만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 책은 과정에 있었던 정말 재미난 이야기, 실패의 경험, 실수했던 이야기 등을 다룬다. 예를 들면 맨 처음에 등산 장비를 파는 곳에 가서 온갖 것을 샀는데 2주가 지나니까 무거워서 다 버리고 갔다는 이야기나 같이 갔던 동료가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이야기 등을 다루는 것이다. 저자는 그 과정이 지나고 나니 실패의 경험도 나의 삶의 일부분이 됐다고 말한다. 살아오면서 후회스러운 일들이 꽤 많다. 그리고 잘못을 한 경험도 있다. 국가로 보면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그런 역사를 감추지 말고 인정하면 좋겠다. 추악한 부분, 부끄러운 부분은 감추고 잘한 것만 보여줄 수는 없지 않는가. 이런 마음이 우리 사회 전반에 다 퍼지기를 원한다. 이런 마음을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있으면 나의 못난 모습도 보여주면서 나에게 이런 못난 모습도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 못난 나의 모습도 괜찮다는 것이다. 저자는 못난 과정을 드러내 나의 모습이 이렇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려주고 실패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렇기에 이 책을 추천한다.

 

정리·사진_ 김준수 기자 blueocean61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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