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시립대 대나무숲’에 모 교수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글이 게시됐다. 자신의 수업을 듣는 일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킨을 먹으러 가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개인적인 식사자리에 참여를 종용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이 제보를 수용해 학교는 성희롱 여부 진단에 초점을 두고 조사를 진행했으나 결국 ‘회색지대’라는 판단을 내렸다.

학교는 회색지대라는 표현을 들어 모 교수의 혐의를 공식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와 동시에 매년 배정됐던 교양필수 강의를 이번학기에 배정하지 않는 조치를 내렸다. 모 교수에게 이른바 비공식적으로 ‘처벌’을 가한 것이다. 처벌을 가했는데, 어떻게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학교의 논리가 모순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성희롱은 회색지대라는 말로 판단을 유보해서는 안 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노선이 활동가는 “회색지대라는 단어는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성희롱 여부에 대한 확실한 결론이 필요하다. 

학교는 이번 사건에 대한 해결책으로 ‘오픈 인비테이션’을 내놓았다. 강의실 외에서 자리를 가질 때 강의를 수강하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시에 공지를 할 것, 더불어 참여 여부가 학생들의 학점에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할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는 방안이다. 모 교수의 행위에 대해 학점상 불이익을 우려했다는 의견을 수용한 방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점을 산정하는 절대적인 권한과 기준은 교수에게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단지 학생들에게 학점상의 불이익이 가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방안으로 학생들이 과연 안심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학생과 교수는 각각 자신들의 행위가 서로에게 어떻게 받아들여 지고 영향을 미칠지 알지 못한다. 이러한 간극을 메우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사건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학내에 성희롱 문제에 대해 전문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학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교육을 통해 성희롱 및 성폭력에 대한 기준과 인식을 다시금 부여하고, 문제시 될 수 있는 행동의 범위에 대해 공유해야 한다.

학교 측이 내린 결론과 결론을 내리게 된 이유에 아쉬움이 남는다. 학생들 중 모 교수의 행위로 인해 불쾌함과 불안감을 느낀 학생들이 있다는 점, 더 나아가 이 사안이 공론화되기 까지 드러나지 않은 학생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소정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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