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에서 여가학을 가르친 지 7년째이다. 처음 인사를 나누었던 몇몇 교수님들이 전공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면 나는 당연 ‘여가학’이라고 답을 한다. 교수님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이다. 무엇을 거르냐?(‘여과’로 잘 못 들으신 분), 몸의 움직임에 대한 원리를 가르치냐?(‘역학’으로 잘 못 들으신 분) 라고 물으셨다. ‘여가학’이라는 학문은 다소 생소했던 것 같다. 이것도 당연한 것이, 우리학교에서 여가를 전공한 교수는 아마도 나 혼자일 것이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물어본다. 여가를 꼭 배워야만 하는가? 나의 대답은 “꼭 배워야 한다.”

14년 동안 여가를 공부해 온 나 조차도 여가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여가(餘暇). 남을 여, 겨를 가. 풀이하자면 ‘일이 없어 남는 시간’ 이라는 뜻을 지닌다. 하지만 과연 우리 삶에 있어 여가란 단순히 일이 없어 남는 시간, ‘짬’이라는 표현만으로 충분한 설명인가? 여가의 어원은 자유 시간, 남는 시간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스콜레(Scole)에서 유래되었다. 스콜레는 학문적인 토론이 행하여지는 장소를 가리키는 말로서 사용되었는데 영어의 학교(School) 또는 학자(Scholar) 또한 여기에서 유래하고 있다.

미국의 학교에는 School(여가의 어원)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미국의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즐기며 등교시간을 기다리는 이유는 바로 학교생활 속에서 여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University)는 이렇게 배운 여가를 종합하여 실천하고, 진정한 공부를 배운다. 반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고등학교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에서는 공부를 소홀히 한다. 여가를 배우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초, 중, 고등학교가 즐거운, 등교시간이 기다려지는 환경을 만들려면 여가에 대한 관심과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시립대학교 학생들의 일과는 짜여진 일상처럼 흘러간다. 아침에 등교 준비로 분주하게 보내고, 학교에서는 강의를 듣고 동아리 활동 등으로 바쁘게 지낸다. 대학과정 동안 취업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며 살고, 취업 후 승진과 더 많은 수입을 위해 또 30년 동안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곧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된다. 이렇듯 시간은 ‘마디’가 없으면 ‘정말’ 흘러간다. 빨리 흘러가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흘러간다. 대나무가 거센 비바람에도 부러지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고 성장하는 이유는 중간에 마디가있기 때문이다. 마디가 많을수록 삶은 튼튼해지고 건강해진다. 시간을 느리게 하고 시간의 흐름을 인지할 수 있게 해주는 삶에서의 그런 마디가 바로 이벤트(Event)이다. 거창한 이벤트만이 이벤트는 아니다. 하루의 작은 이벤트, 주중의 소소한 이벤트, 월간 이벤트, 연간 이벤트, 일생의 이벤트, 모두가 소중한 인생의 마디가 될 수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여가”다. 오늘부터 매일매일 마디를 만들어 보자. 달라진 삶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황선환(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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