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심사위원
국어국문학과 류순태 교수

이번 서울시립대문화상 시 부문에서는 본심의 대상으로 올라 온 작품들이 예년보다 많은 편이었습니다. 아마도 응모작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본심 대상작들을 살펴보는 동안 일상생활을 대하는 학생들의 예리한 시선과 그 시선을 언어로 담아내는 능력에 대한 감탄이 부지불식간에 새어 나오곤 했습니다.

본심 대상작들 중에서 심사자의 눈길을 끌었던 작품들은 <할머니의 세탁기>, <라디오>, <매미>, <능소화 아파트> 등이었습니다. <할머니의 세탁기>는 할머니가 사용하신 세탁기를 통해 할머니의 삶에 대한 공감을 그려 낸 작품인데, 단순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로 다채로우면서도 무리 없는 공감을 이끌어 내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라디오>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말들과 음악을 들으면서 갖게 된 상념을 담아낸 것으로 사물을 대하는 시적 감성이 매우 뛰어난 작품이었고, <매미>는 자신의 내면적 고통을 매미를 통해 진솔하게 잘 담아낸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능소화 아파트>는 담장을 타고 오르는 능소화꽃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아파트를 연결지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 낸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들 중에서 당선작을 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한 편의 시로 담아내는 데 있어서 각 작품들이 그만큼 독특함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심 끝에 <능소화 아파트>를 당선작으로, <할머니의 세탁기>를 우수작으로, 그리고 <라디오>와 <매미>를 가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능소화 아파트>를 당선작으로 선정한 것은 거기에서 드러나는 삶의 태도와 아름다움이 다른 작품들의 장점보다 더 커보였기 때문입니다. 밤이 되면 켜지는 아파트의 불빛들을 능소화꽃으로 또 열대야를 오히려 삶의 조화로움이 생생해지는 상황으로 체감하고, 그 체감한 바를 친숙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언어로 풀어내는 지은이의 능력이 돋보였습니다.

끝으로, 제29회 서울시립대문화상 시 부문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면서, 아울러 수상을 하지 못한 응모자들에게도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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