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부문 심사위원
국어국문학과 이동하 교수

예심을 거쳐 넘어온 16편의 소설들을 읽어보면 그 작품들 대부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몇 가지 특징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인 면모가 강하다. 섬세한 분위기 묘사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작품 속에 교양 차원의 지식이 다채롭게 드러나는데, 그것은 대체로 작품의 품격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작자의 자기 과시를 위한 도구로 기능하는 수준에서 그치기도 한다.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보이기는 하는데 대체로 추상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고민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자기정체성에 대한 질문이다. 그런데 대체로 서사가 약하다. 서사를 힘있게 이끌어나가는 추동력이 부재한다. 이것은 갈등이 약하다는 말로 대치될 수도 있는 지적이다. 갈등이 미약하고, 나타나더라도 모호한 양상을 띤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주인공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은 작자와 동일한 세대에 속하는 청소년들인데, 그들이 기성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공격적인 것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모호한 중립적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작품 속의 갈등이 모호하고 그것이 서사의 약화로 연결되는 현상에는 이러한 시선의 작용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까지 언급된 내용이 대부분 작품들의 일반적인 양상이라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붉은 하울링>은 흥미로운 예외를 이룬다. 이 작품은 감성적인 면모라든가 자기정체성에 대한 질문과 같은 요소를 다른 응모작들과 공유하면서, 다른 응모작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갈등의 강렬성과, 그것으로부터 연유하는 서사의 추진력을 확보하고 있다. 기성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서도 이 소설의 작자는 인상적인 예리함을 보여준다. 위와 같은 점들을 두루 고려하여,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런, 웨이>를 우수작으로 결정한다.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효과적으로 부각시킨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수의 모델’이라는 독특한 착상이 여기에 크게 기여하였다. <곰보 꼽추씨 이야기>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집요하게 밀고나가는 한편 ‘이야기 중심 소설’로서의 개성을 발휘한 점에서, 그리고 <늪의 바닥>은 복합적인 세계 인식의 능력을 차분하게 입증해 준 점에서 각각 성과가 인정되기에 가작으로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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