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 인문역량 사업’(코어 사업)이 시작돼 정책의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어 사업은 시행 이전부터 인문학계에서 큰 우려를 나타냈다. 인문학이 취업을 위한 학문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사회는 실용적인 학문, 즉 ‘실용적인 인문학’을 요구하고 있다. 인문학과 사회는 분리될 수 없다. 인간다운 삶을 연구하는 인문학에서 인간이 살고 있는 사회의 요구에 부흥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인문학이 취업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목표가 정당하다고 해서 그 과정도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비판해야할 점은 코어 사업의 정책 과정과 모델이다.

교육부는 ‘지역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인문학뿐만이 아닌 경제, 정치 등의 사회과학을 인문학 커리큘럼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물론 한 나라를 이해하고 전문가가 되는데 문학과 언어뿐만이 아니라 문화, 경제, 정치 등을 고루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 요소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교과목수, 전임 교수 비율은 그대로 둔 채, 이들 강의들을 신설하라고만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문학 및 고전 문학 강의를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융합적인 사고, 실용적 사고가 강조되는 시대에 위와 같은 커리큘럼의 다양화는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인문학의 기본 유지 · 발전과 함께 추가해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문학 안에는 경제학, 정치학이 담을 수 없는 인간의 치열한 삶이 담겨져 있다. 경제현상 안에서, 정치적 흐름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삶, 나라의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면 대체 어떻게 외국의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전문가가 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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