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평과 수직의 이미지

김: 영화 흐름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시작부터 끝까지 말이다. 처음 인상 깊었던 것은 타이틀 시퀀스다. 감독 이름과 영화 제목이 나오는 부분에서 수평적 이미지를 사용했다. 그런 이미지들은 분열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수평적 이미지뿐만 아니라 수직적 이미지도 사용한다. 수평, 수직적으로 분절되는 것 자체가 영화의 전체 구도다. 동시에 흥미로운 캐릭터로 등장하는 노먼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타이틀 하나가 전반적인 영화 내용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 타이틀 시퀀스 끝 부분에서는 수직적 이미지가 피닉스의 고층빌딩과 오버랩이 되면서 효과적으로 배경을 보여준다. 장면이 바뀌어 마리온은 샘과 밀회를 즐기고 출근한다. 사장이 예금하라고 4만 달러를 주는 것도 이 부분이다.

2. 긴장감은 관객을 공범처럼

이: 이후에 우연히 사장을 만난다. 조퇴 허락을 받고 은행에 들렸다가 집으로 가는 것으로 돼있는데, 횡단보도에서 사장과 마주치는 거다. 이때 관객은 어떻게 되겠나. 들킬지 말지 두근거리는 거다.
김: 도주 과정에서 경찰도 등장하면서 들킬 것 같은 느낌을 만든다.
이: ‘여기서 벌써? 안되는데’ 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좀 그렇지만 관객을 가지고 논다고 해야 할까. 관객과의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이런 방식을 선택했다. 영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등장인물들의 시점쇼트다. 시점쇼트로 인해서 관객이 등장인물과 동일시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긴장감이 계속 유지된다.
김: 마리온이 차를 바꾸기 위해서 자동차 매장에 방문한다. 매장의 화장실에서 마리온이 돈을 세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돈 세는 장면을 일일이 다 보여준다. 700달러를 지불해야 해서 7장을 세는데, 그 모습을 다 보여주는 거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7장을 같이 세게 되더라. 그런걸 보면 관객을 공범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3. 관음과 감정이입 대상의 전환

이: 노먼이 마리온을 훔쳐보기 위해 구멍을 뚫어놓은 벽 옆에 서있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노먼에게 떨어지는 조명을 잘 보면 한쪽은 어둡고 한쪽은 밝게 비춘다. 이중적인 자아가 충돌하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노먼의 자아와 다른 어떤 자아인데, 어떤 자아인지는 나중에 이야기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벽에 걸린 그림을 걷어내고 마리온을 훔쳐보려고 한다. 여기서도 재미난 것이 벽에 걸린 그림에 관련된 이야기다.
김: 그렇다. 성경 다니엘서 13장에 나오는 수산나 이야기를 그린 그림이다. 수산나가 목욕하는 것을 몰래 본 두 명의 노인들이 수산나와 정을 통하려고 협박을 한다는 내용이 성경에 나오고 그 내용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것이다. 결국 관음의 정서가 깔려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관음에 대한 그림을 걷어내고 노먼이 직접 관음을 하는 장면에서 그 점이 두드러진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관객이 관음을 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노먼의 시점쇼트가 적용돼 관객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공범이 된다.
김: 이제 그 유명한 샤워실 장면이 나온다.
이: 조명으로 범인의 실루엣만 비춘다. 칼을 들고 찌르는 범인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지 않으면서 궁금증을 계속 유발시키는 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리온과 동일시하게 된 관객은 당황하게 된다. 마리온이 돈을 가지고 도망을 갈까 말까하는 궁금증을 유발하다가 마리온을 죽게 만드는 것은 히치콕이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등장인물이 마리온인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다른 거다’라고 말하는 거다.
김: 수챗구멍으로 나선형을 그리며 흘러들어가는 피와 물줄기가 마리온의 눈동자로 변하면서 함께 관음한 관객을 질타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 살인 후에는 노먼이 마리온의 시체를 처리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노먼은 범죄를 저질렀지만 살인보다 작은 범죄를 저질렀다. 관음이나 살인 현장을 뒤처리하는 거다. 죽은 사람을 깨끗이 처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노먼과 스스로를 동일시하게 된다.
김: 더구나 노먼의 어머니가 살인을 저지른 것 같다는 심증을 두기도 했다. 저녁을 먹기 전에 어머니가 소리치는 장면을 통해서도 그렇고 살인 후에 노먼이 어머니를 부르며 소리치는 장면을 통해서도 그렇다. 노먼은 어머니의 잘못을 수습하는 역할을 했다고 관객들이 생각하게 만든다. 공범이라는 거다.
이: 깨끗이 치웠으면 하는 마음을 관객이 가지게 되는 거다. 그러면서 시체 유기가 성공할까 말까 하는 마음으로 관객이 영화를 보게 된다. 그 효과를 가장 잘 노리는 것이 늪에 자동차를 빠트리는 장면이다.
김: 맞다. 자동차가 늪에 가라앉는데 일부러 자동차가 한 번 걸리도록 한다. ‘저거 다 안 빠지면 어쩌나’하고 생각하게 하는 거다. 나도 영화를 볼 때 그런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더라. 이야기를 조금 진전시켜보자. 영화의 막바지로 말이다. 라일라가 지하실로 들어간다.
이: 공포 영화의 법칙이다.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을 꼭 들어간다.
김: 여기서 최종적인 반전이 등장한다. 어머니는 죽어있었던 것이고 그동안의 살인은 노먼이 벌인 것이라는 거다. 또 다른 자아는 바로 어머니의 자아였다.
이: 또 하나의 공포영화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귀신이나 초현실적인 실체가 초반부터 끝나기 전까지 영화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엔딩 부분에 가서야 확인시켜준다. 어머니의 목소리로 정리하는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노먼이 박제된 새들 영향 아래 놓여있는 것 역시 충분히 설명이 된다.

 
4. 복선과 ‘새’라는 모티브

김: 대사들이 계속 복선으로 깔려있었다. 모텔 장면에서 들을 수 있는 대사는 “언니와 함께 스테이크 3인분을 준비할게요”라는 거다. 나중에 가면 모텔에서 마리온과 노먼이 저녁을 먹는 장면이 있는데, 노먼은 사실 이중인격자이기 때문에 3명이 저녁을 먹는다고 할 수 있다. 차를 주차하고 차 안에서 하룻밤을 잔 마리온을 검문하는 경찰의 대사도 복선이다. “이 주변에는 모텔이 많습니다. 모텔에서 주무셨어야...”라고 경찰이 말하는데 최악의 조언이 됐다. 모텔에서 죽게 되니까 말이다.
이: 휴게실 장면이야말로 무시무시한 장면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모든 복선이 깔려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박제된 새’는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모티브다. 이는 죽은 어머니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노먼을 로우 앵글로 잡아서 올려다보는 장면이 있다. 이때 부엉이 한 마리가 벽 모서리 쪽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사실,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 마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노먼이 새들의 영향 아래 놓여있는 것을 뜻하며 지배적인 어머니와 수동적인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노먼이 늪에 서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노먼은 새가 모이를 먹는 것같은 행동을 한다. 입 쪽에 손을 가져다댄 뒤 오물거리며 주위를 돌아보는 행동도 새가 주위를 돌아보는 것같은 행동이다.
김: 설명을 들어보니 박제된 새가  어머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철저하게 구조화 된 영화다.


정리_ 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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