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평론가를 초청해 영화 상영 후 관객과 평론가가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립대신문에서도 관객과의 대화와 비슷한 코너를 기획했다. 우리대학에서 ‘영화의 이해’를 강의하고 있는 이주연 교수와 신문사 기자가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히치콕 트뤼포’라는 다큐멘터리가 개봉하고 히치콕의 영화가 재개봉했기에 그의 유명한 작품, ‘싸이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주-

 
김준수(이하 김): 영화를 모르는 사람을 위해 줄거리부터 요약을 해야 할 것 같다. 여주인공으로 ‘마리온’이 등장한다. 마리온은 남자친구인 샘과 결혼을 원하지만 샘은 아버지의 빚 때문에 거절한다. 샘과의 밀회를 즐긴 후 직장으로 이동하는 마리온. 직장상사가 예금하라고 준 4만 달러를 샘과 결혼하고 싶은 마음에 충동적으로 훔쳐 달아난다. 도주 과정에서 도로변에 있는 베이츠 모텔에 묵게 되는데, 그만 실종된다. 마리온의 언니인 라일라와 남자친구 샘, 그리고 사립탐정 아보가스트가 실종된 마리온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줄거리를 다루고 있다.
이주연(이하 이): 재미있는 설정이 마리온과 샘이 불륜 관계라는 거다.

김: 이 영화 어떻게 생각하나. 그러니까,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개봉했을 당시의 관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사실 ‘싸이코’는 유명한 영화다. 이 영화의 감독인 알프레드 히치콕(이하 히치콕)은 몰라도 ‘싸이코’를 알고 있거나, 설령 모르더라도 샤워실에서 벌어지는 살인 장면은 본 사람이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배경지식을 알고 영화를 보니까 서사구조에서의 반전이 조금은 덜 다가오더라.
이: 지금 이 시점에서 봤을 때는 파격적이거나 새롭지는 않다는 말인가.

김: 그렇다. 영화가 많이 발전된 상황이다보니 ‘싸이코’의 줄거리가 익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전 영화이고 이런 영화에 아직 친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있을 텐데, ‘싸이코’를 봐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고전 영화는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저런 영화가 그 당시에도 있었단 말이야?’라는 약간의 놀라움을 유발시킨다. 더불어 영화에 관심이 있던 학생들은 영화를 더 몰입해서 보게 한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지금 활동하고 있는 한국 영화감독들도 그렇고 다른 나라의 감독들도 그렇고, 감독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싸이코’는 교본이다. 전문가들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는 작품이라는 거다.
당시에는 이렇게 충격을 주는 영화가 없었기 때문에 히치콕 스스로가 색다른 마케팅을 기획했다. 영화가 시작한 다음에는 절대 관객을 들여보내지 말아달라고 극장에 부탁한 것이다. 그리고 극장에서 영화가 개봉한 다음에 좌석 뒤에 숨어서 관객들의 분위기를 살폈다. 샤워실 장면에서 관객들이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면서 너무 즐거워하고 희열을 느꼈다는 기록도 있고 이를 다룬 영화도 있다. 히치콕 삶에 대한, 특히 ‘싸이코’를 만드는 시기를 배경으로 한 ‘히치콕’이란 제목의 영화다.

▲ ‘싸이코’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준수 기자(좌)와 이주연 교수(우)

김: 말한 것처럼 당시 마케팅이 획기적이었다. 포스터에 ‘미국의 대통령이든 영국의 여왕이든 영화가 시작된 후에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라고 써놓았고 극장과의 협업을 통해서 실제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어느 곳에서는 히치콕의 이런 마케팅 때문에 영화 시작 전에 미리 들어가 기다리는 극장의 예절이 생겼다고 이야기 하더라.
이: 히치콕 본인 스스로가 영화 홍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배우들에게 비밀 서약, 선서도 시켰다. 철저하게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 제대로 머리를 쓴 거다.

김: 영화 해설에 앞서 원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싸이코’는 동명 원작 소설이 있다. 로버트 블로흐라는 작가의 작품인데, 이 소설은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 에드 게인이라는 악명 높은 살인마를 모티브로 해서 쓴 작품이다. 에드 게인은 여자들을 납치해서 죽이고 그 사람들의 피부로 옷을 만들어 입은 살인마다. 뼈를 깎아서 공예품도 만들었다고 하더라.
이: 듣다보니까 ‘양들의 침묵’이 떠오른다.
김: 맞다. ‘양들의 침묵’의 모티브도 이 사람이었다. ‘텍사스 전기톱 연쇄 살인 사건’도 그렇다.

이: 그런데 히치콕의 작품들은 원작이 있은 작품들이 굉장히 많다. 거의 다 있다고 보면 되는데 사실 원작들은 출중한 작품들이 아니다. 히치콕은 영화화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선택을 하는 편이었다. 또한 이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부인의 역할도 컸다. 원작을 크게 의식하거나 기대기보다는 가져올 것만 가져오고 버릴 것은 확실히 버리는 식으로 원작을 대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점도 나름대로 원작과 별개로 보여지는 영화를 만드는 데에 영향이 컸다고 본다.
김: 프랑스의 영화감독인 프랑수아 트뤼포가 히치콕에게 소설 싸이코를 왜 영화화 했냐고 질문했는데, 답하기를 샤워실 살인 장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제 영화 내용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정리_ 김준수 기자
blueocean617@uos.ac.kr
사진_ 김수빈 수습기자
vincent080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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