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편안한 노후를 꿈꾼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모두가 그러한 노후를 누리는 것은 녹록치 않은 현실이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60%이상이 일자리를 원하며, 이 중 절반이 생계 유지를 위한 일자리를 필요로 한다고 응답했다. 폐지수거부터 실버택배, 경비원까지. 생활비를 위한 노인들의 노동은 계속되고 있다.

▲ 지자체에서 폐지 수거 노인들에게 안전 조끼를 배부하고 있다.

제도 밖의 폐지 수거 노인

저녁 늦은 시간, 전광판 불빛과 고기 냄새 그리고 쉴 새 없이 울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한 거리. 시끄러움과 활기로 가득한 거리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잠시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들의 몸집보다 두 배나 큰 리어카에 폐지들을 산더미 같이 쌓아놓고 끌고 가는 노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하루 종일 거리를 배회하며 폐지와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노인들. 한국사회의 노인 복지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15년 발간된 서울연구원 보고서 ‘폐지수거 노인의 삶’에서는 폐지 수거 노인을 직업으로 정의한다. 더불어 폐지 수거 노인들이 제도와 산업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노인들에게도 그들의 능력에 기반을 둔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폐지 수거 노인들은 제도 밖의 기형적 직종으로 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 및 일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폐지 수거 노인이 제도 밖의 기형적 직업이라는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그러나 정부는 특별한 제재 혹은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인천 내일을 여는 집’ 손재오 시설장은 “정부차원에서의 보편적 지원은 사실상 힘들다. 폐지 수거 노인의 수가 많아 확실한 집계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현재는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여러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현황을 전했다.

폐지 수거 노인들은 정기적인 노동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지만 제도 밖의 영역에 있어 그에 상응하는 수입을 받지 못한다. 제지 업체에서 노인들의 수입을 결정하는 폐지 가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발표된 ‘관악구 재활용품 수거 어르신들의 생활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폐지 수거 노인들 중 하루에 8시간 일하는 노인들이 약 36%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여느 직장인들의 평균 근로시간과 같은 수치다.

그러나 노인들 중 약90%의 한 달 수입은 40만원 이하로 집계됐다. 2016년 기준으로 폐지 값은 1kg 당 60원 정도를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폐지 값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현재 폐지 수거 노인들의 수입은 더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폐지 수거 노인이 많은 현상에 대해 손 시설장은 “노인 일자리가 미비한 현실과 차상위 계층에 대한 연금제도가 미비해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두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 실버택배원이 물품을 배송하고 있다.

실버택배, 적합한 노인일자리일까

노인들의 열악한 일자리 현실을 고려한 정부와 민간단체는 노인일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그 중 각광받고 있는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실버택배’ 사업이 있다. 실버택배는 노인들이 택배 배송업무를 맡는 직종으로 10여년전 서울시 지하철 실버택배를 선두로 등장했다. 이후 지하철뿐만 아니라, 지역구를 중심으로 실버택배 사업단이 꾸려지고 있다. 민관협력의 형태로 마을단위로 실버택배 사업을 유치하기도 한다. 성북구에서는 길음 종합사회복지관과 사회적 기업 ‘살기 좋은 마을’이 협업해 실버택배를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노인일자리로 등장한 실버택배. 그러나 일각에서는 택배 배송 업무가 노인일자리로서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실버택배원들은 서울시내 곳곳을 지하철이나 버스로 이동하며 물품을 전달한다. 지하철 실버택배 노인들은 평균적으로 하루 일당 2만원의 보수를 받으며 일을 한다. 길음 종합사회복지관 실버택배 담당자는 “실외에서 하는 작업이다보니 계절별로 고충이 있다. 일의 강도도 조금은 있는 편이다”며 “현장의 노인들은 ‘일은 힘든데 그에 비해 보수가 적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노인들이 진행하는 일에 대해 사회적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담당자는 “노인일자리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일반 택배는 전문가들이 빠르게 진행한다. 그에 반해 실버택배는 진행과정이 비교적 오래 걸린다. 이런 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노인의 필요와 실태 고려한 일자리 필요해

정부는 매년 노인일자리 공급에 힘쓰고 있다. 노인일자리 정책은 보건복지부 산하의 기구에서 여러 유형의 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다. 더불어 고용노동부에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젊은 세대의 일자리에 비해 급여나 질적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일자리 사업에 참여함으로서 노인들이 얻게 되는 급여가 적다는 점이 주로 지적된다.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익활동형 일자리’를 통해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월 20만원으로 12년째 동결되고 있다. 정부는 2013년 ‘노인 일자리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017년까지 활동수당을 월 40만원까지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 역시 생계를 위한 수당으로는 적은 현실이다. 9월 발표된 ‘노인일자리 사업 평가’에서 역시 향후 재정요소를 고려한 노인일자리 보수의 점진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하는 노인일자리에 대한 질적 측면에서의 의문 역시 제기되기도 한다. 이러한 기관에서 제공하는 일자리가 단순 노동직에 그친다는 비판이다. 노인들의 경력을 이용할 수 있는 직종보다는 청소, 경비 업무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손 시설장은 “노인일자리가 있지만, 질적 측면에서의 고려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단순노동에 그친다”고 실상을 전했다. 이어 그는 “노인들 중에는 고학력자도 충분히 존재한다. 그들의 경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일자리는 잘 마련되지 않는 현실이다”고 전했다.

폐지 수거 노인은 노인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열악한 노동형태를 보여준다. 실버택배 역시 노인에게 적합한 노동의 형태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사업이라는 비판이 지적된다. 향후 노인들의 필요와 실태를 고려한 노인일자리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소정 기자 cheers7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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