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은 전공을 불문하고 고상하고 어려운 이론 수업이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교과내용에서 다루기 위해 기업과 소통하거나 창업현장에 발을 들여놓는 교수에 대해 대학 내 동료들조차 적잖은 조소를 보내며 ‘업자’ 취급을 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한 일간지에서 우리나라 공대의 교육과 연구에 대해 집중 취재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한국 공대는 10년째 같은 이론 수업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한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포드나 MIT 공대는  빠른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공과목을 매년 10% 이상 교체하고 있으며 가상현실이나 인공지능같은 산업현장의 이슈를 강의실로 가져와 학생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운다.

지금은 조선시대 고등교육 기관인 성균관의 전통을 지켜내야 할 시대가 아니다. 불변의 진실을 전달해야 하는 전공은 대학에서 이론중심의 수업으로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과 산업현장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할 공학과 같은 전공은 선진국의 연구비 공급 방식에 따라 연구와 교육에 대해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즉, 교수들의 관심을 산업현장으로 돌리기 위해 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교수는 기업과 정부가 공동으로 연구비를 지원해 주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연구에서 개발된 새로운 기술력을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교과목 개발 시에는 교육부와 학교 당국은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아껴서는 안되겠다.

이런 방식으로 연구와 교육이 결합되면 학생들은 수업에서 배운 신기술을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창업에 도전하게 되고, 기업에 진출한 학생들도 기술력으로 환영받게 될 것이다. 대학은 높은 벽을 허물고 사회 공헌 입장에서 전공별 정체성을 재조명하고 구체적인 커리큘럼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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