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학사를 논한다면 빠지지 않는 인물, 사후 100년이 가까이 됐지만 아직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가, 천 엔짜리 지폐에 얼굴을 새겼던 인물, 그가 바로 ‘나츠메 소세키’(1867~1916)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시작해 <산시로>, <문> 등 수많은 대표작을 남긴 나츠메 소세키는 근대일본의 정신, 메이지의 정신을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그가 죽기 전에 발표한 소설 <마음>은 100년 후인 현대에 읽어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 ‘나’는 여름방학에 놀러간 바닷가에서 우연히 연상의 남자를 만나고, 왠지 모를 감정에 의해 그에게 이끌린다. 이후 나는 연상의 남자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여가며 그의 집까지 찾아가게 된다. 선생님의 집을 드나들면서 나는 선생님이 가진 지식과 사상에 매료돼 점점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대학을 졸업한 후, 나는 아버지가 병으로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귀경하게 되지만 고향에서도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에 하루라도 빨리 도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버지를 간호하던 도중 선생님으로부터 편지가 온다. 편지의 서두에서 선생님은 자살을 결심했다는 충격적인 고백한다. 나는 급히 도쿄로 가는 기차를 타고 기차 안에서 선생님의 편지를 읽는다.

나는 선생님을 정신적 구도자로서 존경한다. 선생님의 삶 속에서 목표가 없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대답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선생님은 수수께끼의 존재다. 그렇기에 나는 선생님이 걸치고 있는 비밀이라는 옷을 열렬하게 벗겨내려 한다. 선생님은 일본 제일의 대학을 졸업했으며 뛰어난 학식을 갖고 있지만 일도 하지 않고, 글도 쓰지 않는 백수다. 선생님은 매주 누군가의 묘지를 방문하지만 묘지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선생님 부부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선생님에 마음에 있는 이름 모를, 원인 모를 벽은 사모님을 초라하게 만든다. 사모님을 사랑하지만 ‘사랑은 죄악’이며 자신은 고독한 인간이라고 말하는 선생님의 의미심장한 말 속에서 어린 나에게 선생님에 대한 인간적 호기심은 더욱 커질 뿐이다.

소설 <마음>은 이기적 욕망에서 격변하는 ‘인간의 마음’을 조명한다. 선생님은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후 작은 아버지에 의해 대부분의 재산을 빼앗긴다. 인간에 대한 의심과 증오 속에서 피폐해진 선생님은 사모님을 만나 열렬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절친 K도 사모님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선생님은 돌변한다. 질투와 조바심의 감정 속에서 사모님을 뺏기지 않으려는 궁리하고 이는 결국 K를 자살로 몰고 간다. 사랑 때문에 절친 K를 배신한 선생님의 모습은 결국 재산 때문에 선생님을 배신한 작은 아버지의 모습과 겹쳐진다.

선생님은 작은 아버지와 다를 바 없는 자신을 증오한다. 자신에의 증오는 자신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 꿈조차 꾸지 못하고 사모님에 대한 사랑조차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선생님은 증오하는 자신을 벌하기 위해 자살을 택한다. 아무 상관도 없는 나에게 장문의 유서를 보내며 소중한 제자인 나로 하여금 인생의 충고를 서슴없이 해주며 희망적인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하지만 자살로 선생님의 죄는 끝난 것일까. 선생님은 나에게 유서를 남겼지만 사모님에게는 유서조차 남기지 않는다. 심지어 사모님께 편지에 대해서는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으로 편지가 끝이 난다. 남겨진 사모님은 선생님에 대한 오해로 평생을 살게 되지 않을까. 이기심과 욕망 속에서 휘몰아친 선생님의 인생은 그렇게 이기적인 자살로 막을 내린다.

소설 <마음>에서는 어떤 등장인물도 제대로 된 이름이 나타나 있지 않다. 소설의 등장인물에 이름이 없다는 것은 두 가지 경우다. 굳이 이름을 밝힐 필요도 없는 일기와 같은 소설인 경우나 등장인물이 사회 전반을 대변하는 경우일 것이다. 이에 대한 진실은 작가만이 알 터이지만, 100년이 지난 오늘날의 현대인이 읽어도 공감할 수 있다면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저자는 메이지 시대에 시작된 자본주의와 개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조심스럽게 짚어냈던 것이 아닐까.    
           
소설 <마음>은 인간의 이기적 욕망, 지적 호기심뿐만 아니라 메이지 시대의 일본인들의 정서 및 문화와도 맞닿아있는 책이다. 일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국승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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