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를 가득 메운 노동자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직장이 아닌 국회로, 거리로 나섰다. 파업으로 지하철이 늦어지고, 은행이 문을 닫았다. 정부와 일부 언론에서는 총파업을 두고 연봉 5000만원이 넘는 귀족노조의 기득권 사수 움직임이라 말하고, 노동자 측에서는 국민을 위한 투쟁이라 외친다.

효율성, 공공기관에 적합할까

성과연봉제는 공공기관 노동자 70%를 대상으로 성과평가를 실시해 노동자별 연봉을 매년 결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공공기관 효율성 제고’라는 취지를 내걸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확대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기존의 호봉제에서 탈피해 성과에 따른 임금 차등지급을 통해 공공기관 내 생산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는 정부가 주도하는 경영평가에 반영된다. 이에 공공기관 사용자 측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측의 움직임에 맞서 노동자들은 지난 1일 3만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당일 집회에서 서울대 병원분회 박경득 분회장은 “공공기관은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일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반하는 지침을 내렸다. 공공병원이 환자의 필요에 의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많이 내는 방식으로 일하라는 주문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박용철 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라 공공성과 효과성을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조직이다. 효율성의 잣대만으로는 평가를 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고 진단했다.

일방적인 노동통제 우려돼

성과연봉제는 단순히 ‘인센티브’ 개념이 아닌 징벌적 성격의 성과급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현재 제시한 성과연봉제 모델은 ‘제로섬 방식’이다. 성과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기존에 받던 월급의 일부를 떼어서 성과가 높은 사람들에게 성과급으로서 제공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노동자 간 임금격차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게 될 경우, 최하위 노동자와 최상위 노동자의 연봉차이는 20%가량 나게 된다. 실제 노동자들의 연봉에 적용해보면 이는 15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성과연봉제가 저성과자 퇴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저성과 자들을 대상으로 업무 재교육에 중점을 둘 것이며 이를 통해 저성과자들의 해고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동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변론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성과연봉제 평가기준에 노동현장의 목소리보다도 관리자의 의사가 더욱 크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직무급 체계가 보편화돼 있는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는 성과 지표를 노사가 공유하는 체계가 사회적으로 마련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표에 대한 노사 간의 합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으로서 당일 집회 투쟁 연사를 맡은 프랑스 CGT 공무원노조 두니아제 자오슈 연대위원장은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관리자들의 임의적인 평가에 의해 노동자 간의 경쟁이 촉발될 것이다. 이 제도는 일부의 정당과 기득권 세력을 위해 악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연구위원은 성과연봉제에 대해 “성과급을 통한 효율성 제고는 표면적인 것이고, 본질적으로는 노동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진단했다. 징벌적 성격의 성과급제도와 노동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평가 지표 하에서 노동자들은 경쟁을 통해 개별화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일정한 비율의 인원이 적은 임금과 퇴출의 위험에 노출되는 제도하에서 노동자들은 경쟁을 할 것이고 결국 단기 목표에 매몰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글·사진_박소정 기자 cheers7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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