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묘사한 연합뉴스의 일러스트레이션
지난 26일 원주의 한 중학교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받던 학생이 폭행을 당하던 중 동급생의 복부 등을 흉기로 찔러 중태에 빠지게 한 사건이다. 각종 언론은 이 사건을 학교 측에서 충분히 방지할 수 있던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가해자의 정당방위가 인정돼야 한다는 의견과 흉기로 동급생을 찌른 행위는 잘못이라는 의견이 나뉘어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많은 논쟁거리를 양산한 이번 사건을 더욱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교육의 시각으로도 바라봐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학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기능주의적 관점과 갈등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교육

이번 사건은 학교라는 사회 안에서 일어난 만큼 교육사회학에 주목해봐야 한다. 교육사회학은 교육과 사회와의 관계를 규명하고 사회학적 연구법으로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나 문제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또한 교육에 대한 사회과학적인 탐구를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인간과 사회 그리고 교육이 주고받는 관계를 파악하고자 한다. 이러한 교육사회학에는 기능주의적 관점, 갈등주의적 관점 등의 큰 틀로 현상을 연구하는 거시적 관점과 해석학적 관점 등의 미시적 관점이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교육과 학교를 바라보는 방식은 기능주의적 접근 방식과 갈등주의적 접근 방식으로 나뉜다. 기능주의적 관점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사회의 건강한 유지에 필요한 생존·안전·균형같은 기능들은 교육이라는 도구로써 실현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교육자인 에밀 뒤르켐은 학교는 사회의 반영이고 교육이 사회적 결속을 이루게 한다고 말한다. 그는 사회가 구조적으로 교란돼 어떠한 규범이나 가치가 상실되면 개인이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아노미 이론을 주장했다. 가치관의 혼란에 빠진 개인이 일탈행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일례로 도둑질이라는 일탈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을 자본주의 시대의 물질 중심적 사회분위기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도둑질을 하면 안 된다는 규범이 지켜졌지만,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돈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학생들이 많은 돈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점차 커져 도둑질이라는 일탈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학교에서는 도둑질이 비위행위라는 것을 교육해 규범 정립을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그는 “교육은 그 사회구성원이 건강한 상태일 때만 건강할 수 있다”고 했다.

기능주의적 입장에서는 학교가 사회에서 필요한 기능을 가르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갈등주의적 시각에서는 이런 기능주의적 입장을 비판하며 학교는 불평등한 사회의 질서 속 지배계급이 만들어낸 가치나 규범등을 주입하는 도구라고 본다. 이 관점에서는 학교라는 사회에서도 갈등상황이 일어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본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아비투스’라는 개념으로 이를 설명하려 했다. 아비투스는 특정계급이 만들어낸 성향체계이다. 이런 아비투스는 사회화를 통해 계승된다. 이것을 교육에 적용해보면 지배층은 학교교육을 통해 그들의 성향체계를 전수함으로써 사회적 정통성을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갈등주의적 시각에서는 교육은 단순히 지배계급이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피지배계급에게 전수하는 도구일 뿐이다.

 
 
개인과 사건의 특성에 주목하는 해석학적 관점

사회 구조의 틀로 사회를 바라보려 했던 위의 두 관점과 달리 개개인의 특성에 주목한 관점이 있다. 바로 해석학적 관점이다. 해석학적 관점은 기능·갈등주의적 관점이 주체로서의 인간을 간과한 점을 비판했다. 이 관점은 인간 개개의 특성과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결과와 변화에 주목한 미시적 관점이다.
이러한 결과와 변화는 ‘상호 작용이론’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쉽게 얘기하자면 이 이론에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 학생이 영향을 받고 거기에 맞춰 변화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교사가 어떤 학생에게 칭찬을 많이 하고 자신감을 북돋으면 그 영향을 받아 좋은 쪽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상호 작용이론은 일탈을 설명할 수 있다. 바로 ‘낙인 이론’이다. 낙인 이론은 일탈행위가 일어나는 이유를 부정적인 영향의 결과라고 파악한다. 교사나 학생이 어떤 학생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부여하게 되면 그 영향을 받은 학생이 일탈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학급에서 담임교사가 평소 비행학생으로 생각하는 A는 사실 비행학생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담임교사에게 비행학생으로 낙인찍힌 이후 A는 스스로 비행학생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점점 비행행위를 하게 된다. 이것이 낙인 이론으로 일탈이 일어나는 과정이다.

해석학적 관점에서는 학교문제 해결을 위해 교사가 학생들 개인의 특성에 대한 파악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해결방법론보다는 각각의 문제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 개별적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 면담이나 평소 세심한 관찰을 통해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결을 해나가야 한다. 이처럼 해석학적 관점에서는 교육자의 역할이 강조된다. 

학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자의 역할

지금까지 교육사회학의 여러 관점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원주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여러 언론기사에 의하면 흉기로 찌른 학생이 1교시에 교사에게 상담을 신청해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지만 교사는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았고 2교시 수업에 들어갔다. 2교시가 끝난 후 학생은 화장실에서 폭행을 당했고 결국 흉기로 동급생을 찌르게 됐다. 학교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거시적관점과 미시적관점을 종합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우리대학에서 교육사회 강의를 하는 조윤정 강사는 “학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 개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학교평가 등의 실적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학교나 교육자들이 처리할 업무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며 “교육자의 과도한 업무 부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학급의 담임교사가 업무 부담이 있으면 개개인의 학급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기가 아무래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며 근본적인 교육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어 조 강사는 학교 문제를 교육 방침으로 해결한 프랑스의 사례를 들었다. 조 강사는 “프랑스의 경우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곁엔 교사나 멘토가 늘 함께 있다. 또한 매 쉬는 시간에 학생들을 운동장에 모이도록 해 옆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이는 학생들의 비행 행위를 할 기회를 막았다”며 “프랑스 학교의 이러한 시스템은 실제로 학교 내 문제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문제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조 강사는 “이 사건을 포함한 학교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돼있는 경쟁 중심의 분위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경쟁이 심한 입시만을 중시하기에 인성적인 교육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 내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 학교와 교사, 그리고 우리사회가 학교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


장한결 기자 uiggg@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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