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열린 김영란법 설명회에서는 ▲‘서울특별시 공무원 행동강령’(이하 박원순법)과 김영란법 비교 ▲행사 및 학회 후원에 관한 김영란법 위반 여부 등 김영란법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이 다뤄졌다. 이외에도 기존 취업계와의 충돌 문제, 제자로부터 캔커피를 받았다는 이유로 신고 당한 교수 등 최근 대학가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영란법을 파헤쳐 봤다.

우리대학은 김영란법뿐만 아니라 박원순법도 함께 적용된다. 지난해 8월 개정된 박원순법의 적용대상에는 우리대학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전임교원과 조교까지도 포함된다. 우리대학 교수 및 조교는 서울시 공무원으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감사위원회 강은희 과장은 “서울시 소속 공무원은 김영란법과 박원순법을 모두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박원순법과 김영란법은 불법청탁 및 금품수수를 금하는 것에는 맥을 같이하지만 크게 세가지 부분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우선 박원순법은 음식·선물·경조사비의 수수허용 금품의 기준이 더 엄격하다. 김영란법의 경우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교·의례 목적으로 하는 경조사비를 10만원 이하로 설정했지만 박원순법은 5만원 이하다. 이에 따라 박원순법의 적용 대상인 우리대학 교직원들은 경조사비로 5만원 이하를 받아야 한다. 다음으로 교수 및 고위 공무원의 외부 강의의 사례 기준도 더 엄격하다. 우리대학 교수 및 조교들의 외부 강연비, 기고비 등도 김영란법에 따르면 최대 50만원이지만 박원순법에 따르면 최대 40만원이 된다. 마지막으로 수수허용 금품 이외의 금전 수수의 경우 직무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10원만 받아도’ 처벌되기 때문에 특히 유의해야한다.

김영란법이 시행됨에 따라 우리대학에서 주최하는 행사가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대학은 기업이나 외부기관의 후원을 받아 일부 행사를 개최해 왔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이 직무관련 여부 및 그 명목에 관계없이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는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총무과 김유정 주무관은 “행사 개최를 위한 후원을 받을 때, 법에 명시된 요건을 모두 구비하면 정당한 근거에 의거한 협찬으로 인정돼 법 위반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후원이나 기부의 경우 공공기관과 협찬자가 투명한 절차에 따라 계약을 체결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계약이 일방적이지 않고, 협찬의 내용에 상응하는 대가가 존재해야 한다. 교무처는 후원자와의 관계를 소명해야하는 문제가 있어 행사 등에 후원을 받는 것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문섭 교무처장은 “교육사업에 기부·후원을 받는 것을 잘못 해석하면 부적절한 목적이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며 “법이 시행되는 방향을 잘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특히나 공립기관인 우리대학 특성상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고민을 표했다. 

김영란법이 처음 시행된 지난 28일 모 대학의 교수가 학생에게 캔커피를 받은 사실이 신고되면서 떠들썩해졌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교수와 학생은 직무연관성이 있는 관계로, 학생의 행위가 성적에 관련한 부정청탁으로 간주될 수 있다. 또한 사회통념상 학생은 교수보다 아랫사람으로 간주되기에 학생이 교수에게 금액에 상관없이 금전적 선물을 하거나 밥을 사는 경우 김영란법에 위반된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은 교수에게 학생들이 주는 것을 일절 받지 말라는 공문을 내리기도 했다. 학생들은 스승의 날에도 편지 등의 금전성이 없는 물품만을 교수에게 선물할 수 있다. 김희식 교수회장은 “당분간 학생이 가져다주는 것은 작은 것들조차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원칙에 입각한 태도를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불공정한 이유로 교육기관의 입학·성적 등 업무 처리를 요구하면 안 된다’는 조항에 따라 성적 입력 기간 중에 학점을 올려달라는 요구뿐만 아니라 낮춰달라는 요구도 불법청탁으로 간주된다. 한문섭 교무처장은 “성적을 낮춰달라고 하는 행위도 원칙적으로 교수들이 거절해야하는 사안”이라며 “재수강을 위해 학점을 낮춰달라는 불순한 요구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조기에 취업한 학생의 출석을 과제와 시험으로 대체하던 관행인 ‘취업계’가 인정되지 못한다는 것에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대학 내의 학칙 개정을 통해 취업계를 인정해 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일부 대학들에서는 여전히 조기 취업자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학생들은 각 학교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우리대학의 경우 ‘단, 학기 중에 취업하여 학사내규 40조에 따라 대학장의 승인을 받고 출석에 상응하는 활동을 하여 담당교수의 승인을 받은 자’라는 예외조항을 학칙에 추가하기 위해 입법 예고에 들어간 상태다. 한문섭 교무처장은 “조기에 취업을 했다고 해서 학점을 무조건 인정해주려는 의도는 아니다. 학생이 출석에 상응하는 노력을 했는가에 대해 판단하는 권한을 교수들에게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무처장은 예외 조항의 적용 대상을 잔여 학점이 17학점 이하로 남은 상태에서 마지막 학기 혹은 초과 학기를 다니고 있는 학생으로 한정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교무처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입법 예고 기간 동안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취업계에 관련한 예외 조항은 11월 초 법규조정심의위원회를 거친 후 11월 말에 공표될 예정이다. 교무처장은 “이번 학기에 취업한 조기 취업자들도 취업계가 인정되도록 학칙 개정을 최대한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외 규정이 확정되지 않은 9~10월의 조기 취업자도 학칙 개정이 이뤄지면 취업계를 신청할 수 있다.

지난 김영란법 설명회를 통해 학회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학회나 학술대회를 준비하면서 기업이나 기관의 후원을 받는 경우가 대학가에서는 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후원으로 개최된 학회는 학교 행사와 같은 이유로 김영란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 김희식 교수회장은 “학술 대회의 경우 많게는 3000만원 정도가 드는데 절반은 관련회사의 지원으로 이뤄진다”며 “그러나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기업의 지원이 김영란 법에 저촉되는 점이 많아 기존처럼 지원받기가 어려워질 듯하다. 이로 인해 학술활동이 위축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간 강사, 원어민 강사, 명예 교수 등 비전임교원들은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교무처장은 “학생을 가르치고 성적을 평가하는 행위는 공무 수행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업무에 따라 비전임교원도 김영란법의 기준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개정되는 고등교육법에서 강사도 교원의 지위를 부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는 비전임 교원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된다.

김영란법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행되는 법이며 구체적인 판례도 없는 실정이다. 또한 ‘직무연관성’의 범위가 확실하지 않다. 이 모호성은 현재 많은 혼란을 낳고 있다. 서울특별시 감사위원회 강은희 과장은 “시행 당일에만 1000건의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며 “주변의 공직자, 언론인들도 매우 조심스러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대학도 마찬가지다. 교수회장은 “교수들 사이에서도 생활방식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판례도 없어 사소한 것까지도 조심하고 있는 입장이다”며 “개별적인 경우에 대한 질문이 많아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어 모호한 점을 최대한 밝히려 한다”고 설명했다.

강 과장은 “시행 초기이다보니,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제시한 예시 말고는 확실히 위법이다 아니다를 가리기 힘든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시간이 흘러 법이 자리를 잡으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