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지난 19일 SNS 상에서 한 시인의 성추행 사실을 고발하는 글이 게시된 것을 시작으로 문학계 내부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실들이 하나둘 세상 밖으로 공개됐다. 이름이 공개된 작가들 중에는 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작가도 있었다. ‘#문단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문하생들과 출판사 직원들의 울분이 터져 나온 것이다. 게시글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충격 그 자체이며 피해자들이 느꼈을 굴욕과 치욕들이 전해져 온다.

폐쇄적인 문학계의 분위기는 문학계의 성폭력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스승의 문학을 동경하고 배우고자하는 문하생과 무슨 일이 있어도 작가들의 글을 출판해야하는 출판사 직원은 을 중에 을일 수밖에 없다. 소위 이름 있는 작가들이 권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제자들을 등단시킨다는 문학계의 암암리 한 비밀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문인은 돈과 거리가 멀다. 자신이 기초생활수급자이지만 문학을 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밝힌 한 청년작가의 SNS 글은 작가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느끼게 해준다. 이번 사건을 고발한 문하생들도 그렇다. 자신이 겪어온 인생들과 되뇌어온 고민들을 독자에게 보여주고픈 작은 새싹들이다. 그런 청년작가들의 꿈이 짓밟히고 있다. 성추행범들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꿈 많은 여성 청년작가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서울시립대신문의 기자이기 이전에 국어국문학과의 학생으로서 현 문단의 실태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자한다. 문학은 인간의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에서 시작해 ‘바람직한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까지 다다른다. 독자들은 문학을 읽고 저자들이 던진 담론을 곱씹고 재해석하며 자신의 윤리적 내면을 확장해 나간다. 다시 말해 문학의 본질 중 하나에는 윤리적 기능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 ‘늙은 은교’, ‘젊은 은교’라는 단어를 문하생들에게 붙여가며 성폭력을 자행한 작가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창조한 인물과 작품이 고작 이런 파렴치한 행위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 이는 당신의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들에 대한 기만이며 문학에 대한 모독이다.

문단을 시작으로, 영화계, 미술계에서도 스승, 권위자들의 성폭행을 고발하고 나섰다. 이는 폐쇄적인 우리나라 예술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지금부터라도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야한다. 외면 받고 있는 문학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진정성 있는 문학계의 노력뿐이다.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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