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 무엇이 남았나. 법과 규칙을 포함한 모든 것이 무너졌다. 검찰에 대한 신뢰도 곤두박질 쳤다. 현직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검찰 역시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광화문광장에 모여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무것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5%까지 떨어졌다. 역대 대통령 통틀어 최저치다. 국민들은 작금의 상황을 국가 경제가 무너졌던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게 인식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한국 사회의 최고위층이 얼마나 부패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수치가 됐다. 민주주의에 문고리가 웬 말인가. 국정 대신 문고리를 움켜진 비서관들은 국가에 대한 배임을 저지른 셈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고리를 움켜쥔 손으로 또 무엇을 움켜쥐었나. 그들은 누구와 악수를 하고 누구로부터 무엇을 받았나. 책임을 철저히 추궁해야 한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최순실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다 알았지. 그걸 몰랐다고 하면 다 거짓말”이라는 발언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문고리를 뜯어내야 한다. 아니 문을 통째로 뜯어내야 한다. 청와대에 문고리가 달린 문을 달아준 자들, 이를 알면서도 방관한 자들 모두 처벌해야 한다.

대통령은 내각을 새로 구성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판단했다. 잘못된 판단이다. 새로운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국민안전처 장관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현사태는 있어야 할 인물이 없어 발생한 것이 아니다. 없어야 할 인물들이 문고리 너머에 포진해 발생했다. 문을 뜯고 감춰졌던 인물들을 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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