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벨문학상이 생긴 이래 최초로 대중음악가가 상을 받게 된 순간이다. 하지만 이번 노벨문학상의 발표는 많은 논란이 뒤따랐다. 밥 딜런의 수상을 지지하는 여론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선정결과를 비판하는 여론도 나타났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문학이 아닌 노래 가사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냈다.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으면 안 되는 것일까. 노벨 문학상의 심사 기준부터 살펴보자.

시로서 인정받은 밥 딜런의 가사

노벨문학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장에 적힌 대로 ‘인류에 대한 가장 위대한 공헌’과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탁월한 작품’ 등의 선정 기준을 갖는다. 밥 딜런은 1960~70년대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가수다. 당대 미국은 냉전체제하에서 세계 각 지역에 참전할 때였다. 밥 딜런은 이러한 냉전체제와 미국의 호전성을 비판하는 가사를 통해 평화를 노래했고 그의 노래는 전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다른 사람이 내 입으로 말하고 있지만, 나는 오직 내 마음에만 귀를 기울인다네.’ 아름다운 시적 표현으로 호평을 받은 밥 딜런의 ‘I and I’의 노래 구절이다. 이처럼 그의 가사는 불합리한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인류가 부른 상징이었으며 그의 후기가사는 시적인 측면을 인정 받았다.

“작품이 아닌, 텍스트에 집중하자”

밥 딜런의 노래가 가진 문학성은 충분하지만 노래 가사와 문학은 엄연히 장르가 다르다. 하지만 문학비평의 역사를 살펴보면 노래 가사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롤랑 바르트는 그의 저서 <작품에서 텍스트>를 통해 저자보다는 독자를, 작품보다는 텍스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롤랑 바르트에 의하면 독자에게 있어 작품은 텍스트에 지나지 않는다. 텍스트는 글 또는 언어 그 자체이며 가변적인 기호 체계를 말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텍스트는 정의할 수 없는 개념이기도 하다. 텍스트는 장르, 위계질서에 구애받지 않으며 모든 언어 체계 속에 존재한다. 따라서 텍스트는 문학 이외에도 노래가사, 영화 등 문화 전반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텍스트가 된 문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이며 그에 따라 의미는 무한대적으로 확장된다.

실제로 독자에 따라 시 한 편, 소설 한 권의 의미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저자가 어떤 것을 의도하든, 의도한 그대로 독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시를 읽어도 풋풋한 나이에 읽을 때와 성숙한 나이에 읽을 때, 연애의 감성이 충만한 상태에서 읽을 때와 이별한 뒤에 읽을 때 등 독자들은 자신의 가치관, 경험, 인생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결국 작품이 텍스트로 간주되면서 장르 구분은 무의미해지고 독자가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게 됐다. 이에 따라 밥 딜런의 노래 가사도 문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문학의 영역 확장은 계속 된다

문화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문화의 영역은 점차 확대되어 간다. 과거에는 인간의 정신 활동 가운데서 ‘세련되고’ 일정한 유형을 지닌 ‘정제된’ 형태의 의식을 가져야만 문화로 간주했다. 이에 따라 근대 이전의 문화는 지배계층의 전유물인 문학, 클래식, 연극 등의 정신적이고 교양 있는 것이었으며 이외의 피지배층의 문화는 저급한 것, 문화가 아닌 것으로 취급되어왔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와 레이엄드 윌리엄스를 비롯한 문화학자들은 문화의 외연을 ‘대중문화’라는 용어로 넓혀놓았다. 신분제도가 사라지고, 인간 개개의 삶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 속에서 문화는 있는 그대로 인정받게 된다. 결국 문화는 인간의 삶의 총체로서, 개개인이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행위로까지 확장된다. 다시 말해, 인간의 모든 활동이 문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문학 또한 마찬가지다. 기존의 문학은 지배계층의 전유물이자 인간의 순수하면서도 독자적인 문화활동으로 추앙되어 왔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문학은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대중문화가 됐다. 이 과정에서 장르구분의 칸막이는 점차 사라졌다.

1901년 노벨문학상이 시작된 이래 문학과 문화의 패러다임은 계속 바뀌어 왔으며 바뀌어 갈 것이다. 밥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른다.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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