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전혀 다른 세계에서 생활해 보는 것을 상상해 본 적 있는가. 애니메이션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의 주인공이 된다면 짜릿할 것이다. 가상현실(이하 VR(Virtual Reality))이 그 꿈을 이뤄줄 수 있다. 지난 10월 9일 상암 코리아 VR페스티벌(이하 VR페스티벌)이 상암동 디지털 시티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우리의 뇌를 속이는 VR

VR이란 고글형, 헬멧형 기계를 착용하는 것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기어 VR’을 비롯해, 고글형의 VR기기가 강세를 보인다. VR기기의 원리는 3D안경과 비슷하다. 양쪽 눈에 다른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입체적인 감각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 VR기기에서 영상이 나오면 이용자는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해 VR기기에 의해 뇌가 가상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있다고 속게 된다. 시각 · 청각을 중심으로 뇌를 속여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내부의 일이 현실인 것처럼 유사 체험하게 하는 기술을 VR이라고 하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VR산업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늘고 있다. 2020년이 되면 세계 VR시장은 약 12조 규모의 거대 시장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도 VR에 대한 지원이 눈에 띠게 활발해졌다. 정부에서는 VR을 미래 산업으로 지정하고 VR육성정책과 약 4000억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으며 삼성, LG 등의 굴지의 전자 기업들에서도 VR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게임 ‘모탈 블리츠’ 부스 안. 손에는 게임용 총을, 등에는 노트북을 착용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한다.
▲ VR기기를 착용하고 상하좌우로 정신없이 움직이는 기계를 타면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이 든다.
VR페스티벌, 넘나 즐거운 것!!

VR페스티벌도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VR정책 중에 하나다. 게임에 관심이 많아 VR페스티벌에 참석한 안희원(22) 씨는 “요즘 게임 좋아한다는 사람 중 VR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이번 페스티벌은 게임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VR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다”고 평을 남겼다. 지난 9일에 열린 VR페스티벌은 게임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건축, 교육 등의 다양한 분야의 회사들이 참여했다.

 VR페스티벌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체험형’ VR들이 대거 공개됐다는 점이다. 안 씨는 “기존에 공개된 VR은 영상들이 내 눈앞에서 펼쳐질 뿐이라 아쉬웠는데 VR페스티벌에서는 내가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4D X VR’ 부스는 4D기술과 VR의 융합을 모색했다. 그 중 ‘VR Ride’는 이용자들이 VR기기를 착용하고 흔들리는 기구에 앉아 흡사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콘텐츠다. 이외에도 산악자전거, 스키 등 VR의 영상과 기구를 타는 생동감이 결합됐다. 소니의 게임기 ‘PSVR’은 액션 게임의 주인공이 되는 기분을 선사했으며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는 KT와 삼성 전자를 비롯한 다양한 회사들이 출시 예정작들을 선보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작제작센터 김선민 레지던스 크리에이터는 “시각과 청각뿐만 아니라 촉각, 후각 등의 감각들에도 영향을 준다면 이용자의 몰입도는 그만큼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VR게임을 100% 즐기기 위해서는 넓은 장소가 필요하다. 김 크리에이터는 “VR은 생동감을 느끼기 위해 직접 걷거나 뛰거나 기기에 타야 하기 때문에 최소 가로·세로 5m의 공간이 필요한 콘텐츠가 많다”고 설명했다. VR페스티벌에서도 눈에 띤 것은 스코넥 엔터테인먼트에서 출시한 ‘모탈 블리츠’로, 이용자가 VR기기와 PC가 부착된 슈트, 게임용 총기를 들고 즐기는 슈팅게임이다. 부스는 굉장히 넓었다. 김 크리에이터는 “일반 가정집에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VR테마파크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놀이공원처럼 다양한 VR콘텐츠를 입장료를 내고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시장에도 도움되는 VR

사실 VR은 최근 게임, 애니메이션 등의 유희적 콘텐츠로 인기를 얻기 이전에 군사, 건축, 의료, 저널리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었다. 김 크리에이터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나 훈련, 교육을 가상현실(VR)로 대체하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기업 쪽에서 예전부터 수요가 꾸준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건축 시장의 경우, VR을 이용해 다양한 각도에서 건물의 모형을 볼 수 있고, 실제로 집에 사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효율성도 높다. 김 크리에이터는 “억단위로 거래되는 건물들을 막연히 모형만 보고 살 수 없지 않나”며 “소비자들이 VR을 통해 자신들이 살 집에 확신을 갖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VR연구소에 따르면 모델하우스를 짓는데 6~8억원이 들지만 VR을 이용하면 이 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가상 수술, 가상 해부도 등 교육용으로 VR을 쓰고 있으며 군대에서도 가상 전투, 가상 무기 실험을 통해 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다.

▲ 게임회사 ‘엠게임’에서 추억의 게임, ‘프린세스메이커 VR’의 발매를 예고했다.
아직 갈 길 먼 VR

마냥 새롭고 즐거울 것 같은 VR이지만 현재 상용화된 VR은 비싸다는 말들이 많다. 고급 VR고글, 고사양의 게임기 혹은 PC 등을 사려면 최소 1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김 크리에이터는 “PC나 게임기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비교적 값이 싼 스마트폰 연동 VR을 이용한다”며 “하지만 스마트폰은 성능이 비교적 떨어지기 때문에 VR의 생동감 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격이 비싼 VR을 시간당 요금을 내고 즐길 수 있는 ‘VR방’을 창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강남역에 ‘VR 플러스 카페’라는 VR방이 생겼다. 김 크리에이터는 “VR방이나 최근 각지에서 활발하게 열리고 있는 VR체험전을 통해 진전한 VR의 재미를 경험해 볼 것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VR에 대한 신체적 부작용도 지적되어 왔다. VR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VR기술에 관한 표준화는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제품마다 이용자의 눈과 뇌에 미치는 영향도 천지차이다. 대표적인 VR의 부작용으로 멀미 현상, 급격한 피로, 시력 저하 등이 꼽히고 있다. 정부에서도 VR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이는 사용자가 조심해야 한다는 제언을 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 크리에이터는 “VR 사용 후 멀미가 나거나 피로도가 높은 경우는 대부분 그래픽이 낮은 스마트폰이나 저사양의 PC로 VR을 실행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기술의 발달로 PC와 게임기는 멀미현상이 최소화됐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아직 발전 단계이며 이 또한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VR의 미래를 그린 SF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현실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영화 ‘매트릭스’는 가상현실 ‘매트릭스’와 실제현실을 넘나드는 세계를 묘사했다. 매트릭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인공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중 어느 것이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8일 미디어리더스포럼에서 VR의 최종목표를 영화 매트릭스로 보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시 말해, VR은 이용자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중 어떤 것이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할 것이라는 것이다. 김 크리에이터는 “매트릭스와 같은 세계를 구현시키려면 VR이 뇌 과학의 영역까지 나아가야 한다”며 “기술 발전에 따라 충분히 미래에 나올 수 있는 기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과학은 우리가 공상 과학으로 치부해 버리곤 하는 영역까지 현실로 만들고 있다. 동경하고 있던 애니메이션, 게임의 세계에 들어가 주인공이 될 날을 기대해 본다.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사진제공_ 코리아VR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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