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하 강사법)을 지난달 19일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입법예고와 동시에 교육부와 강사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교육부는 ▲강사 임용의 공정성 확보 ▲강사 임용절차 간소화 ▲강사의 안정적 복무 기회 확보를 주요 내용으로 한 강사법을 통해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강사 측은 강사법이 강사들의 처우를 오히려 낙후시킬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강사법, 5년째 표류 중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 故서정민 씨가 시간강사의 열악한 환경을 비관해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이를 계기로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한 강사법이 2011년 제정됐다. 이 법은 2013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일부 조항에 의한 대량 해고를 우려하는 강사들과 재정 부담을 걱정하는 대학이 반대해 유예됐다. 그리고 작년 12월, 국회에서 유예안이 또다시 통과되며 시행이 2018년 1월로 미뤄졌다.

이후 ‘정부와 대학·강사 간의 협의체를 구성하여 보완입법, 처우개선안 등을 마련하라’는 국회의 부대 의견에 따라 강사 및 대학 단체와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대학 강사 제도 정책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가 구성됐다. 자문위는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총 14회에 걸쳐 회의와 전문가 의견수렴, 설문조사 등을 통해 종합대책안(이하 대책안)을 내놓았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부는 지난달 19일 개정된 강사법을 입법예고했다.

예고안에 대한 상반된 목소리

입법예고된 강사법은 유예됐던 기존 강사법과 마찬가지로 강사에게 법적으로 교원지위를 부여하며 임용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개정안에 새로 신설된 조항에 의해 강사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가 오히려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임용기간을 1년 미만으로 할 수 있는 예외 조항, 당연 퇴직 조항, 강사의 임무를 ‘교육 또는 연구’에서 ‘학생교육’으로 축소한 조항, 그리고 강사들의 책임수업시수를 법정화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해 강사들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하 한노조)은 강사법 입법예고 규탄 긴급 기자회견문을 통해 “입법예고된 개정 강사법은 2011년 통과된 강사법의 문제점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추가적인 폐해까지 유발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말했다.

당연 퇴직 조항은 강사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퇴직을 의무화하는 조항이다. 강사들의 고용안정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존의 재임용 심사제도를 이용한 계약 연장을 할 수 없게 되고 강사들이 해고를 당할 시에 부당 해고 여부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교육부 대학정책과 임효리 행정사무관은 당연 퇴직 조항에 대해 “현재 대학에 강사로 임용되지 못한 임용후보자들의 취업 기회를 좀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있었다”고 답했다. 당연 퇴직 조항으로 강사들의 고용을 유연화해 더 많은 강사들을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다수의 강사가 한 강좌의 수업을 담당하는 경우 또는 계절수업을 담당하는 등의 경우 1년 미만 계약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이 신설됐다. 한노조는 이에 대해 단기 계약직 교원이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 대학이 1년 미만의 강사를 채용하기 위해 동일한 강좌를 여러 개 개설하거나 계절학기 수업을 늘릴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또 교육의 질 향상과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강사법의 기대효과에 맞지않는다고 비판했다.

개정된 강사법 입법예고안에서는 강사들의 책임수업시수를 규정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기존 강사법에서 강사도 전임교원과 마찬가지로 책임수업시수를 9시간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강사들이 3시간에서 6시간 미만으로 강의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맞지 않다는 자문위의 우려를 반영하여 책임수업시수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사 측은 책임수업시수를 법정화하지 않음에 따라 강사들의 부담이 더욱 커진다고 주장한다. 책임수업시수가 규정돼 있지 않으면 대학 측이 일부 강사에게만 강의를 몰아주고 남은 인력을 대량 해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문위의 우려를 반영했다는 교육부의 입장과는 상이하게 한노조는 지난 9월 9일, 한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서를 통해 강사들의 책임시수를 매주 5~6시간으로 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렇듯 한노조를 비롯한 강사 단체가 참여한 자문위의 대책안에 강사들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대학, ‘부담 증가 우려’

대학에서는 행정적 부담이 증가한다며 강사법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한편 일부 조항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대학에서는 공개채용으로 채용 공정성이 늘어난다는 점, 1년 단위로 계약하기에 임용기간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을 긍정적인 측면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대학에서 시간강사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이영호 주무관은 “입법예고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우리대학은 입법예고안에 맞춰 진행할 예정”이라며 “행정적 부담은 강사법 취지에 공감하므로 감당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준수 기자 blueocean61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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