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0일 ‘비선실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제기된 이후 약 두 달간 계속해서 부패 기득권층의 부조리가 밝혀지고 있다. 6월 민주 항쟁 이후 국민들이 가장 분노한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분노에 가득 차 지난달 29일 청계광장에서 광화문으로 이동하면서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한 진상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대규모 시위를 했다.

약 2만 명의 엄청난 인파가 넓은 청계광장에 몰렸다. 다양한 시민단체·노조·정치인들도 참여했다. 사회자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우리는 이 나라의 국민이다. 우리는 모든 권력을 줄 수도 거둘 수도 있다”며 “부당한 권력을 직접 거두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는 발언으로 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먼저 각종 단체 대표자들이 연설하는 시간을 가졌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이화여대 학생, 이재명 성남시장 등의 발언자들이 목소리를 냈고 시민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공감했다. 이 시장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통령은 나라의 지배자가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서 일하는 머슴이고 대리인일 뿐”이라는 발언은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김승주 씨는 “백남기 농민의 죽음과 살인적인 경찰폭력 앞에서는 잘 떠벌리던 그 법과 질서를 박근혜 자신이 산산조각냈다”며 “최순실의 실체와 그를 둘러싼 권력은 대한민국 심장부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박근혜가 최고지도자로서 해온 악행들을 모두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순수한 학문의 공간인 대학에까지 권력이 드리운 현실에 울분을 토했다. 사람들은 발언자들의 진심 어린 연설을 듣고 추위를 잊은 채 다 같이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행사는 큰 문제없이 끝났고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 모두 함께 광화문 사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연설에 촛불을 흔들며 환호하는 사람들
사람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 “살인정권 물러나라” 등을 외치며 행진을 이어갔다. 시위 도중 박근혜 정권을 옹호하는 사람이나 시위자들을 욕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마음을 자유롭게 외치며 시위에 참가했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김재민(20) 씨는 “이번 사태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사건이라고 생각해 대학생으로서 헌법과 민주주의를 바로잡기 위해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수능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 고등학생도 거리로 나왔다. 최선오(19) 군은 “학생의 목소리를 한 명이라도 더 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서 나왔다. 고등학교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얘기가 많이 오고 간다”고 말했다. 시위 초반 8시경 행진 대열은 광화문광장에서 경찰병력에 막혀 멈춰 서야 했고 애꿎은 허공에 울분을 토해야 했다. 경찰과 몸싸움이 몇 번 일어나기는 했지만 큰 사고는 없었다. 한 시간 후 경찰 측은 많은 시민들이 도로 점거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다며 시위 해산을 요청했다. 사람들은 “우리가 시민이다”라고 반박하며 시위를 이어나갔다. 오후 9시 30분 주최 측인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공식적으로 시위 종료를 알렸고 그에 따라 사람들은 하나둘씩 집으로 떠났다.

국민의 분노를 담은 시위는 전국에 불붙은 듯이 번지고 있다. 중고생 연대부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이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5일 광화문에서 또 한 번의 대규모 촛불시위가 열렸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오는 12일 비선실세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12일 집회에 20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측했다.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여함으로써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가 국가의 안위가 걸린 문제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온 국민이 하나 되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모두 밝히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더 발전된 민주국가로 나아가길 기원한다.


글·사진_ 김도윤 수습기자 ehdbs782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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