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 전봇대를 보신 적이 있나요? 예전엔 어느 골목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전봇대가 요즘은 통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발전소에서는 여전히 전기를 만들고 우리는 여전히 그 전기를 받아씁니다. 하늘을 가로지르던 전선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천덕꾸러기가 돼버린 전봇대

전봇대는 한국전력공사가 소유·관리하는 한전주, 그리고 KT가 관리하는 통신주 두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한전주는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을, 통신주는 통신케이블을 지탱합니다. 전봇대는 평균 높이 14~16m의 규격으로, 최대 100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발전소에서 고압송전탑을 거쳐 가정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전선들을 지탱해야 하기 때문이죠. 모든 전봇대의 몸통에는 전주번호가 적힌 전주번호찰이 부착돼있습니다. 전주번호는 농촌처럼 위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곳에서 빛을 발합니다. 위급상황시 119에 전주번호를 알려주면 119 대원이 사고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전봇대를 탐탁지 않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좁은 길목에 우뚝 솟은 전봇대는 통행불편을 일으킵니다. 폐선들이 치워지지 않은 채로 새로운 전선이 설치되곤 해 하늘이 점점 지저분해지기도 합니다. 전단지까지 덕지덕지 붙은 전봇대들은 도시미관을 해치는 흉물이라는 지적을 받습니다. 관리 소홀로 인해 균열이 생기고 오래돼 기울어지는 전봇대들에 대한 신고도 늘고 있습니다.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해 한국전력은 전봇대 관리 및 보수비용으로 약 2500억원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들로 인해 전봇대를 없애고 전선을 지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요구에 맞춰, 한국전력은 지난달 25일에 2018년까지 지중화 사업에 2조 5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 지중화 전(좌)의 모습과 지중화 후(우)의 모습

땅밑에 전기가 흐른다고?

지중화란 전선을 땅속에 매립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지중화된 전선을 지중전선로라고 합니다. 전선을 지중화하는 경우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도시미관을 중요시 하는 경우 ▲수용밀도가 높은 지역에 공급하는 경우 ▲자연재해에 대해 높은 안정성를 요구하는 경우 ▲보안상의 제한조건으로 전봇대를 설치할 수 없는 경우에 지중전선로를 설치합니다. 쾌적한 교통 환경과 미관을 중시하는 도심일수록 지중화율이 높습니다. 전국의 지중화율이 약 11%에 그치지만 서울시의 송전 지중화율은 약 90%에 달합니다.

지중화 공법에는 직매식과 터널식이 있습니다. 직매식은 전선을 직접 땅에 매설하는 방식으로, 트러프라는 보호재 속에 전선을 넣고 모래를 충전하여 전선을 보호합니다. 비용이 저렴하지만 외부 자극에 전선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고 보수 및 점검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터널식은 터널 형태의 구조물을 지하에 설치하고 내부에 케이블을 부설하는 방식입니다. 직매식보다 전선의 손상 가능성이 훨씬 적지만 유지·보수를 위해 작업자의 통행이 가능한 크기로 설치되기 때문에 많은 건설비가 소모됩니다.

지중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중전선로는 안전사고로부터 비교적 안전합니다. 차가 전봇대를 들이받아 전봇대가 쓰러질 염려도 없고, 자연재해로 인해 손상된 전선으로부터 감전·누전 사고가 일어날 우려도 훨씬 적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뒤덮은 전선도 길을 막는 전봇대도 없으니 도시 환경이 쾌적해집니다. 하지만 전봇대를 모두 없앨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한국전력 관계자에 따르면 지중전선로의 설치비용은 가공전선로 설치에 비해 10배 가까이 비싸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중전선로는 높은 비용을 감당할만한 대도시의 전력공급에 주로 사용됩니다.

고압송전탑이 방출하는 전자파를 우려해 초고압선의 지중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땅속에 전선을 묻는다고 전자파가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전력은 지중화된 초고압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우리나라의 전자파 위험 기준에 못 미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국내의 전자파 위험 기준은 833mG로 세계보건기구의 발암 위험 기준인 4mG의 200배가 넘습니다. 이러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자파를 차단하는 전자파 차폐시설을 함께 설치해야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전자파에 노출되기 쉬운 생활시설 근처에는 필수적으로 차폐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등의 규제가 필요해 보입니다.


글_ 김수빈 기자 vincent0805@uos.ac.kr
사진_ 한국전력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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