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뭉클 스토리 공동대표 이민섭(경영 07) 씨
우리는 부모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생각보다 모르는 경우가 많을지도 모른다. 부모님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가지라고 부모님의 이야기를 자서전으로 만드는 기업이 있다. 바로 ‘뭉클 스토리’다. 최근에 파독근로자들의 이야기를 자서전으로 만들어 출간기념회도 열었다니 궁금증이 더욱 커진다. 뭉클 스토리의 공동대표 이민섭(경영 07) 씨를 찾아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뭉클 스토리는 어떤 기업인가
뭉클 스토리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부모님의 이야기를 자서전으로 담는 일을 하고 있다. 뭉클 스토리는 원래 정대영 공동대표가 재능기부단체로 시작했다. 2012년도에 교사로 재직 중이던 정 대표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부모님에 대해 뒤늦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똑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기억하는 부분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정 대표는 이런 문제가 비단 본인만의 일이 아닌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고자 부모님의 이야기를 자서전으로 남기는 재능기부단체를 만들었다. 2년 정도 운영을 했었는데 구성원 모두가 본업이 있거나 학생이었기에 시간적인 부분 등 여러 한계점이 있어 휴식기를 가지게 됐다. 이번해 초에 내가 합류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의 형태를 띠게 됐다.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부모님의 삶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졸업 후 잠깐 회사생활을 할 때였다. 나와 가장 비슷한 삶을 살아오셨던 부모님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누군가의 삶을 배우려고만 했을 뿐 정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던 부모님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이다. 대화를 통해서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알아가면 좋았을 테지만 무뚝뚝한 내 성격 때문에 그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자서전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부모님이 거절하시더라. 자신의 삶이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고 생각하셨고 가지고 있는 아픔을 꺼내 글로 작성하는 것도 어려워 하셨기 때문이다. 아무리 설득해도 허락해 주시지 않아 포기하려던 중 뭉클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 대표가 기업 운영에 대한 파트너가 돼 달라고 제안했고 그것을 받아들여 합류했다.

왜 자서전을 써야할까
이 사업을 하면서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다른 방법도 많은데 왜 굳이 자서전이냐는 질문 말이다. 대화를 통해서나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서로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느냐는 말도 있었다. 대화와 여행을 통해 추억을 남길 수는 있겠지만 이는 결국 한 세대에서 이야기가 단절된다고 생각한다. 자서전 즉, 책이라는 기록물로 이야기를 남기게 되면 2·3대 이상 전해질 수 있다. 가족의 역사가 되고 뿌리로써 기능할 수 있는 책 한 권. 가족끼리 소통할 수 있고 기록물이 이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생각을 했기에 자서전을 선택하게 됐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뭉클 스토리를 찾았나
재능기부단체 시절에는 90건 정도 신청이 들어왔다.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자서전을 만들기 때문에 여건상 30권 정도의 자서전을 만들었다. 기업으로 바뀌고 나서는 현재까지 다섯 권의 자서전이 완성됐다. 지금은 여덟 권 정도 제작 중이다.

자서전이 제작되는 과정이 궁금하다
자서전 제작방법은 기존의 자서전 제작방식과 비교하면서 설명하면 좋을 것 같다. 보통 직접 쓰기보다는 대필 작가를 고용해 자서전을 만든다. 유명한 사람이나 저명한 기업가 같은 경우 한 명의 전문 작가가 거의 1~2년을 따라다니며 이야기를 듣는다. 그에 따라 자서전을 만들기까지 비용이 2~3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까지 든다. 일반인들이 그런 비용이나 시간을 할애해서 자서전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택한 방식은 각 과정을 분업화하는 것이다. 인터뷰하는 사람, 인터뷰한 내용을 편집하는 사람, 편집한 내용을 토대로 최종적으로 책으로 만드는 사람, 이렇게 세 과정으로 분업해 제작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최소화했다. 인터뷰하는 사람이 현장에 나가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채록하는 역할을 하면 정 대표와 내가 편집한다. 그런 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일인칭 시점의 자서전으로 제작해 의뢰인에게 전달한다.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파독근로자분들의 이야기를 자서전으로 만든 것처럼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분들의 이야기를 담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때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게 된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멸되고 있고 학생들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기억에만 살아있다. 그 기억들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신문이기에 자서전을 만들어달라고 연락을 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은 부모님의 삶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앞으로 미래에 대한 교과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대화가 어려워서 자서전을 만들려고 했지만 서울시립대신문 독자들은 자서전이 아니더라도 부모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자신의 삶에 관심을 가져준다고 생각해 자부심을 얻을 것이고, 그렇게 생긴 그 자부심은 부모님들에게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정리·사진_ 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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