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신문
문화책다방
세계화로 세계가 화났다
최진렬 기자  |  fufwlschl@uos.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11.2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세계화는 하나의 미덕이었다. 세계화는 단짝 친구인 자유무역시장과 함께 주변으로부터 존경의 눈빛을 받았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시장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이상적인 친구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이들의 위상이 최근 위태롭다. 오늘날 세계화의 파열음이 전 세계에서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세계화 정책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 6월의 브렉시트(brexit) 역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이런 흐름을 잘 설명해주는 책이 있다. 바로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의 <자본주의 새판짜기>다.

<자본주의 새판짜기>에서는 세계화의 이면이 속속 나타난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범생이었던 세계화는 사실 허풍쟁이에 말썽쟁이였다. 세계화는 친구인 자유무역시장과 함께 큰 소리로 외친다. “저희를 따라오세요. 당신은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당신’이 모든 사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유무역을 실시할 경우 일부 집단은 반드시 장기적인 소득 감소를 겪게 된다. 이는 숙련기술이 없는 저임금 노동자일 확률이 높다. 이들은 어느 정도 소득 감소를 경험하게 될까. 대니 로드릭은 만일 미국에서 완전한 자유무역이 시행된다면 1달러의 이익은 50달러의 소득재분배를 일으킨다고 말한다. 즉 세계화로 미국의 자본이 1달러 늘어난다면 부유한 사람은 51달러의 이익을 보지만 가난한 사람은 50달러의 손해를 본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경제적 세계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부의 성장에도 장애물로 작용했다. 역사상 가장 경제 성장률이 높았던 시기는 자유무역이 추구했던 ‘WTO체제’가 아닌 제한된 수준에서 세계화가 이뤄졌던 ‘브레턴우즈 체제’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계화는 성격도 까탈스럽다. 친구도 여럿 사귀지 못한다. 자유무역시장과는 잘 지내지만 국민국가와 민주주의와는 사이가 원만하지 않다. 둘 중 한 명과는 친하게 지낼 수 있지만 둘 모두와는 친하게 지내지 못한다. 이것이 <자본주의 새판짜기>에서 제시하는 핵심 개념인 ‘트릴레마’다. 트릴레마는 초세계화, 국민국가, 민주주의는 동시에 달성될 수 없으며 셋 중 반드시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세계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의 정책보다 전세계적인 규칙을 따라야 한다. 초세계화와 국민국가가 공존할 경우 경제적 세계화가 진행되며 민주주의는 사라진다. 그렇다면 초세계화와 민주주의가 달성되면 어떨까. 국가를 뛰어넘는 세계적 규모의 공동통치가 이뤄진다. 이를 ‘글로벌 거버넌스’라고 한다. 이경우 공동통치를 따르기에 개별국가의 주권이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국민국가와 민주주의가 달성될 경우 각 국가와 국가 내부의 목소리가 존중돼야 하기에 세계적인 통일을 이룰 수 없고 초세계화도 달성되지 못한다.

초세계화, 국민국가, 민주주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트릴레마의 핵심이다. 결국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대니 로드릭은 초세계화를 포기하고 얕은 세계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경제적 세계화를 추구할 경우 경제 성장과 부의 분배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세계화를 위해 민주주의를 포기한다는 생각 자체도 어불성설이다. 국민국가를 포기하고 초세계화와 민주주의를 결합한 글로벌 거버넌스를 확립하는 것이 최상의 경우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경우는 비현실적이다. 글로벌 거버넌스 아래 운영되기에 오늘날의 세계에는 너무나 많은 다양성이 존재한다. 글로벌 거버넌스는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단일성을 추구하기에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초세계화를 포기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초세계화를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과거 세계화가 무너진 전례가 이에 대한 대답을 알려준다. 19세기부터 세계화가 진행되기 시작했지만 결국 1929년의 대공황으로 막을 내린다. 세계화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공산주의와 파시즘에 집중했고 그 결과 전세계는 소용돌이 속에 빠졌다.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의미심장하다. 전세계가 흔들리는 요즘 <자본주의 새판짜기>는 세계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최진렬 기자 fufwlschl@uos.ac.kr
 

<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최진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점점 희미해지는 ‘청량리 588’의 불빛
2
아청법, 다운로드만 받아도 처벌?
3
“서울시립대에 꼭 가고 싶어요”
4
인물동정
5
우리가 몰랐던 길거리 환전소
사진기사 
총학생회 주관 몰래카메라 불시 순찰

총학생회 주관 몰래카메라 불시 순찰

제53대 총학생회 ‘톡톡’은 지난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우리대학 건...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30-743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서울시립대로 163 미디어관 3층 대학신문사  |  전화 : 02-6490-2494  |  FAX : 02-6490-2492
Copyright © 2013 서울시립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