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이 마지막회 시청률 22.9%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구르미는 여자주인공이 남장을 한 채 내시로 궁궐에 들어가 세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파격적인 스토리 때문에 방영 초반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구르미 이전에도 ‘성균관 스캔들(이하 성스)’, ‘커피프린스 1호점(이하 커프)’ 등 남장여자 소재를 다룬 드라마가 성공한 사례는 제법 많다. 남장여자는 단순한 소재를 넘어 이제 하나의 흥행 공식이 됐다. 집에 들어가면 TV부터 켠다는 국승인 기자와 김수빈 기자가 남장여자 드라마의 흥행 요인과 비판점에 대해 짚어봤다.

남장여자 드라마, 왜 인기가 많을까?
■ 김수빈 기자(이하 김): 드라마의 주 시청자층은 여성들이기 때문에 여성의 기대를 얼마큼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흥행의 관건이다. 남장한 여자주인공은 자연스럽게 남성 사회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여자주인공을 둘러싼 다양한 남성캐릭터가 등장한다. 실제로 성스의 경우 남자주인공 외에도 송중기, 유아인 등의 서브 캐릭터까지 큰 사랑을 받았다. 잘생긴 남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에 남장여자 드라마가 성공하는 것 같다.
■ 국승인 기자(이하 국): 여자주인공이 자신이 여자임을 숨기고, 또 정체를 들킬 뻔하는 과정에서 주는 스릴 역시 재미를 더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은 여자주인공의 정체가 빨리 드러나 사랑의 결실이 맺어지길 원하면서도, 여자주인공의 정체가 탄로 날 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손에 땀을 쥔다. 사실 남장여자 드라마는 알면서도 속아주는 모순적인 콘텐츠인 듯하다.

여자주인공은 왜 남장을 해야만 했나?
■ 김: 남장여자라는 소재는 로맨스를 보다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쉽게 이뤄지는 사랑보다는 역경을 딛고 이뤄지는 사랑 이야기가 더욱 재밌기 때문이다.
■ 국: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커프의 여주인공 고은찬(윤은혜 분)은 일반적인 여성상에 부합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털털하고 꾸미지 않는 모습이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으로 묘사된다. ‘남자 같은’ 여자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메시지는 여성에게 요구되던 기존의 미적 기준을 뒤집는다.
■ 김: 하지만 여자주인공이 화장을 하고 치마를 입으면 엄청난 미인으로 변신하지 않나. 그런 점에서 남장여자 드라마가 기존의 여성상을 완전히 뒤집는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 국: 남장여자 드라마의 또다른 의미를 찾아본다면 드라마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를 반영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성스의 김윤희(박민영 분)는 글쓰기에 뛰어난 재능이 있지만, 여성의 몸으로는 성균관에 들어갈 수 없는 사회적 배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장을 한다. 남자만이 가질 수 있었던 지위를 남장한 여성이 쉽게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남녀의 능력차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나. 성별만 숨겼을 뿐인데, 겉모습 외의 다른 요소로는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지 못하니까.
■ 김: 그러나 여자주인공이 정체를 밝히고 남자주인공과 사랑의 결실을 맺는 과정에서 여성이 남장을 할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사회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여성에게 배타적인 사회 기조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사회구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남장여자 로맨스, 이성애 중심적이다
■ 김: 모든 남장여자 콘텐츠에는 필연적으로 동성애 코드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겉모습만 봤을 때는 남자와 남자가 사랑하는 스토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장여자가 결국 정체를 밝히고 남자와 ‘평범한’ 사랑을 나누는 결말은 지나치게 이성애 중심적이다. 남장이라는 설정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가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한다. 동성애에 대한 반발을 피하는 안전장치가 되는 셈이다. 이런 동성애 코드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야기는 이성애로 귀결된다. 남자주인공, 그리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성애자여서 다행이다’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하는 것이다. 물론 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에는 자신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며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고민한다. ‘네가 여자여서 다행이다’는 식의 해피엔딩이 이러한 고민을 가볍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아 아쉽다.
■ 국: 게다가 대부분의 남장여자 드라마는 이성애자가 상상하는 동성애의 양상을 그린다. 남자주인공은 몸집이 작고 여린 미소년의 모습을 한 여자주인공에게 매력을 느낀다. ‘작고 귀엽고 예쁜’ 매력은 일반적으로 여성에게 요구되는 미의 기준이다. 드라마에서는 기본적으로 남장을 하는 여자를 예쁘고 가녀린 여성으로 설정하지 못생기고 몸집이 큰 여성으로 설정하지 않는다. 동성애의 실제 양상은 매우 다양할 것인데 대부분의 매체가 그려내는 동성애의 이미지는 한정돼있다. 성소수자의 이미지를 고착화시키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동성애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진지한 고민 없이 재미의 요소로만 소비한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 김: 다양한 양상의 사랑이 인정받는 사회지 않나. 앞으로 만들어질 남장여자 드라마들이 지금까지의 비판점을 답습하지 않고 보다 현실적인 사회의 모습을 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_ 김수빈 기자 vincent080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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