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전국이 시끄럽다. 온라인 커뮤니티 또한 예외가 아니다. 급기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최순실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최순실 갤러리’마저 생겼다. 최순실 갤러리에 들어가서 맨 처음 보이는 게시글을 클릭해보자. ‘오늘 XX XX 결과 나오겠네. 빨리 XX을 잡아가랏.’  대부분의 게시글은 욕설로 가득차 있었다. 커뮤니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플레이밍, 권위에 대한 반감과 익명성의 만남

인터넷이 가장 먼저 발달한 미국의 경우 대학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발했다. 연구자들이 연구에 대한 토론을 하면서 커뮤니티가 시작됐고 커뮤니티 내의 토론이 활발해졌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온라인 커뮤니티는 대중들의 대화 장소로 시작됐고 별다른 소통문화는 자리잡지 못했다. 결국 우리나라 온라인 커뮤니티는 폐쇄적인 양상으로 발전했고 토론은 침체됐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화순 교수는 “초기에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민주주의를 확대하거나 대화를 촉진하는 공론장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같은 집단 내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됐으며 결국 끼리끼리 문화가 자리하게 됐다”며 “그러다 보니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표현하는 경향들이 극단화됐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대화는 폭력적인 양상으로 발전했다. 이를 ‘플레이밍’이라고 한다. 플레이밍이란 온라인 공간에서 상대방에게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언행을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플레이밍은 커뮤니티가 공론장으로서 역할하지 못하게 하며 특히 정치분야의 대화에서 두드러진다.

플레이밍의 두 축은 소통문화의 부재와 익명성이다. 조 교수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권위에 대한 반감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 속에서 확산되면서 플레이밍 문화가 형성된 것”이라며 “권력에 대한 반감과 함께 권위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대중들에게서 플레이밍이 확장됐다”고 답했다. 최순실 갤러리 역시 이러한 양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계파주의, 부패 등으로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기존 정치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했다. 정치권에 대한 실망은 플레이밍으로 이어진다. 최순실 갤러리에는 오프라인보다 격렬한 표현이 적나라하게 사용됐다.

플레이밍은 오늘날 커뮤니티 내에서 만연하다. 일간베스트 저장소나 디시인사이드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욕설이 하나의 대화 문화로까지 자리잡았다.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경우 욕설을 적게 사용하는 사람들보다 욕설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의 게시글에 댓글이 더 많다. 만약 예의를 갖춰 글을 쓰면 어떻게 될까.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욕을 하지 않을 경우 ‘선비’나 ‘진지충’이라고 부르며 조롱한다.

커뮤니티를 보든 두 관점 반친목과 불통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욕설 사용을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분석한 내용을 담은 <우리는 디씨>의 저자인 이길호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현실 사회의 논리가 아닌 당사자들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즉 온라인상의 개별 커뮤니티들이 전개하는 내적 논리의 이해가 요구된다”며 “디시인사이드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친목관계가 부정적인 관계성을 띠는 반면 반친목적 관계는 긍정적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은 일부러 거친 표현을 사용해 친목을 피하기도 한다. 기존 이용자들의 친밀한 관계가 신규 이용자들이 커뮤니티에 적응할 때 부담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은 신규 이용자 유입을 늘리기 위해 욕설을 사용한다. 욕설이 커뮤니티 내부의 정체성으로 형성돼 이용자들이 결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욕설 사용은 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충남대 사회과학연구소 이범준 전임연구원의 논문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의 네트워크 지위와 욕설 사용의 관계」에 의하면 욕설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의 경우 게시글은 많이 작성했지만 댓글을 적게 남겼다. 게시글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성격을 가지는 반면 댓글은 상대방의 주장에 소통하는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욕설을 많이 하는 이용자일수록 타인과의 소통보다 자신의 의견만을 주장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욕설 사용은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욕설 사용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문화라고 하더라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부분이다.

다양한 목소리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키워

커뮤니티는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보여 플레이밍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BL(boys love)커뮤니티 템프동, 일본 음악 커뮤니티 더쿠 등 비주류 문화를 즐기고 확산시키는 다양한 커뮤니티가 생기고 있다. 템프동 운영자는 ‘BL을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져서 어떻게든 BL을 양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커뮤니티를 개설했다’고 했다. 취미에 대해 공유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비주류 취미이기 때문에 정작 주변에는 대화할 사람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커뮤니티가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플레이밍을 제외하고는 두드러지는 소통문화가 없었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오늘날 새로운 소통문화가 생기고 있다. 바로 소수자들이 소통하고 목소리를 표출하는 문화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소수자들은 목소리는 바깥 세상으로 목소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신원이 노출되지 않고도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페미니즘 커뮤니티 등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생겼으며 소수자들은 뭉치기 시작했다. 서로 접촉하고 모인 소수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커뮤니티 밖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 역시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가 목소리를 모을 수 있도록 돕는 창구 역할을 했다. 이렇게 모인 목소리는 오프라인으로 표출됐다. 메갈리아 이용자들은 넥슨 사옥 앞에서 김자연 성우의 해고를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세상에 나온 여성들의 목소리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화여대의 미래라이프대학 사업 반대 양상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가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대학본부와의 불통과 부정적 언론보도에 열세에 놓인 학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해 상황을 역전시켜나갔다. 학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에서 서로의 의견을 취합하며 공통된 목소리를 만들었다. 익명성과 대표자 없음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징은 농성 현장에서도 나타났다. 대표자가 없고 익명화 된 개인을 상대하기란 어려웠다. 결국 이화여대 학생들은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을 철회시켰다. 오늘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새로운 대화 문화가 싹 틔고 있다.


최진렬 기자 fufwlschl@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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