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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자, 학생운동
김수빈 기자  |  ksb9607@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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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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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정치색을 띠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이 최근 대두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전국의 대학에서 동시다발적인 시국선언이 이어졌을 때, 인제대와 배제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이 정치적 의견을 표하는 행동일 수 있다며 시국선언을 거부해 재학생들의 비판을 받았다. 부경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이 정치적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해 국민의례를 한 후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몇몇 대학에서는 시국선언에 운동권 단체를 배제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부산대에서는 진보적 정치색을 띤 단체가 시국선언 연명 단체에 포함돼 논란이 됐다. 고려대에서도 운동권 단체가 시국선언문 작성에 개입했다는 의혹 때문에 학생들의 반발이 일었다. 고려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운동권 단체를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라’는 주장과 ‘정치색을 띠는 단체가 학교를 대표할 수는 없다’는 논리가 부딪히며 격렬한 논쟁이 이어졌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 과정에서 학생 의견수렴을 충분히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총학생회 탄핵안까지 발의됐다.

사회 역시 대학생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경제는 지난달 19일 대학가의 정치 활동을 비판하는 사설을 지면에 실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12일 서울대 시흥캠퍼스 설립을 반대하는 세력이 운동권 단체라며 학생들의 움직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보도를 냈다. 이러한 언론 보도는 우리 사회가 학생운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는 1980년대의 운동권 학생들이 정부건물 옥상을 점거농성하는 장면이 나온다.
학생운동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대의 지식인 계층이던 대학생들은 사회 활동 참여에 적극적이었다. 학생운동이 가장 극렬했던 1980년대에 대학생들은 군부독재에 적극적으로 저항했다. 건물을 점거하고 권력을 향해 화염병을 던졌다. 이승만 정부를 몰아낸 4.19 혁명, 민주화를 이룩한 6월 항쟁 등 사회변혁의 도화선은 언제나 학생운동이었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마저도 정권의 부정함을 느꼈던 시대였기에 독재정권에 대항하고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학생운동은 사회 전반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학생운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분위기는 점차 바뀌어 갔다. 6월 항쟁 이후 군부 독재정권이 물러가고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정치운동으로서의 학생운동이 힘을 잃게 됐다. ‘민주주의 수호’라는 공통적인 목표가 사라진 후 운동권의 관심사는 노동권, 소수자 등으로 다양하게 변화했는데, 이런 새로운 목표들은 이전처럼 학생 전체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생운동의 규모가 축소되면서 학생회의 활동 무대 역시 대학 내부로 한정됐다. 학생 사회 내부에서 운동권과 비운동권이 나뉘기 시작한 것도 이때이다. 학생회가 곧 운동권이던 과거와는 달리, 대학 내의 복지와 학생 인권 등에 집중하는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더 많은 학생들의 지지를 받았다. 200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녔던 국승현(37) 씨는 “운동권 학생들이 대학에 도움이 되는 일보다 정치적인 활동을 더 많이 한다는 생각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운동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 사회의 내부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 역시 운동권 학생들을 부정적으로 비춰지게 만들었다. 1990년대 중엽부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실시되면서 대학교육이 상품화되고 구조조정 등의 시장논리가 대학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대학교육을 경제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운동권 학생들은 기득권 세력에게 눈엣가시가 됐다. 대학생들의 정치 참여에 회의적인 언론 보도는 기득권 세력이 대학가 운동권에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것을 도왔다.

원래 학생운동 자체를 일컫던 운동권이라는 단어는 진보적 정치색을 띤 학생운동 세력만을 가리키는 말로 변모했다. 이렇게 형성된 부정적 프레임 때문에 운동권과 학생운동은 종종 폭력적이고 극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대학 국사학과 염복규 교수는 이런 생각들이 오해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염 교수는 “독재정부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물리적 저항도 중요했기에 과거의 학생운동은 극렬할 수밖에 없었다”며 “운동권하면 흔히 과거의 학생운동처럼 폭력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학생운동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눈에 띄는 폭력성은 거의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는 현 시국에서 학생운동은 재평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염 교수는 “과거의 대학생들이 쟁취해낸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흔들리게 됐기에 학생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운동권이라는 단어가 지닌 정치색에 주목하기보다는 학생들이 다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빈 기자 vincent080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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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바람까마귀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2016-11-29 02:30:19)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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