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선정됐습니다. 노벨위원회는 세포 내에서 불필요해진 구성 물질을 분해해 세포의 영양분으로 삼는 ‘오토파지(autophagy)’ 현상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그 기능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해 오스미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몸의 재활용 시스템, 오토파지

오토파지(autophagy)는 ‘자가(auto)’와 ‘먹다(phagein)’를 뜻하는 그리스어의 합성어입니다. 즉 세포가 자가포식을 하여 스스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그럼 세포는 왜, 그리고 어떻게 자가포식을 하는 것일까요?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세균에 감염되면 세포 내에 불필요한 단백질 찌꺼기가 쌓입니다. 이때 노폐물 주변에 오토파고리소솜(autophagolysosome)이라는 주머니가 생성돼 노폐물을 쌓아둡니다. 노폐물은 이 주머니에 쌓여 세포 내 물질 분해를 돕는 효소가 들어있는 ‘리소좀’으로 이동되고 영양소로 분해됩니다. 그런데 리소좀에서는 망가진 물질만 분해되는 것은 아닙니다. 영양소 공급이 끊긴 세포는 자신의 정상적인 부분마저 분해하여 생존에 필요한 영양소로 사용합니다. 이와 같이 저절로 작동하는 제거 시스템, 즉 세포 재활용 시스템이 바로 오토파지입니다.

상황에 따라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기아나 영양결핍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오토파지는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세포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런 스트레스 상황에서 세포 속 물질들은 오토파지를 통해 재빨리 영양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세포에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없애는 과정이나, 배아의 발달 과정, 세포의 분화 과정 등에서도 오토파지 작용이 일어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노화되어 더 이상 쓸 수 없는 단백질이나 세포 소기관은 오토파지 작용을 통해 사라집니다. 이처럼 오토파지는 우리 몸의 노화를 억제하는 조절자 역할을 합니다.

쓰레기도 제때 치우지 않으면 냄새가 나고 썩듯이 오토파지가 작용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백성희 교수는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오토파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암·퇴행성 뇌질환 등의 병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토파지가 양날의 검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의 장정원 교수는 “우리 몸이 뚱뚱해졌을 때 비정상적인 세포를 먹어치우는 자가포식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몸의 균형이 무너져 간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또한 너무 음식을 먹지 않아 영양결핍이 일어나는 경우에도 자가폭식작용이 일어나 세포가 정상 기능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가 오토파지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토파지, 난치성 질환 치료할 수 있을까

현재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오토파지를 이용한 치료법 연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의 발견을 계기로 연간 수십 건이던 관련 논문은 지난해에만 5000 건으로 늘었습니다. 전남대의 정지연·김원재 교수팀은 오토파지의 조절로 암 세포의 증식을 막고,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줄여 효과적인 암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밝혔습니다. 교수팀에 따르면 항암제를 투여할 경우 GFRA1 단백질이 암 세포 내에서 오토파지를 활성화시킵니다. 이어 활성화된 오토파지 작용으로 암세포는 항암제에 의해 손상된 세포와 분해산물을 먹이로 재사용합니다. 그 결과 암세포의 증식이 일어나고 암 세포는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얻게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원리를 반대로 이용해 오토파지 활성화를 조절하면 효과적인 암치료가 가능한 것입니다. 오토파지 현상의 발견은 인류 의학의 새 장을 열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오토파지 연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암, 파킨슨병과 같은 난치성 질환을 극복할 날이 하루빨리 와 인류의 막연한 두려움이 해소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김도윤 수습기자 ehdbs782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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