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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배봉의 소리
먼저 인간이 되어야
임주영(세무학과 교수)  |  pres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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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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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 설계 상담을 진행하였다.
‘그래, 장래 무엇이 되고 싶은가?’ 
‘세무사입니다’, ‘공무원이 되고 싶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그건 왜 되고 싶은 건가?’
‘전공이라서...’, ‘부모님들께서...’, ‘선배들이...’, ‘아직 생각을 못해봤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등 따시고 배부를 것 같아서...’라는 대답은 없었다.

우리는 지금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시대에 살고 있다. 무엇이 되겠다고 하기 전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하긴 요즘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군상들을 보면 그러기는 쉽지 않을 듯도 싶다.

자식을 대학에 억지로 밀어 넣다가 온 나라와 대학 하나를 거덜 낸 최순실, 그에 눌어붙어 마적단처럼 한탕 해 먹은 정체불명의 놈팽이들, 지시받아서 한 것이니 죄 없다고 우기는 고위 관료들, 최 선생님 컨펌받아 전부 선의로 했을 뿐이라는 권력자.
이런 막장의 시대에 우리 학생들에게만 정상적 사고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권유했다. ‘장래는 놔두고, 먼 훗날 지금을 돌아보면 후회하지 않을 만한 경험들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고.

‘그동안 시키는 대로 살아오다가 처음 스스로 뭔가를 결정할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그러면 이것저것 그동안 못해본 일들을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전공에서 벗어나 문학이건 예술이건 흠뻑 빠져보던지, 겨울비 내리는 어느 날 친구들이랑 무작정 먼 바닷가로 가보던지, 우리 사회의 그늘에 방치되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를 해보던지. 이도 저도 싫으면 멋진 이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한 계절을 몽땅 바쳐봐. 만약 내게 다시 한번만 자네의 젊음이 주어진다면 나는 꼭 그렇게 해 보겠네.’

인생의 목적은 무엇일까? 온갖 답변이 있겠지만 쉽게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이라고 정의하면 별 반대는 없을 듯하다. 젊은 시절의 좋은 경험은 풍요로운 삶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자양분을 제공한다.
풍요로운 삶이란 상류층이 돼야, 권력을 쥐어야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돌아봐 부끄러움이 없고 자신으로 인해 주변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때에만 비로소 풍요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무엇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기보다는 어떻게 풍요로운 삶을 살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난장판을 만들고 있는 저 군상들, 최고 권력자부터 말단 놈팽이들까지 단 한명이라도 풍요로운 삶을 누려본 사람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아직도 저렇게 자숙할 줄 모른 채 집단적으로 뻔뻔스러움을 과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권력을 잡으려고, 그 옆에서 같이 누리려고, 남의 것을 뺏으려고 허겁지겁 살아온 사람들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풍요로운 경험과 삶은 인간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염치를 가지게 해준다. 즉 무엇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하고 뭔가를 가지기 전에 먼저 염치를 가져야 한다. 이는 먼 우리 조상들처럼 호롱불 아래서 사서삼경을 외우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이다.


임주영(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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