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가 직접 체험복을 입고 노인체험을 해봤다. 특수안경 때문에 거리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소파에 앉는 것조차 힘겨웠다.
아침 9시 40분. 헐레벌떡 택시에서 내렸다. 겨우 시간을 맞춰 도착한 곳은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노인생애체험센터’다. 체험은 오전 10~12시와 오후 2~4시에 하루 2회 진행되며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신청을 해야 한다. 체험센터를 찾은 학생들 전원이 출석체크와 안전서약 서명을 마친 후에 사회복지사 황은영 과장의 사전 설명이 시작됐다. 왜 체험센터를 찾았냐는 질문에 ‘레포트를 쓰기 위해서’, ‘교수님이 추천해서’ 등 다양한 대답이 쏟아졌다. 황 과장은 “지금까지 체험관을 찾은 5000여명의 학생 중 ‘노인을 진정으로 이해해봐야지’하는 마음가짐으로 온 친구는 별로 없었다”고 농담을 하며 학생들을 안심시켰다.

노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인이 돼 봐야하지 않을까? 무릎과 팔꿈치에는 관절 억제대, 손목과 발목에는 모래주머니, 등을 굽게 하는 등 억제대까지 착용하고 나니 20대의 평범한 신체를 가진 기자도 80대 노인의 신체능력을 갖게 됐다. 팔은 어깨 높이 위로는 올라가지 않았고, 의자에 앉기도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특수 안경을 쓰자 순식간에 시야가 좁아졌다. 위아래나 양옆이 거의 보이지 않고 물건의 색깔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땅을 보고 걸었고, 어떤 구조물이든 우선 붙잡고 몸을 가눴다. 노인들이 주위를 보지 못하고 여러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이 고의가 아니라는 황 과장의 말에 학생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체험공간은 노인들이 가장 많이 생활하는 공간인 주거의 형태로 이뤄져있다.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는 체험부터, 빨래개기, 욕실 체험, 계단 오르내리기 등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체험환경이 제공됐다. 손가락 힘이 부족한 노인들에게 문손잡이는 원형이 좋을지, 일자형이 좋을지. 가스레인지에 찌개를 올려놓고도 깜빡 잊어버리기 쉬운 노인들에게 일반 가스레인지가 좋을지, 온도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꺼지는 전기 인덕션이 좋을지. 세세한 부분까지 비교해보면서 노인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안전한 생활을 하기 위한 환경이 무엇일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자와 같은 시간에 노인체험에 참가한 고려대 의과대학 재학생 조윤지 씨는 “일상생활에서 젊은 사람들이 힘들다고 느끼기 어려운 사소한 부분까지 노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같은 과 홍자민 씨는 “체험이 체계적이고 노인에 대한 설명도 자세해서 유익하면서도 재밌는 체험인 것 같다”고 전했다.

노인이 되고나니 소파에 잠시 앉았다 일어나는 것도, 온돌 바닥에 잠시 누웠다 일어나는 것도 어느 하나 마음처럼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힘들이지 않고 했을 일들이 몸을 아프게 하고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체험을 하며 노인들이 실제로 겪고 있을 고충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힘들죠. 노인들을 공경해야 해서 자리를 양보해야하는 것이 아니에요. 노인들의 몸이 우리보다 불편하기 때문에 배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뻐근해진 허리를 피며 체험장비를 정리하는 학생들에게 황 과장이 말을 건넸다. 지하철에서 짐을 잔뜩 들고 서있는 할머니를 보고도 ‘양보가 의무는 아닌데’ 모른 척했던 순간이 떠올라 문뜩 부끄러워졌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와 젊은 세대들의 배려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체험관을 나섰다.


글_ 김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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