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예능 프로그램 ‘힙합의 민족’의 공연 장면. 원로배우 김영옥 씨가 힙합 뮤지션들과 함께 무대를 꾸미고 있다.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내용의 고대 이집트 벽화가 최근 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잔소리 하는 어른을 부를 때 흔히 사용하는 ‘꼰대’라는 말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쓰였다고 하니, 기성 세대와 청년 세대가 서로를 못마땅해 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닌 모양이다.

세대 문화 X to Z

두 세대가 갈등하는 이유를 이해하기에 앞서 두 세대가 어떻게 다른지부터 알아보자. 세대별 문화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왔다. 시대별로 청년들이 겪는 사회·경제·기술적 환경이 매우 급격하게 변화해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세대별 문화가 확연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 199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지금의 4~50대 기성 세대를 X세대라고 부른다. 경제발전과 문민정부라는 배경 속에서 X세대는 풍요로운 삶을 누렸다. 교복이 자율화되고 외국영화 상영을 금지하는 규제가 사라지는 등 당대의 기성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자유로운 분위기의 문화가 형성됐다.

이런 기성 세대와 대립하는 세대가 있다. 바로 2000년대에 청소년·청년기를 보내는 Y세대와 Z세대다. 2000년대에는 동방신기 등으로 대표되는 대중문화와 유행을 선도하는 청년문화가 발달했다. 모바일과 컴퓨터의 사용이 보편화돼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를 향유한다. 그러나 IMF 이후 경제가 어려워지고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사회문제가 대두되면서 N포세대, 88세대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청년 실업 등의 청년문제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회적 배경 속에서 살아온 기성 세대와 청년 세대의 가치관 차이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전쟁 이후 급격한 경제발전과 사회변동을 겪은 우리나라의 세대 격차는 더욱 크다. 세대 격차가 심해지면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물질적 풍요를 누린 기성 세대와 사회문제를 떠안은 오늘날의 청년 세대의 갈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하지만 세대 갈등은 비단 오늘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의 기성 세대 역시 2~30년 전에는 그들의 부모 세대와 대립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대 간의 대립은 불가피해 보인다. 물론 이런 세대 갈등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갈등 과정에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드러나기도 하고 더 나은 방향의 사회발전을 위한 논의가 가능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대 갈등이 심화된다면 사회 발전을 위한 전세대적인 합의가 이뤄지기 힘들다.

다른 세대에게 마음 열기

그렇다면 이런 세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세대 갈등의 해소는 각 세대의 사회적 배경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경희대학교 유병래 교수는 ‘세대 갈등과 문화생활’에서 “세대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차이를 통합하는 실질적 행위가 뒤따라야 한다”며 “다른 세대의 입장을 일반화해서 아는 것만 아니라 구체적인 접촉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세대의 삶을 직접 체험해보고 그 경험 속에서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다. 지난 1일 종영한 MBC 예능 프로그램 ‘미래일기’에는 3~40년 후 자신의 모습으로 분장한 스타들이 미래의 하루를 살아보는 장면이 등장한다. 자신도 언젠가는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스타들의 모습에서 세대를 초월한 이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직접 노인이 돼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바로 용산구 ‘노인생애체험센터’다.

체험센터에서는 10대 청소년들마저 노인의 신체능력을 가지도록 하는 특수장비들을 착용하고 노인이 돼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을 갖는 것이 청년 세대가 노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노인생애체험센터 황은영 과장은 “직접 노인이 되는 경험을 통해 노인 세대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체험의 목적을 설명하며 “청년 세대가 먼저 마음을 열고 노인세대를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 세대의 일방적인 이해만으로 세대 갈등을 해소하기는 힘들 것이다. 기성세대·노인 세대가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있다. 안양문화예술재단에서 주최하는 인문대중강좌 ‘나이듦 수업2 - 선배가 돌아왔다‘의 모토는 기성 세대의 마음 열기다. ’후대를 위한 공공성에 기여하기‘, ’후대에 마음을 열기‘ 등을 주제로 한 강연들은 기성세대가 청년 세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젊은이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힙합을 즐기는 할머니들도 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힙합의 민족‘에 출연한 5~60대 여성 스타들은 힙합 뮤지션과 짝을 이뤄 랩을 하고 노래를 부른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다른 세대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처럼 다른 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까지 즐겨보려는 노력은 점점 생겨나고 있다. 지금의 기성세대도 과거에는 청년이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금의 청년 세대도 기성 세대가 된다. 서로의 삶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통하려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_ 김수빈 기자 vincent080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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