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시위 양상이 점차 변하고 있다. 퇴진 운동 방식이 비폭력 시위에서 시민불복종 운동으로 변화한 것이다. 기존 정치권에서 시민들의 퇴진운동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하자 시민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아침부터 내린 눈과 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6일 열린 제5차 촛불집회에는 150만 명의 시민이 거리를 채웠다. 시민들은 제각각 손에 촛불과 피켓, 깃발 등 다양한 물건을 들고 있었지만 같은 말을 외쳤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지난달부터 지속된 촛불 집회는 줄곧 ‘비폭력 시위’와 ‘대규모’라는 특성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의 집회는 이전까지의 촛불 집회 중 가장 큰 규모로 이어져 특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제5차 촛불집회의 백미는 저녁 8시에 1분 동안 촛불을 비롯한 인근의 모든 빛을 소등하는 공동행동이었다. 8시가 되자 150만 개의 촛불을 비롯해 인근 건물의 형광등이 꺼지며 거리는 어둠에 휩싸였다. 이어 8시 1분이 되자 불빛이 일제히 다시 살아났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라는 구호 아래 행해진 촛불 소등식은 국내를 비롯한 전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 제5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꺼진 것은 촛불만이 아니었다. 일제히 꺼진 촛불처럼 시민들의 일상도 멈추기 시작했다. 시민불복종이라는 기조 아래 시민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운동을 이어나갔다. 시민불복종이란 시민들이 부조리한 국가의 지배에 저항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법률을 위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민들은 법률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일상 업무를 멈춰 기존의 질서에 저항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선언하며 지난달 30일을 시민불복종의 날로 정했다.

학생들의 동맹휴업도 큰 주목을 받았다. 전국 110여 대학이 참여한 전국대학생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 소속 대학들이 지난달 25일부터 동맹휴업을 시작했다. 숙명여대를 비롯한 전국 15개의 대학에서 하루 동안 공동휴업을 했다. 이후에도 곳곳의 대학에서 동맹휴업을 계획하며 동맹휴업의 불씨를 이어나가고 있다. 시국회의 안드레 공동대표는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하루의 수업을 포기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안드레 공동대표는 “망가져버린 세상 속에서 대학생들이 강의실에서 과연 진리를 탐구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라며 “망가진 세상을 멈추고 변화의 시작을 거리에서 만들기 위해 동맹휴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민불복종 운동이 기존의 비폭력 시위가 가지는 한계로 인해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었다.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최정기 교수는 “정부와 여당의 주요 구성원들이 친박이라는 이름으로 결집하는, 민주주의가 성숙한 국가라면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철학과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비폭력 시위만으로 시민들의 보편적인 요구가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평화적이면서도 보다 강력한 저항의 방식으로 제기된 것이 총파업이나 동맹휴업 등의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시민불복종 운동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기존의 비폭력 시위에서 적극적 시위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성숙하지 못한 정치권으로 인해 비폭력시위가 한계를 가져 보다 적극적인 시위로 시위 양상이 변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시민불복종 운동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제3차 대국민담화에서 임기단축을 비롯한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서 정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자신은 임기 중 단 한번도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과 야당 의원들은 이를 무책임한 태도라며 비판했다. 안드레 공동대표는 “담화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에는 책임을 국회로 돌리는 것이고 스스로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입장이다”며 “대학생들은 TV 앞에서 탄핵의 과정을 지켜보기보다 거리로 나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역시 지난 3일을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로 선포하고 촛불 집회를 열었다. 이날 열린 시위에는 전국에서 232만명의 사람들이 참여해 다시 한 번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시민들은 박근혜 정권 주요 인사들의 인형을 만들어 발로 차거나 새누리당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시민의 소리에 귀 닫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은 점차 적극적인 행동으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거리 곳곳에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소리가 가득하다.       


글·사진_ 최진렬 기자 fufwlschl@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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