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인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를 평일에도 매 순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 가수, 연극인들과 비정규 노동자, 해고 노동자 그리고 일반 사회단체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광화문 광장에 텐트 농성촌을 형성했다.

평일 이른 저녁, 광화문광장에는 세월호 농성장 뒤로 많은 텐트들이 줄지어 늘어져 있었다. 평일 저녁의 한산한 공기 속에서도 토요일 시민들의 함성이 광화문에 박제된 듯 생생히 느껴졌다. 텐트 농성장은 광화문 광장에 부는 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었다. 이들은 농성이라는 쉽지 않은 저항의 수단을 어떤 이유로 택하게 됐을까. 11월 8일부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수 손병휘(50) 씨는 “문화예술인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이 있다. 문화예술인들은 시대의 공기를 가장 먼저 느끼고 호흡하는 사람들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부당한 정권 하에서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라며 농성을 이어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궁지에 내몰려 답답함을 느낀 사람들이 그 울분을 농성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 광화문에 자리 잡은 텐트들
농성촌이 형성된 후 합류해 17일 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문화예술인 방혜영(36) 씨는 인터뷰 요청을 한 기자를 자신의 텐트로 안내했다. 텐트를 고정한 모래주머니를 들어내고 방수용 비닐을 걷고 지퍼로 입구를 연 뒤 허리를 90도 이상 굽혀야 텐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있기에 비좁은 텐트 안에 들어서자 저항의 상징으로 막연하게 느껴지던 텐트가 사람이 숙식을 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농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농성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길 바랄까. 방 씨는 “농성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강경파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레 겁을 먹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농성이 정당한 것을 요구하는 정당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농성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전했다. 이어 그는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답답함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며 어느새 ‘농성촌’이라 불릴 만큼의 규모를 갖추게 된 현장의 의미에 대해 얘기했다. 손 씨는 농성촌의 영향에 대해서는 굳이 거창하게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손 씨는 “평일 낮에도 광화문광장에서 점거를 이어나가며 누군가가 광장을 지키고 있다는 따뜻한 느낌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 아닐까 싶다”며 그가 생각하는 농성의 의미를 전했다. 

농성촌에는 문화예술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단체의 텐트에는 기업의 만행을 규탄하는 대자보가, 사회단체의 텐트에는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문구들이 쓰여 있었다. 방 씨는 “박근혜 퇴진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그것을 표출하는 방법은 각각 다르다. 시간이 날 때 뜨개질로 농성을 이어나가는 사람도 있고, 미술로 표현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얘기했다.

그의 말대로 농성장 밖의 사람들도 자신만의 방식대로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었다.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저녁, 광화문광장 옆에는 50여 명의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옆을 지나가는 행인들은 함께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작은 행진 대열을 격려했다. 광화문에서 조금 떨어진 청계광장 옆에서는 매일 7시에 열리는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었다. 한 달 전보다는 현저히 적은 인원들이었지만 노동조합에서, 사회단체에서 혹은 개인 단위로 집회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추위에도 자리를 지키며 행진을 이어나갔다.

다양한 집회와 시국선언, 대학생들의 동맹휴업에서 농성까지.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방 씨는 “이 텐트에서 사람들이 잠을 자는 것을 박근혜는 모를 수도 있다. 아마 모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움직임이 모여서 100만 촛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외침이 허공을 향하는 것 같지만,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발언을 마주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더 좋은 세상을 이뤄내기 위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글·사진_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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