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의 설립·이전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대학들은 서울을 벗어나 수도권에 ‘제2캠퍼스’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지역의 대학들은 지역을 벗어나 수도권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학들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제2캠퍼스

‘서울대 본부는 점거 중’. 서울대 학생들이 본부를 점거하며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다. 서울대 학생들은 5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본부를 점거하며 ‘제2캠퍼스’인 시흥캠퍼스 설립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대 이시헌 본부점거 정책팀장은 “총학생회를 비롯해 본부점거팀은 함께 다음 해 3월까지 점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들의 제2캠퍼스 설립 움직임은 2006년부터 이어져왔다. 기존에 쉽게 허용되지 않았던 대학 캠퍼스 확장 및 이전이  2006년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이 제정된 후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대학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학은 캠퍼스를 확장하기 위해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 지역 내 대학 중 수도권에 캠퍼스 유치를 추진한 대학은 총 9곳으로 추정된다. 이어 2010년부터 2015년 3월까지 서울에 본교를 두고 경기·인천·세종으로 캠퍼스 확장을 추진한 대학은 5개교에 달한다. 

그러나 대학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쉽게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와 대학 간의 협약은 대다수가 보류, 백지화 혹은 무산된 상태이다. 이는 대학과 지자체가 세부적 계획 없이 우선적으로 사업 협약을 맺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학 캠퍼스 유치사업은 대개 지자체와 대학이 업무협약을 우선 체결한 뒤에 구성원과의 협의를 통해 세부 학사계획을 확정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협약 이후 진행되는 검토에서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이 이뤄지거나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협약은 무산되기도 한다. 실제로 광운대·서강대·숭실대·이화여대 등 총 8개 대학의 캠퍼스 이전 사업은 대학 측에서 지자체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얻지 못하거나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하에 백지화됐다.
 
불투명한 제2캠퍼스 협약에 대한 학내의 반발 역시 이어졌다. 현재 제2캠퍼스 유치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대 역시 구체적인 계획이 전혀 수립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시헌 정책팀장은 “산학클러스터와 한국형 RC(Residential College)를 설립하겠다는 표어만 제시한 채 구체적인 방안은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며 주요 당사자인 학생들에게 제공된 정보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학교 측에서는 협약은 미리 다 진행해놓고 앞으로 학생들과 논의를 하면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입장만 전달해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반대의 이유를 표명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세부적인 계획 없이 추진한 제2캠퍼스의 선례가 있다. 2014년 개설된 서울대 평창캠퍼스는 현재 부실한 운영으로 비판받고 있다. 평창캠퍼스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총 3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투자해 조성됐으나, 현재 단 7명의 전임교원이 평창캠퍼스를 전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자료에 따르면 평창캠퍼스에 입주한 기업은 3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당초 서울대가 학생들에게 50개 이상의 기업이 입주할 것이라고 발표한 계획과 다르다. 이 정책팀장은 “평창캠퍼스도 설립 당시 학생들에게 ‘한국형 실리콘 밸리’를 표방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제대로 된 계획과 협의가 없이 제2캠퍼스를 짓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작아지는 지역

‘서울공화국’. 흔히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말 중 하나로 쓰이는 표현이다. 서울에 인구와 문화, 물자가 집중되어 있는 현상을 통칭하는 데 사용된다. 교육부문에서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의 대학들이 이권을 챙기기 위해 수도권으로 내려가고 지방의 대학들은 살아남기 위해 수도권으로 올라가고 있다. 2014년 발표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1982년부터 2014년 6월 30일까지 폐교한 학교는 모두 3595개교이다. 이중 서울에서 폐교된 학교는 1개뿐이다. 이 지표는 교육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돼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지방대학이 지방을 이탈하고 있다. 2015년 3월을 기준으로 5년간 8개 지방대학이 수도권으로 이전을 승인받았다. 동양대 김운회 교수는 “지방대의 입장에서 보면 수도권 대학이 (교육 여건 측면에서) 더 나을 것도 없음에도 단지 교육 소비자의 포화상태에 기대어 수월하게 대학을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편입, 사이버대학, 정원외 모집 등 다양한 형태의 수도권 정원 확대는 지방 대학들의 위기를 심화시킨다”고 실상을 전했다.

교육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지방대학에 드리운 또 하나의 그림자이다. 교육부는 대학 구조조정을 강행하며 대학들을 퇴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학생 충원율과 취업률을 주요 평가지표로 내세웠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인해 이미 이 지표에서 뒤쳐져있는 지방대학에 대학 구조조정은 더한 악재로 다가온다. 지방대학들은 이를 재고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이전하고 있는 처지이다. 

대학 이전에 크게 반발하고 나선 주체는 지역 주민들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제천시에 있는 세명대가 이전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단체가 출범했다. 지방에서 처음으로 수도권 캠퍼스를 이전한 청운대 역시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는 지역과 지방대학의 상생구조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김 교수는 “전체 학생 1000여명 정도의 소규모 대학이라 할지라도 지역 경제에 매년 최소 100억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아무리 작은 대학이라도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김 교수는 대학은 지가 상승, 고용 증대, 상권의 증가, 인재 공급을 야기해 지역이 대학 유치에 지출하는 비용의 5~10배에 달하는 경제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지방대학의 유출은 결론적으로 지역 경제의 몰락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의 이전으로 인해 지역의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은 부실한 지방 대학들을 한국사회에서 제거하면, 한국 고등교육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는 결국 지역의 중소도시들의 급격한 몰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역시 논평을 통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대학 정책 수립 없이 지금처럼 수도권 규제는 풀고, 지방 군소규모 대학을 퇴출시키는 방향으로 대학 구조조정이 추진된다면, 학생 충원율을 높이고자 하는 지방대학들의 수도권 이전 추진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지방대학 중심의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지방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지역 균형책을 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 대해 김 교수는 “지방대학의 이전 현상과 지역 양극화는 근본적인 변화나 개혁이 없으면 해소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글_ 박소정 기자 cheers710@uos.ac.kr
삽화_ 양나은 만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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