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게놈연구소장 박종화 연구팀은 한국인 표준 게놈지도 ‘코레프(KOREF: korean reference)’를 발표했습니다. 게놈은 염색체에 담긴 유전정보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게놈지도란 유전자의 숫자와 위치를 나타낸 것입니다. 즉 유전자가 우리 몸에 어떻게 있는지 알려주는 지도입니다. 염색체 안의 DNA는 염기로 구성되는데 이 염기의 서열에 따라 생명체의 생명 현상이 결정되기 때문에 게놈지도는 흔히 ‘생명의 설계도’라고 불립니다.

이목집중 게놈지도, 코레프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인간 표준 게놈지도는 백인의 유전체를 분석한 것이어서 인종별 특징을 담지 못했습니다. 코레프는 한국인 게놈지도라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박 소장 연구팀은 먼저 한국인 1명을 대상으로 30억 개의 염기서열을 정밀하게 분석해 게놈지도를 만들었습니다. 그 후 한국인 40명의 유전체 데이터에서 개인마다 차이가 나는 DNA 염기서열을 뽑아내 미리 만들어 둔 1명의 정밀 게놈지도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한국인의 고유한 특징이 드러난 코레프를 완성했습니다. 기존의 인간 표준 게놈과 코레프를 서로 비교하면 기존에 알 수 없던 인종 간 게놈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백인 중심의 인간 표준 게놈지도와 한국인의 염기서열 차이는 400만 개입니다. 하지만 코레프를 활용하면 이 수치가 25% 감소한 300만 개로 줄어듭니다. 이는 100만 개의 염기서열 차이가 단순히 인종 차이에서 발생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 코레프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들. 왼쪽부터 김학민 연구원, 김현호 연구원, 박종화 교수, 조윤성 연구원
게놈지도 사용 백서

염기서열은 같은 종 사이에서도 개인별로 0.01%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로 인해 키, 피부색, 머리카락색 등이 달라집니다. 또한 생명체의 모든 기능은 단백질로 만든 효소가 있어 가능한데, 염기서열의 차이는 효소 기능의 변화를 가져와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고, 같은 질병이라도 발생형태가 달라질 수 있게 만들기도 합니다. 게놈지도는 개인별 맞춤형 의학을 구축하는 밑거름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표준 게놈지도를 특정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게놈과 비교하여 염기서열이 다른 부분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염기서열 차이를 일으킨 단백질을 밝혀내 질병 원인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민족의 영역으로 확장할 경우 한국인에게 흔한 암·고혈압·당뇨병 등 7대 질환에 대한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 수도 있습니다.

게놈지도, 인류 의학 로드맵 될까?

게놈지도를 이용한 의학의 발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과학자들은 비공개회의를 열어 인간 DNA를 원하는 대로 합성하는 ‘제2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논의했습니다. ‘제2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인간의 염기서열이 담긴 게놈지도를 바탕으로 DNA를 인공으로 합성해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를 만드는 계획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실험실에서 DNA를 합성해 장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물론 30억 쌍에 달하는 염기를 어떻게 합성해야 원하는 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는 현재 과학 수준으로는 알기 어렵고, 생명 창조에 대한 윤리·사회적 문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인공장기를 만들어 병 치료와 임상실험을 할 수 있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의학 발전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도 보입니다.


김도윤 수습기자 ehdbs782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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