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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인터뷰
“여성혐오 구조에서 빠져나가는 법을 고민해야”
최진렬 기자  |  fufwlschl@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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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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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혐오, 그 후>를 출간한 도시인문학연구소 이현재 HK교수
페미니즘이 특히 조명된 한 해였다. 메갈리안,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촛불 시위에서의 여성혐오 발언 등 이번해의 굵직한 사건의 중심에는 페미니즘이 있었다. 지난 10월 <여성혐오, 그 후>라는 책을 출판한 도시인문학연구소의 이현재 HK교수에게 페미니즘의 내일과 기존의 여성혐오 구조에 구애받지 않은 존재인 ‘비체’에 대해 물어봤다.

책을 저술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메갈리안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그간의 사건들과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이 나타나는 과정에서 페미니즘의 의제가 언론에 집중 보도됐다. 그와 동시에 페미니즘 자체가 다시 비판의 표적에 오르게 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실제로 그 강도가 나날이 더 세지고 있다. 여성혐오 담론이 쓸데없이 감정적인 반발을 유발한다면 어떻게 좀 더 현명하게 그 반발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리고 더 세를 확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페미니즘 운동을 할 수 있을까가 고민의 지점이었다. 그래서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더 발전될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책을 썼다.

최근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여성혐오라는 말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여성혐오 구조를 이슈화 한 것은 굉장히 큰 사건이었다. 이때 구조라는 것은 남성들이 주체로서 자신들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서 여성들을 대상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혐오 구조 담론은 우리 사회에 아직도 여성혐오가 만연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비판할 때 굉장히 좋은 담론이다. 하지만 여성혐오 구조가 너무 강력하다라고만 비판하면 이 구조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없다. 여성주의자들이 원래 원했던 것은 이 구조를 뚫고 나가는 방식이다. 그래서 뚫고 나가는 방식으로써의 행위자성에 덜 주목하게 되는 그런 안타까움이 있다.

행위자성에 주목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구조에 익숙한 사람들은 냉소주의로 빠지기 쉽다. 최근 시국집회나 촛불집회에 나가봐도 여성혐오의 구조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비판에만 집중하면 구조 담론 안에 머물면서 구조가 너무나도 강력하다는 걸 계속 보게 된다. 그래서 행동해봤자 세상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는 냉소주의로 귀결될 수 있다.

결국 책에 나오는 비체라는 개념에 주목해야 되는 것인가
비판을 하는 담론은 지금 굉장히 많이 축적이 됐다. 이제는 어떻게 여성혐오 구조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가 고민하고 보완해야 하는 시기다. 기존의 구조담론에서 여성은 대상으로만 여겨진다. 대상은 수동성을 지닌 존재다. 이 구조를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는지 그 행위자성을 설명하기가 힘들다. 비체는 기존의 젠더 체계를 안팎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뒤흔드는 사람들이다. 비체에 주목하게 되면 이미 많은 여성들이 행위자성을 발휘하고 있었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비체는 처음부터 우리가 여성혐오 구조라고 말하는 이 사회에서 여성들이 착한 대상이기만 한 적이 없었다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남성들과 많은 여성이 대상이 아닌 비체였음을 인식하는 순간, 그런 비체성을 토대로 행위자성을 발현하려는 그 움직임에 훨씬 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실질적으로 비체의 존재 방식으로 인해 여성혐오 구조는 약해지고 있었다. 비체들은 페미니즘의 주체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가 비체성을 강조할 때 기존의 구조에 순응하는 착한 대상으로서의 폐쇄성과 닫힘 등을 좀 더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페미나치’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맞다. 요즘 페미니즘이 세력화되고 나서부터 페미나치라는 소리도 듣는다. 페미니즘 자체가 마치 파시즘인 것처럼 공격당하고 있는 것이다. 비판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단순히 비판만 하면 기존의 젠더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려는 감정이 훨씬 더 강하게 비춰진다. 실제로 소란스럽게 연대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페미니즘을 파시즘이라고 비판한다. 이는 기존의 제도적·물질적인 변화에 전혀 관심이 없으면서 그 논리만을 따진다는 점에서 여성혐오를 인정하는 사람들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혹자는 비체들과 연대하면서도 우리가 이 부분은 봐야 하지 않겠냐고 비판한다. 이와 달리 페미나치라고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이거나 제도적인 부분에 있어서 전혀 도와주지 않고, 심지어 자기를 페미니스트라고 이야기하면서도 비판만 한다. 얼마나 소란스럽게 연대했는지, 연대할 준비가 돼 있었는지 한번 점검해 주길 바란다.

오늘날 페미니즘의 상황을 어떻게 보나
지금 시국 때문에 페미니즘의 의제가 묻히는 경향이 있다. 고마운 것은 잘잘못을 떠나 오프라인으로 나와 시위에 참여하면서 여성비하적인 용어를 쓰지 않는 시위문화를 조성하려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페미니스트들의 등장이다. 이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피난처 역할을 하는 SNS를 넘어서 사회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고 존경한다. 매우 많은 남성들이 페미니즘 강좌를 들으러 오는 것도 감동적이었다. 역시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 반발도 강력하지만 변화의 움직임도 강력하다. 그래서 강력한 반발을 느낄 때마다 힘들겠지만 기운 내서 같이 갔으면 좋겠다. 지금 구성되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달게 받겠다. 하지만 그것이 기존의 자신의 목소리를 확인하면서 ‘거 봐 너희들 틀렸잖아’라는 의미가 아니라 페미니즘에서 노력하고 있는 젠더 질서의 재구성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연대하는 태도를 가져줬으면 좋겠다. 


정리·사진_ 최진렬 기자 fufwlschl@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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