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700호

“선배, 왜 그렇게 피곤해보여요.” 이젠 새삼스럽지도 않다. 신입생 때 꼬박꼬박 하던 화장도 가끔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하는 연례행사가 된 지 오래다. 수업을 듣는 중 문득 오후에 해야 할 취재가 떠오르곤 한다. 수업이 끝나면 신문사로 향하는 것을 당연한 일과로 여기게 된 지 오래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이템 회의, 한 기자가 신문사의 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의 기사로 써보자는 제안을 했다.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 지난 2년을 되짚어보고 싶었던 것일까. 주저하지 않고 아이템을 택했다. 정신없이 보내기만 했던 7일의 취재 일정과 70시간의 마감 그리고 700분의 조판. 그 시간을 되짚어봤다.

▲ 조판 중 지면의 기사를 다듬고 있다.
Day 1  여전히 어려운 작업, 아이템 찾기

딸칵. 딸칵. 딸칵. 세 시간째 계속되는 인터넷 검색이다. 애타는 마음으로 2주치 뉴스를 몰아보고 교육부 보도자료 목록을 뒤적거려도 보지만 보고서에 쓸 만한 아이템을 찾지 못했다. 다음날 오후 6시 아이템 회의까지는 약 하루가 남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다른 기자들에게 ‘까이지’ 않을만한 적당한 소재에 살을 덧붙여서 포장하는 일은 항상 어렵기 때문이다. 직함과 노하우가 늘어난 만큼 업무량과 책임도 가중됐다. 2년째 신문사에서 일하다보니 어느새 얻게 된 ‘사회 부장’. 이게 내 일이다.

조급한 마음이 들어 인터넷 서핑 중간 중간에 메신저를 습관처럼 확인해본다. 다른 기자 중 누군가 사회 아이템 기획서를 보내오지는 않았을까. 기대와 달리 메신저는 고요하다. 이따금씩 아이템 찾기의 고통을 표현하는 말들만이 두서없이 오갈 뿐이다. 다른 기자들도 모두 같은 처지겠지. 각자에게 배당된 지면을 채우기 위해 웹서핑을 하며 골머리를 앓는 일은 모든 기자들이 아이템 회의 전날 겪는 것이다. 전날의 조판에서 얻은 피로를 회복할 여유도 얻지 못한 채 기자들은 아이템을 미리 쌓아두지 않은 과거를 후회하고, 아이템을 주지 않는 동료 기자들에 대한 원망과 용서를 반복하며 기획서를 채워나간다.

Day 2  새로운 긴장, 아이템 회의

새로운 신문의 첫 회의인 만큼 새로운 긴장감이 흐른다. 어렵사리 포장한 아이템 기획안이 도마에 오르는 시간이다. 직급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아이템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밝히고 의논할 수 있다. 보도, 사회, 학술, 문화별로 각 지면을 담당하는 부장들이 기획서를 바탕으로 아이템을 제시한다. 아이템에 대한 여론은 그 자리에서 즉시 부장에게 전달된다. “음, 괜찮네”라는 품질인증과도 같은 편집국장의 평가에서부터 포장의 허점을 찌르는 기자들의 질문들 혹은 난색을 표하는 정적으로까지.

이후 가장 중요한 시간을 맞는다. 정해진 각 지면별 아이템을 기자들이 나눠갖는 시간이다. 향후 2주간 각자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취재 과정이 복잡해 보이는 아이템은 암묵적인 기피대상이다. 맡을 기사를 정하는 것은 선착순. 기자들은 동료 기자들의 눈치를 보며 약삭빠르게 혹은 느릿느릿하게 각자가 맡을 기사들을 가져간다. 휴, 이번에는 어려운 아이템은 비껴갔다. 그러나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지면이 정해진 상태에서는 내가 편한 만큼 다른 기자가 힘겨워진다는 불문율을 알기 때문이다. 다른 기자 걱정도 잠시뿐, 내일부터 당장 시작해야 할 취재 걱정을 하며 신문사를 나선다. 

Day 3   취재 및 중간 회의

이 기간에는 오후 어느 때든 신문사에 가면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기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전화 혹은 메일로 취재원에게 연락을 하거나 취재에 필요한 자료들을 찾고 있다.

지난호 조판에서부터 아이템 찾기, 아이템 회의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진 일정들 뒤의 취재 기간은 기자들에게 다의적인 ‘자유시간’이다. 적어도 하루에서 이틀 정도는 취재를 하던 다른 일정을 소화하던 기자 개인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호에 기획기사를 함께 준비하는 동료 국승인 기자는 조사를 하다 말고 “아 날씨도 좋은데, 나가서 놀고 싶다”라며 소파에 몸을 내던진다. 하지만 마음 놓고 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취재 상황을 점검하며 기사의 방향을 수정하기 위해 마련된 중간 회의는 자유에서 오는 나태함을 방지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아이템 회의보다는 덜한 긴장감 속에서 중간 회의가 진행된다. 조사를 통해 얻은 얼마 되지 않는 정보들이 보고서에 담겨있다.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기자들의 포장 실력이 늘어간다는 게 느껴진다. 물론 짧은 기간 동안 알찬 조사를 해온 기자들도 있다. 취재기간 중 모은 정보들로 짠 기사의 구성을 보고 기자들은 자유롭게 토론한다. 가끔은 난상토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번 회의에서도 의견이 맞지 않아 감정적인 언사가 오고갔다. 항상 말과 표현을 조심하면 될 일인데, 쉽지가 않다. 네 시간 가량의 회의를 마치면 피곤함보다는 한 회의를 무사히 잘 넘겼다는 안도감이 더 앞선다. 안도감과 뿌듯함 그리고 약간의 피곤을 안고 기자들은 집을 향한다.

▲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기자
Day 4  마지막 취재 및 기사작성

“안녕하세요, 서울시립대신문 ○○○ 기자입니다.”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신문사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마감을 하루 이틀 앞둔 기자들의 손발이 바빠진다. 조금이라도 정보를 더 얻기 위해 기자들은 마지막 인터뷰 대상을 찾아다니며 전화를 걸거나 메일을 작성한다. “아, 메일을 읽고도 왜 답장을 하지 않지.” 인터뷰를 부탁하다 보면 거절을 당하는 것도 당연한 일인데, 왠지 허탈하다. 다급한 마음에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취재현장으로 나가는 기자도 있다. 취재 기간을 조금 더 부지런하게 보낸 기자들의 경우 여유롭게 취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기도 한다. 모든 인터뷰를 끝내고 그간의 녹취를 풀고 자료 정리를 하며 한시름 덜어둔다. 
 
마감 전날 저녁,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기자들은 각자 앞의 컴퓨터 화면에 집중한다. 서로에게 수시로 던지던 농담과 잡담은 눈에 띠게 줄어들었다. 새벽 네 시에 단체 메신저 방에 보낸 말들은 순식간에 읽힌다. 하얀 화면을 검은 글자로 꾸역꾸역 채워나가며 기자들은 마감 전날 밤을 지새운다.

Day 5, 6  70시간의 마감

“3면 스크린 누구죠?” 금요일 오후 6시면 A4용지에 인쇄한 기사들이 오고 간다. 마감은 흔히 기사를 혼자 작성하고 완성하는 과정으로 여겨지지만, 신문사에서의 마감은 ‘스크린’이라 불리는 기자들 간의 첨삭 과정을 일컫는다. 기사의 구성, 문장의 호응 등을 수정하고 검토하는 과정은 서로에게 고통스럽다. 다른 기자의 글에는 가차 없이 첨삭을 하고 실랑이를 벌이면서도, 어렵게 쓴 본인의 기사들이 다른 기자의 빨간 펜으로 무참히 깎이는 모습을 보면 반감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마감이 길어질수록 기자들의 손발과 두뇌는 느려진다. 오늘 안에 모든 기사의 마감이 끝나기를 바라며 기자들은 기사를 읽고 고치는 작업을 반복한다. 

Day 7  700분의 조판

마감은 ‘마감’이 아니다. 기사를 지면에 올리는 작업이 끝나야 비로소 신문이 완성된다. 마감일에 기사에 쓸 사진을 올리지 못한 기자는 급하게 사진을 업로드 하고, 기사에 미처 붙이지 못한 제목들을 다시 쓰기도 한다.

“1면 나왔습니다~” 일거리가 나오는 신호다. 지면 크기의 종이에 기사가 인쇄돼 나오면 분량이 넘치거나 부족하지는 않는지, 사진은 적합한지를 검토한다. 기자 두어 명이 머리를 맞대고 지면을 수정하고 있다. 줄 수를 하나하나 세어가며 분량이 넘친 기사를 어떻게든 줄이려 한다. “아 망했다. 엄청 비네.” 저쪽에서는 분량 조절에 실패한 기자의 탄식이 들린다. 조판 날에 지면의 빈 부분을 채우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정말 피하고 싶은 고역이다. 다행히 내 기사는 적당한 분량을 맞췄다. 기사를 채우느라 골머리를 앓는 기자를 뒤로하고 여유롭게 다른 지면을 살펴본다. 수많은 고민이 담긴 기사가 지면에 올라온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각 지면을 다듬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해가 진다. 이렇게 한 호가 마무리 된다. 내일은 또 아이템을 찾아야겠지.


글·사진_ 박소정 기자 cheers7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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