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 갔습니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아뿔사! 사랑니가 잇몸에 묻혀있었습니다. “더 자라면 다른 어금니에 영향을 줄 것 같으니 미리 뺍시다.” 사랑니를 빼는 데에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후였습니다. 피가 줄줄 흐르는 잇몸으로 거즈를 꾹 물고 2시간 동안 지혈을 해야 했습니다. 며칠간은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잠도 제대로 자기 어려울 만큼 아팠습니다.

▲ 위 경우처럼 사랑니가 누워서 자라 7번 치아에 영향을 준다면 발치하는 것이 좋다.

사랑니는 왜 ‘사랑’니인가요?
부어오른 뺨을 붙잡고 끙끙 앓다보니 문득 억울한 기분이 듭니다. 하나도 사랑스럽지 않고 아프기만 한데 이름은 사랑니라니. 사랑니는 어떻게 ‘사랑’니라는 이름을 갖게 됐을까요? 국립국어원은 사랑니의 어원이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고 말했지만 항간에 떠도는 몇 가지 설이 존재하긴 합니다. 사랑을 시작할만한 나이에 나는 이빨이라서 사랑니라 불렸다는 설과, 이빨이 살 안에 있어 ‘살안니’라고 부르다가 사랑니가 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사랑니는 평균적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납니다. 영어로는 wisdome teeth, 한자로는 지치(智齒)라고 쓰니 사랑을 알만하고 지혜가 생길만한 나이에 자라는 이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랑니는 왜 나나요?
이쯤에서 사랑니가 왜 나는지 궁금해집니다. 어금니를 치의학 용어로는 구치라고 합니다. 구치도 크기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뉘는데 1번 치아인 앞니를 기준으로 4,5번 치아를 소구치, 6~8번 치아를 대구치라고 부릅니다. 사랑니는 8번 치아로 제3대구치입니다. 아주 옛날에는 인간의 대구치가 3개인 것이 정상이었습니다. 턱이 지금보다 훨씬 발달돼있어 마지막 어금니가 자랄 공간이 충분했던 것이죠. 그러나 인간의 식생활이 생식에서 화식으로 바뀌면서 음식이 부드러워지고 자연스럽게 턱뼈의 운동량이 작아졌습니다. 턱이 이전처럼 발달하지 않으면서 입안 공간이 줄어들어 제3대구치가 제대로 자랄만한 공간이 없어진 것이죠.

사랑니는 반드시 빼야 할까요?
그렇다면 사랑니는 무조건 빼야 할까요? 잇몸 공간이 사랑니가 자라기에 충분해 치아가 올바른 형태로 자라거나, 매복된 사랑니일지라도 아프지 않고 다른 이빨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라면 발치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사랑니를 꼭 뽑아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랑니에 염증이나 충치가 생겨 치료가 어렵거나, 사랑니가 잇몸 신경을 건드려 통증을 유발할 때입니다. 현대인의 치아 중에서는 7번 치아, 즉 제2대구치가 음식물을 씹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랑니가 자라면서 7번 치아에 손상을 줄 때에도 발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랑니 뽑기 전에 알아둡시다.
사랑니를 발치하고 나면 잇몸의 상처에 피가 응고되어 혈병이라는 딱지가 생깁니다. 이 혈병이 정상적으로 형성돼야만 잇몸뼈가 자라 사랑니가 있던 빈자리를 채울 때까지 잇몸 조직이 보호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 흡연을 하거나 빨대를 쓰게 되면 입 안의 압력이 올라가 혈병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잇몸 조직이 그대로 세균에 노출돼 감염이 되거나 통증을 발생시키는 드라이 소켓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사랑니 발치 후에는 잇몸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

어금니를 상실했을 때 사랑니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사랑니를 뽑아 빈 어금니 자리에 되심는 자가치아이식은 자연치아를 이용하기 때문에 임플란트에 비해 부작용도 적고 수술 성공률도 높다고 합니다. 또 이미 사랑니를 뽑았다면 그냥 버리지 말고 치아은행에 보관해도 좋을 듯합니다. 발치한 치아를 특수 처리해 보관하는 치아은행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잇몸뼈가 약해지거나 물리적인 이유로 손상이 간 경우엔 잇몸뼈에 철심을 심는 임플란트 시술을 하기 어렵습니다. 보통 자신의 골반뼈나 동물뼈 등을 옮겨심어 임플란트 시술을 하기도 하는데, 이때 치아은행에 보관해 둔 자신의 자연치아를 이용하면 비용도 훨씬 적게 들고 부작용 역시 거의 없다고 합니다.

김수빈 기자 vincent080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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