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게임’을 영화화한다는 것이 영화 시장의 ‘흥행 징크스’가 돼버렸다. 작년에 개봉한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이하 워크래프트)에 이어 지난 1월 11일에 개봉한 <어쌔신 크리드>도 흥행에 쓴맛을 맛보았다. 위 영화들은 원작 게임의 전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제작발표가 났을 때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미국의 영화 평점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의 기준으로 <어쌔신 크리드>는 100점 만점에 18점, <워크래프트>는 28점의 평점을 얻어 흥행에서 뿐만 아니라 평단에서도 외면을 받았다.

게임 영화의 흥행 징크스는 안타깝게도 최초의 게임 원작 영화인 1993년에 개봉한 <슈퍼마리오>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2012년을 기준으로 33편의 게임 원작 영화가 개봉했고 8편을 제외한 26편의 영화는 참패를 금치 못했다. 이후에도 수많은 게임 원작 영화가 나왔지만 성공한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혹자는 단순히 ‘그냥 영화를 못 만들어서’ 망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작이 호평일색이었던 감독들의 역량을 고려해 본다면 영화를 못 만들 수밖에 없는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게임 원작 영화 중 성공작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작품은 <툼레이더> 시리즈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다. 이들은 영화화의 과정에서 ‘정통 액션’의 길을 택한 작품들이다. 주인공과 세계관 등의 기본적인 설정만 빌려오면서 러브라인도, 감정선도 최소화한 채 처음부터 끝까지 스릴 넘치는 액션을 선사한다. 다시 말해, 원작이 게임일 뿐 원작의 느낌을 희석시키고 서사 없이 스케일만 큰 할리우드식 액션 영화와 차별점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게임을 영화화 하는 흐름은 <워크래프트>, <어쌔신 크리드>처럼 원작 게임이 가지고 있는 설정과 서사를 최대한 살리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게임 원작 영화는 해당 게임을 좋아하는 팬을 만족시키면서도 게임을 잘 모르는 관객들도 이해시켜야 한다는 큰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제를 정말 해결할 수 있을까.

게임에서 우리는 창조자이지만 영화에서는 관람객에 지나지 않는다. 게임의 서사에서는 ‘주인공=플레이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우리는 주인공의 능력과 행동에 완전히 몰입하고 게임의 서사를 직접 창조한다고 느끼게 된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게임 속 세계는 구성이 바뀌기도 하고 중단되기도 한다.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협업을 통해 게임을 공략할 수도 있다. 우리의 플레이에 따라 주인공이 죽기도 하고 다시 되돌릴 수도 있다.

 
반면 영화에서는 우리와 주인공은 철저히 분리된 상태다. 우리는 영화의 스토리에 어떤 관여도 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게임의 영화화는 내가 직접 서사를 이끌어간다는 게임의 매력을 반감시킬 수밖에 없다. <어쌔신 크리드>의 경우도 원작에서는 우리가 암살을 하는 다양한 방법과 과정에 몰입하고 쾌감을 얻었다면 영화에서는 이 다양한 방법이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수단으로밖에 표현되지 않는다. 게임의 체험적인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싶은 팬들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다음으로 게임과 영화가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욕구의 종류가 다르다는 점도 게임의 영화화를 어렵게 만든다. 미국의 유명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맥키는 “영화의 서사는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삶의 이야기’로 여타의 서사와 그 밀도가 다르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영화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고, 사랑이나 우정 등의 추상적인 감정을 전달할 수도 있다. 이처럼 영화가 서사를 통해 우리로 하여금 만족시켜주는 욕구는 보다 감정적이고 다양하다. 반면에 게임에서 서사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일 뿐, 게임의 서사는 적을 죽이거나 쓰러트리는 쾌감, 협동, 힘을 과시하는 등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중심을 둔다. 따라서 게임을 영화화하기 위해 원작에는 거의 없는 감정선이나 러브라인 등을 우겨넣게 된다. 워크래프트의 경우 원작에서는 비중이 크지 않았던 ‘가로나’라는 히로인과 남자 주인공 ‘로서’간의 개연성 없는 러브라인은 관객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원작 게임의 팬들은 게임에 없던 각색된 ‘특정한 감정’을 어색할 수 있으며 게임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각색이 되어 있어도 여전히 부족한 서사와 감정의 이질감에 거부감을 갖게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게임 원작 영화들은 게임 서사의 특성보다는 영화 서사로의 각색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각색과 더불어 게임만의 매력을 끌어내려는 노력도 점점 늘어가야 한다. <워크래프트>와 <어쌔신 크리드>는 영화적 서사를 살리려는 노력은 보였지만 해당 게임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청운대학교 멀티미디어학부 박찬익 교수는 그의 저서 ‘게임 원전 영화의 흥행요소에 관한 연구’에서 게임원작 감독과 제작자는 게임의 최고 레벨 수준의게이머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박 교수는 게임을 모르고 하는 연출은 그저 게임에 나오는 영상의 흉내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렇듯 영화적인 감각과 더불어 게임의 미세한 매력까지 아는 혜안이 필요한 것이다.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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