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가? 억지로 쓰는 레포트 과제물이나 자기소개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좋아하는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을 말한다. 최근 독립출판 제작이 열풍이다. 독립출판이란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가 비교적 적은 제작비용으로 출판물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강원도 춘천에는 독립출판물을 모아놓고 전시하는 곳이 있다. KT&G 상상마당 춘천의 주최로 지난 1월26일부터 오는 3월19일까지 상상마당 아트센터 갤러리(이하 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3회 상상BOX 인디살롱’전이 바로 그곳이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춘천에 기자가 다녀가 보았다. 아트센터에서는 독립출판물들을 사랑·설렘, 웃음·해학, 조언·정보, 위로·격려로 나누어진 4개의 섹션별로 분류해 전시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각각의 섹션의 특성에 맞는 주제를 담은 책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아트센터 다른 한켠에서는 ‘어바웃 북스 프리스쿨(KT&G 상상마당 홍대 주최)’의 독립출판 기획자 양성과정을 수료한 작가들의 작품들도 전시 중이었다. 어바웃 북스 프리스쿨은 독립출판 기획, 제작, 유통, 판매 등을 교육하는 과정으로 5개월간 진행된다. 수료 작가들은 작년 3월부터 교육을 받아 만든 책들을 가지고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 아트센터 관계자인 여인준 씨는 “이번 전시회는 좋은 작품들을 알리고 소개하는데 의미가 있다”며 “독립출판물 기획자들에게는 독립출판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전시회 측에게는 좋은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하여 서로에게 윈윈(win-win)이 될 수 있게 했다”라며 전시회를 개최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독립출판은 이토록 핫(hot)해지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독립출판만의 콘텐츠에 있다. 대개 기성출판물들은 말 그대로 돈이 되는 아이템을 가진 출판물들이 많다. 하지만 독립출판은 그러한 수익성 측면에서 벗어나 기획자가 표현하고 싶은 아이템, 콘텐츠를 마음껏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전문작가나 기획자가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이 제작하기 때문에 그들의 일반적인 삶을 소재로 한 것들이 많아 독자들에게는 큰 공감대를 선사하기도 한다.

▲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열린 전시회 사진
실제로 현재 발매되고 있는 독립출판물의 소재는 일상적으로 경험을 공유할 만한 것들이다. 그중 일반적인 것 두 개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우선 회사원들이 회사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수필형식으로 쓴 책들이 많다. 회사에서 상사들이 주는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어 쓴 이야기, 사표를 쓸까말까 고민하는 이야기 등 말이다. 그 다음으로는 여행기행문이다. 국내외 유명 여행지를 여행하며 느낀점과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등을 엮어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식이다. 제주도, 산티아고 등의 여행지를 주제로 한 책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여행지가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독립출판의 비용은 어떻게 마련되는 것일까. 독립출판물은 대체로 사비로 제작되기 때문에 많은 판수를 찍어낼 수 없고 서점에 유통을 시킨다고 해도 그 책이 다 팔릴 수도 없다. 결국 이러한 수익성 문제는 독립출판을 도전해보려는 사람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다행히 최근 다양한 경로와 방식으로 독립출판이 만들어지고 판매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텀블벅’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있다. 독립출판물을 만들고자 하는 뜻이 있으나 비용문제 등으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플랫폼을 통해 독립출판 작가에 대한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모아진 후원금으로 출판, 영화, 음악 등의 제작자들을 지원해 창작을 돕고 있다.

이보다 조금 더 특별한 경우도 있다. 독립잡지 Profession을 만든 문광호(경영 11) 씨는 우리대학 학생이다. 문 씨는 작년 1학기에 ‘기업과 벤처경영’이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거기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총 300만원의 창업지원금을 받았고 그 돈을 자본금으로 삼아 출판 기획을 시작했다.

 
제작에 드는 비용을 해결했다 해도 독립출판 제작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문 씨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문 씨는 “독립출판을 경험하면서 사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었다. 복잡한 서류 준비부터 세금, 회계 등 다양한 장부 처리 등 무작정 뛰어들기에는 부족한 점들이 많았다”며 “독립출판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조금 더 면밀하게 시장조사를 하고 해당 산업의 생리나 과정 등을 충분히 검토해 본 뒤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제언까지 했다. 또한 그는 단순히 원하는 출판물을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팔아서 수익을 어떻게 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이처럼 독립출판의 시행착오나 수익성 문제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앞서 소개했던 어바웃 북스 프리스쿨과 같은 독립출판 교육 프로그램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독립출판을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독립출판에 대해 자주 접하고 관심을 가져야 자연스럽게 책이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서울독립출판축제 (Seoul Zine Festival)와 같은 독립출판 축제도 생겨나면서 독립출판이 사람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한다. 작년에 처음 시작된 이 축제는 오는 4월 22일부터 23일까지 홍대 주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독립출판의 전망은 어떨까. 강지웅 독립출판평론가는 “독립출판의 흐름들은 지금과 비슷하게 이어지되 흐름이 깊어지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며 “제작에 관심 있는 사람은 독립출판에 마음껏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시 물어보겠다. 혹시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가? 좋아한다면 독립출판에 관심을 가져보자.   


글·사진_ 장한결 객원기자 uiggg@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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