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발표하며 2021년까지 전국 시내버스 대비 저상버스 비율을 42%로 확대하기로 했다. 저상버스는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이 없는 버스다. 기존 버스의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교통약자들, 특히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저상버스 운행률은 19%로 외국에 비해 크게 낮고, 장애인의 저상버스 이용경험은 26.7%에 불과하다. 유엔은 “한국이 대중교통의 접근성에 관한 장애인 권리 협약상 당사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대중교통정책을 점검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사실상 교통약자를 위한 맞춤형 복지가 구현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발표한 ‘장애인 등의 버스이용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저상버스 이용률이 낮은 이유로 ‘운행대수가 충분하지 않아 대기시간이 길다’, ‘시설물 혹은 다른 승객들로 인해 탑승하기 어렵다’ 등이 꼽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저상버스 운행률은 19%로 ‘제2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의 목표였던 41.5%의 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지난 제2차 계획 기간(2012~2016)에 저상버스 목표 보급수는 9584대였으나 3621대만이 보급돼, 달성률이 37%에 불가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제2차 계획의 실패 원인으로 ‘지자체의 저상버스 도입 매칭 예산 확보 부족’만을 꼽았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에 따르면 저상버스 도입 비용을 국가가 40%, 지방자치단체가 60%를 부담해야 하는데, 지자체에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음에도 방관했다는 지적도 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토부가 의지만 있었다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저상버스 도입 비용 부담률을 조정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보급률이 저조한 원인을 전적으로 지자체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장애인들이 시외·고속버스 접근권 보장을 위해 정부 세종청사행 고속버스에 문구를 붙이고 있다.
계획보다 낮은 예산 집행률도 저상버스 보급 확산의 장애물로 작용했다. 제2차 계획때 실제 지원된 국고보조금은 계획된 것의 1/3 수준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제3차 계획의 저상버스 계획에 따르면 국고보조금은 4317억 원으로 제2차 계획의 국고보조금 4565억 원보다 적지만, 목표 운행률은 0.5%p 오른 42%이다. 예산과 의지 때문에 달성하지 못한 제2차 계획보다 높은 목표를 적은 예산으로 실행하겠다는 소리다. 이에 대해 노회찬 원내대표는 “계획의 책임자로서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어 제3차 계획 또한 같은 전철을 밟아 졸속 행정이 되어 버릴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제3차 계획과 앞선 제2차 계획은 별반 다르지 않다”며 “교통약자 이동권에 대해 기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는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졸속 행정과 저조한 저상버스 보급률만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 저상버스는 일반 시내버스에 한해 운영된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광역버스와 시외·고속버스를 이용할 수 없어 지역 간 이동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014년부터 많은 장애인들이 시외·고속버스 장애인 접근권 문제를 지적해 국토부는 많은 예산을 투입해 교통약자 이동 실태를 연구했지만 교통약자들의 불편함을 덜어주지는 못했다. 또한 고속버스 장애인 접근권 확보를 위한 시범사업 예산 16억 원이 국회에서 매해 논의되지만 정부예산안 반영에는 실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부는 올해부터 3년간 총 80억 원을 들여 관련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도입계획은 아직 밝히고 있지 않다. 전장연은 이에 대해 “국가 예산에 상정된 시외이동 시범사업비 16억조차 없다고 외면했던 정부가 연구비만 무려 80억을 지원하겠다는 사실 자체가 모순”이라며 “이는 장애인을 기만하는 태도”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장애인 등의 버스이용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저상버스 이용 불편사항으로 △장애물로 인한 탑승 어려움 △일반형 시내버스에 비해 적은 좌석수와 높이 등이 있다. 유럽의 저상버스 출입문은 평균 30cm 정도의 높이인 반면 한국은 60cm 정도로 비교적 높아 휠체어가 탑승하기 힘들다. 또한 유럽의 경우 버스에 특정 방향으로 기울일 수 있는 기술을 탑재해, 승차시의 거리 간격을 최소화시켜 휠체어에 탄 장애인이 혼자서 버스에 탑승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관련 기술이 도입되지 않아 휠체어를 밀어주어야만 한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에 책임이 있는 정부는 교통약자들의 안전과 편의의 관점에서 저상버스 모델을 마련하여 제시하고, 교통안내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김도윤 수습기자 ehdbs782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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