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에는 양면적인 상권이 동시에 존재한다. 롯데백화점과 바로 옆의 롯데플라자를 중심으로 한 상권과 역세권이라는 이점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펼쳐지는 빨간 불빛의 홍등가에서는 성매매 여성이 호객행위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청량리에서 재개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이주와 철거작업을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이행한다. 재개발로 인해 이주를 하게 된 사람들 중에는 성매매 여성도 있다. 성의 도구로써 착취받을 때가 아니면 눈길조차 받기 힘든 이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생존권 밖으로 몰리는 성매매 여성들
청량리 집창촌을 품고 있는 청량리 제4구역은 작년 5월부터 추진위에서 주민들과 협상을 시작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의해 해당 주민들은 임대주택과 주거이주비를 지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무허가로 운영되는 사업체의 경우 법적으로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이런 연유로 다수의 성매매 여성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이주하게 됐다.

성매매 여성들은 추진위로부터 이주 압박을 받고 있었다. 대부분이 떠났지만 아직 불이 켜진 청량리의 홍등가에서 한 여성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성매매 여성 A씨는 “강제집행 전부터 영업에 압박을 받았다. 추진위에서 관리하는 CCTV가 어느 날 업소를 향해 있다거나, 추진위 사람이 손님을 가장해서 오는 식으로 영업을 방해했다”며 강제집행 이전부터 추진위의 압박으로 떠나간 직업여성이 있음을 말했다. A씨는 “이곳에서 몇 년씩 생활하던 여성들조차 최소한의 이주비용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주하라는 통보를 받기도 하고, 당장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며 갑작스럽게 쫓겨나고 있는 신세를 토로했다.

2004년부터 시행된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성매매 피해자 및 성을 파는 사람의 보호와 자활을 위한 지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이 있다. 하지만 청량리의 성매매 여성은 구청과의 연락은 없었다고 말한다. 성매매 여성 A씨는 “구청과 시청으로부터 아무런 접촉도 지원 연락도 없었다. 구청에 찾아가기도 했고, 구청 앞에서 집회를 계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씨와 같은 처지의 여성들은 세입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비대위의 관계자 역시 구청으로부터의 도움은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매일같이 시위중이지만 시나 구청과 관련된 얘기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시청, 구청 어느 쪽도 대책을 세워 주지 않는 와중에 성매매 여성들은 불법영업이라며 쫓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의 이주 이후의 대책이 없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비대위는 “추진위에서는 보상금으로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하는데, 그 돈을 받아도 집안의 가장역할을 하는 이들이 갈 곳은 없다”며 “직업훈련과 임대주책 제공을 통해 생존권을 보장한 후에 내보내야 한다”고 성매매 여성에 대한 자활정책을 요구했다. 3월부터 시작되는 강제집행에 대해서는 “생존권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몸을 던져서라도 막을 것”이라고 결심을 드러냈다.

 
뒤늦은 그리고 부족한 자활책
이러한 상황에도 성매매 여성에 대한 구청의 대응은 한 박자 늦게 진행되고 있었다. 동대문구청 여성정책팀의 김정훈 주무관은 “올해 초부터 구청 앞의 시위가 격해져 여성지원 단체들과 성매매 여성의 자활정책에 대해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주민의 80%가 이주한 시점에서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대책을 뒤늦게 마련하는 모습은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동대문구는 성매매 여성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안내하는 방식의 복지정책을 준비중이다. 김 주무관은 “주거·자활·생계 3가지를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주거의 경우 LH주택 공사와 연계하여 성매매 여성이 전세자금 대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중이다. 또한 동대문구와 협렵중인 여성자활센터 에이레네 상담소(이하 에이레네)에서 운영하는 주거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끔 조치할 것”이라며 주거에 관한 방책을 설명했다. 자활에 관련해서는 취업성공패키지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밝혔다.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직업훈련뿐만 아니라 생활비 보조금, 취업성공 자금도 함께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주무관은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생계 부분도 어느정도 도울 수 있을거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의 생계에 관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에이레네 최선 소장은 “구청에서 청량리 성매매 여성과 관련한 추가적인 재정 편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한 여성의 자활과정은 아끼고 아껴도 한달에 100만원 가량이 들어간다”며 “상담소를 통해서 성매매 여성들을 지원할 수 있는 1인당 금액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고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돕기에는 역부족인 재정상태를 얘기했다.

김 주무관은 “예산상의 문제로 지원금을 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에이레네 측에서는 성매매 여성이 일터와 주거공간을 잃기 때문에 자활 과정에서 보조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작년에 결정된 올해 예산을 갑자기 수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 필요해
재개발에 쫓겨나는 성매매 여성에게 어떤 자활정책을 펼쳐야 할까. 그 방향성은 집창촌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꾸면서 성공적인 자활과정을 거친 전주 선미촌의 사례를 통해서 찾을 수 있었다. 전주 선미촌의 경우 전북 여성인권 센터(이하 센터)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집창촌으로 이용되는 공간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조성했으며 그곳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자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센터는 구성원이 바뀌어도 선미촌이 여전히 성을 구매하는 장소가 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시장 후보들에게 선미촌 자활에 관한 정책을 제안하는 등 여러 활동을 통해 2013년 민관 거버넌스를 구성해 냈다. 이후 선미촌이라는 집창촌을 다른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토론 끝에 여성을 착취하는 곳에서 현대인의 여성인권과 예술의 거리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이를 위해 시에서는 업소였던 건물을 매입했다. 센터에서는 단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의 탈바꿈이 아니라 착취됐던 여성인권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매입한 건물에서 선미촌의 여성인권 실태를 담은 전시회를 하기도, 착취 실태를 다룬 자료집을 만들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센터는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위한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센터는 전주 선미촌에 현장상담소를 만들어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행정적인 상담과 법적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위해서는 긴급 생계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한달에 100만 원, 1년에 1200만 원을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재정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전북 여성인권 센터의 손병숙 센터장은 “선미촌을 성매매 집결지에서 예술문화거리로 만드는 과정에서 건물을 매입하고,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성매매 공간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 시의 노력이 없었다면 사업을 진행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중요함을 말했다.


글_ 이재윤 기자 ebuuni321@uos.ac.kr
삽화_ 김도윤 기자 ehdbs782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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