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공학부 모 교수의 인권침해 실태가 공론화된 이후 약 3개월이 지났다. 대학본부 측에서는 진상 규명 및 징계 여부 결정,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위해 윤리위원회를 소집했지만 지금까지(2월 25일 기준)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안은 없다.

환경공학부 모 교수의 인권침해 실태를 고발한 대자보에 대한 학내 여론은 분분했다. 지난 12월 9일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시립대 대나무숲’에도 대자보와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학생들은 댓글을 통해 ‘상당히 공격적인 표현이 쓰였다’, ‘(과 학생들이) 대자보에 공감하지 못하게 된 것은 폭력적인 단어선택과 왜곡된 상황표현 때문이 아닐까’라며 신고인을 비판하는 반응과 ‘인권침해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모 교수를 비판하는 반응을 보였다. 고려대학교 인권센터 측은 “개개인마다 인권을 해석하는 시각이 다르고 그 편차가 매우 큰 상황”이라며 “이는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인권에 대한 개념과 그 범위를 고민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본부 측은 본 사안에 대한 조사 및 대책 마련에 착수했으나 이 과정에서 여러 한계가 드러났다. 우선 ‘피해자 우선주의’가 지켜지지 않았다. 피해자 우선주의는 피해자의 요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사후에 발생할 수도 있는 2차 피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원칙이다. 신고자 A씨는 “학교 측에서 중재를 위해 김 모 교수와 직접 만날 것을 권유했다”며 “인권침해 사건을 (그런 방식으로) 중재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인권센터 측은 “신고인이 원하지 않는 피신고인과의 대면은 2차 피해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므로 적절한 조치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대학의 윤리위원회 구성에 대한 대표성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시립대학교 교원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윤리위원은 교무처장을 포함해 부교수 이상의 본교 전임교원 중에서 임명된다. 이번 사건을 위한 윤리위원회 또한 모두 교수로 구성됐다. 학생상담센터 김상수 팀장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나 직원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며 “다양한 교내 구성원을 대표할 수 있는 위원들로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3달이 넘는 시간 동안 6명의 교직원, 교수들과 만나 개별적으로 면담을 10차례 넘게 진행했고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권센터 설립이 좋은 방안 될 수 있어”

현재 인권 피해 신고를 할 수 있는 공식 창구는 ‘총장에게 바란다’와 학생상담센터가 있다. 하지만 이 창구들은 한계가 존재한다.

우선 학생상담센터는 인권 전반의 문제를 다루지는 못한다. 김 팀장은 “학생상담센터에서 피해 학생의 신고를 받아 조사·중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인권 문제이기도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교무과에서 따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학생상담센터는 보다 범주가 넓은 인권침해 문제에는 깊이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대학 온라인 민원창구인 총장에게 바란다는 학교의 문제를 신고·처리할 수 있는 창구이지만 실명과 전화번호 등을 반드시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신고인의 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총장에게 바란다에 제보를 하면 담당 교직원에게 신고자의 신상정보가 그대로 전송되는 절차를 취하고 있다. 만일 A씨가 총장에게 바란다에 신고한다면 신고자의 신상정보가 관련부서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A씨는 “학교 측과 상담을 통해 인권문제도 총장에게 바란다에 제보하면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하지만 총장에게 바란다는 학교에 공개해야 하는 정보가 많아 신고인의 입장에서는 기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대학본부 측에서는 수업평가를 강화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작년 발생한 ‘K교수 사건’ 이후로 작년 총학생회인 ‘시:원’은 수업평가에 ‘성차별 및 인권침해 관련문항’을 추가할 것을 학교 측에 요구한 바 있다.(서울시립대신문 제698호 3면 「학생총회, 3년 만에 성사」 참조) 하지만 수업평가가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차별 및 인권침해 조항을 먼저 수업평가에 도입한 당시 동국대 안드레 총학생회장은 “인권센터와 학생들의 요구를 통해 추가한 항목이지만 강의평가 자체에 대한 공신력이 없어서 학생들 차원에서는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학기에 정기적으로 두 번밖에 이뤄지지 않는 수업평가를 통해 즉각적으로 피해 신고에 반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불어 교직원 및 교수들도 인권침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창구는 완전한 해결방안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인권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권센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고려대 인권센터 측은 “인권의 이슈와 범위가 점점 더 빠르게 다양해짐에 따라 인권전문가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했다”며 “인권센터가 교내 인권침해 사건의 해결 및 인권증진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현재 대학알리미를 기준으로 서울 소재 대학 및 전국국공립대학교를 기준으로 66개의 대학교 중 10개의 대학교에서 인권센터를 별도로 운영 중이다. 인권센터가 설립된 학교는 비율상 높지 않지만 2010년도 이후부터 인권센터가 늘고 있는 추세다. 2009년 처음으로 인권센터를 설립한 전북대를 시작으로 2015년도부터 현재까지 약 2년 동안 6개교가 인권센터를 설립했다. 동국대의 경우 학생들의 성원에 힘입어 2015년 6월 인권센터가 설립됐으며 경북대 인권센터의 경우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예정이다. 고려대 인권센터 측은 “대학 사회 내 인권 이슈가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인권센터의 설립이 점차 늘어나는 현 추세를 볼 때, 결국 많은 대학들에서 인권과 관련된 규정, 권리장전 등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10개교 중 7개교가 국공립대임으로 고려하면 인권센터는 국공립대학교를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성균관대, 한양대, 숙명여대, 성공회대 등은 인권교육연구소를 중심으로 인권연구를 진행 중이다.

반면 현재 우리대학에서는 인권센터는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인권침해 관련 규정도 전무한 실정이다. 작년 총학생회 ‘시:원’에서 처음으로 부속 기구인 학생인권국을 만들어 인권센터의 역할을 대체했다. 하지만 그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아 현재 총학생회 권한대행 ‘늘봄’에서는 학생인권국이 존재하지 않는다. 김 팀장은 “중고등학교에서도 학생인권 조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이런 것이 없다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대학에도 인권센터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며 “학생들에게 자신이 인권을 침해당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인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곳이 필요하다. 성숙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인권이라는 것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글_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삽화_ 김도윤 기자 ehdbs782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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